원시전쟁
로렌스 H. 킬리 지음, 김성남 옮김 / 수막새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을 계속 읽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

지루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도 아주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두껍기도 하고 지루해 보여서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읽었는데 매우 만족한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과연 원시 시대가 낙원이었을까?

아르카디아는 환상이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계급이 없던 원시시대가 사실은 국가시대 보다 훨씬 잔혹했다고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밝히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본성을 제도와 협의를 통해 제어하지 못하던 무문자 시대, 비언어적인 시대였으니 갈등이 생기면 쉽게 폭력으로 번졌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 시대 법정 소송에 관한 책을 읽으면 별 거 아닌 일에도 쉽게 폭력이 동원되고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전쟁이 일어나면 살상력 때문에 현대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 같지만 전체 인구 집단의 비율로 보면 오히려 원시시대가 더 높았다고 한다.

특히 원시사회는 인구 집단의 규모가 작아 전사들이 죽고 여자들이 포로로 잡혀 가면 금방 와해되고 만다.

인구 규모가 큰 현대 사회는 아무리 큰 전쟁이 일어나도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원시사회는 말 그대로 사회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원자폭탄이라는 끔찍한 참살 이후에도 다시 일본이 재기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원시사회는 인구 부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포로들을 잡아 놓지 않고 즉시 죽이는 쪽을 택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여러 원시 사회들을 연구한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원시사회는 전투력 자체만으로는 딱히 현대 국가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나 전쟁이라는 전체 규모에서 보면 인구수와 보급에서 딸리기 때문에 졌다고 한다.

군사들을 계속 보급해 주고 식량을 댈 수 있어야 장기전이 가능한데 원시사회는 총력전이 불가능한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유럽인들에게 정복당하고 말핬다.

그러고 보면 국력이 곧 전투력이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매우 호전적인 일본이나 독일이 결국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에 진 것을 보면 말이다.

낭만주의 원시인은 우리의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이상형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용맹한 전사도 전쟁 자체를 즐기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평화로운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어떻게 잘 협력하여 갈등을 풀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국제기구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총격 대신 외교술의 발달을 통해 매우 어려운 균형인 평화를 지속시키는 것이 인간 발전의 중요한 과제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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