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누스 황제와 기독교 석학인문강좌 54
김경현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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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좋은 책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이 책도 너무너무 재밌고 유익하다.

역사란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라 잘 쓰여진 역사책은 마치 한 권의 소설을 보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300 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이지만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밀라노 칙령의 배경과 비잔티움 제국의 성립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알기 쉽게 자상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번역서가 아니라서 더 쉽게 다가오는 듯하다.

저자는 내용이 너무 자세하여 교양서로 부적합 할까 봐 우려하지만,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잘 쓰여 있다.

좋은 책은 내용이나 형식과는 상관없이 독자를 감동시키는 것 같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라고 하면 기독교를 공인하고 십자가의 환영을 보고 밀비우스 다리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개종자가 아닌가?

그의 어머니 헬레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못박힌 십자가를 찾아내 교회를 지어 성녀로까지 추앙된 분이다.

꼭 기독교적 측면이 아니라 해도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기고 4황제 체제의 난립상을 해결한 중흥 군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저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종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회심한 것이 아니라 매우 점진적으로 바뀌어 갔다고 설명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역사책에 나오는 밀라노 칙령이 당시에는 없었고 16세기 이후부터 등장했다는 것이다.

마치 교황에게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영토를 기증했다는 문서가 가짜였음이 훗날 밝혀진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는 갈레리아누스 황제 때 내려진 기독교 관용령을 밀라노 회담 때 동방 황제였던 리키니우스와 함께 다시 지키기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지러진 제국을 다시 그러모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천도까지 한 이 강력한 권력 의지를 가진 황제가 단순히 개인적인 신앙만으로 기독교를 허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기독교는 제국 내에 널리 퍼져 있고 동방 황제와의 경쟁 속에서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도들을 포섭하기 위해 전대에 있었던 관용령의 시행을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게 진실이라고 한다.

오히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태양신을 숭배했는데 313년 이후에 발행된 주화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고대의 여러 잡다한 신들이 점점 하나의 최고 신, 즉 일자론으로 수렴되어 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으로 가장 상위의 높은 신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기독교의 유일신이 좀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한다.

태양신도 그러한 일자론의 표현인 셈이고 예수 탄생일이 태양신 축제에 맞춰진 것도 그런 배경이 있다고 한다.

태양신이 기독교의 하나님으로 바뀐 셈이다.

권력 의지가 강했던 콘스탄티누스는 경쟁자들을 다 처단한 후, 이복아들과 아내마저 반역 혐의로 죽이고 말았는데 이런 강력한 왕권의 지지를 위해 유세비우스의 황제교황주의를 선호했다.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삼위일체론이 확립되고 예수의 인성을 강조한 아리우스파는 쫓겨 나지만, 마치 호국불교처럼 황제를 신앙의 최고 지도자로 여기는 유세비우스의 정치신학을 받아들인다.

그가 정말로 추구했던 것은 기독교적 신앙이 아니라 제국의 통합, 안정화, 절대 권력이었던 셈이다.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듯 흡인력 있는 문장에 빨려 들어 단번에 읽었다.

역사는 정말 너무너무 재밌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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