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 : 대명제국 중국의 역사
데라다 다카노부 지음, 서인범 옮김 / 혜안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딱딱하고 재미없는 제목에 비해 내용은 정말 너무너무 재밌다.

300 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이라 과연 명나라 300년 역사를 다 풀어낼 수 있을까 약간 의구심이 들었는데 말이 길다고 내용이 풍성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원말의 백련교도 반란에서부터 명나라의 성립, 영락제의 대외원정, 환관의 폐해, 그리고 몰락까지 일목요연하게 핵심을 잘 짚어준다.

이 시리즈는 중국 역사 개괄에 정말 좋은 것 같다.

번역도 아주 매끄러워서 마치 한 권의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다.

훌륭한 학자들은 글도 잘 쓰는 모양이다.

주원장이 한나라를 세운 유방과 더불어 사회 최하층 빈농 출신이었지만 사실은 지구 계급을 모아 거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오히려 농민 반란군의 성격을 지닌 것은 한림아를 옹립한 유복통의 송 왕조였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순수한 농민군만으로 중원을 통일하고 왕조를 세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황하의 범람으로 인해 하남성이 큰 수해를 입었는데 하천 정비를 위해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다 보니 하남성에서 농민 반란이 일어났고 정신적 지주가 된 것이 바로 백련교였다.

백련교는 미륵이 하생하여 낙원을 이룬다는 교리이니 기독교의 천년왕국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원나라에 의해 하남성의 반란이 격파되자 주원장 등의 반란군은 강남으로 내려가 풍부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결국 원을 몰아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원장 세력의 주축이 된 것이 바로 지주 계급이었고 나중에는 지식인이 합류하여 체제를 안정화 시킨다.

창업주 본인은 빈농이었으나 그 바탕은 지배 계층이었던 셈이다.

주원장은 훗날 이 친위 군단도 전부 죽여 버리고 황제독재체제를 이룩한다.

과연, 여러 의미에서 대단히 잔인하고 강력한 영웅이었던 듯하다.


대체적으로 책의 내용에 다 공감했지만 영락제의 대외원정에 관한 부분은 약간 동의하기 힘들었다.

이 책에서는 영락제가 정화를 해외에 보낸 이유가, 대외교류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얼마 전에 읽은 단죠 히로시의 <영락제>에 따르면, 서양 같은 교역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화이질서를 만방에 공표하기 위한 조공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주장에 더 공감이 간다.

정말 교역을 목적으로 했다면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순간 원정이 중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명 제국은 대항해 시대의 서양 같은 상업 국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온 바대로 조공무역은 명으로서도 돈이 아주 많이 드는 대외과시용 무역이었기 때문에 스케일이 컸던 영락제 이후 더이상 대륙 밖으로까지 원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뒤로 갈수록 명은 북방의 유목민을 상대하기도 벅찼던 것이다.

황제독제체제 때문에 환관이 득세하지만 어디까지나 황제의 신임이 유지되는 기간에만 가능했다는 것도 다른 책에서 읽었던 바다.

근본적으로 환관에 의해 황제가 좌지우지 됐던 한이나 당과는 다른 상황이었던 셈이다.

세금을 쌀이나 포의 현물로 받다가 은납제로 바뀌면서, 농가에서는 세금을 내기 위해 은을 마련하는 방편으로 가내수공업을 병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상업이 활성화 됐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조선은 후기까지도 여전히 쌀이 주요 화폐였기 때문에 (공납을 현물 진상 대신 쌀로 내자는 대동법 시행도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던가) 명나라 같은 상업의 활성화는 근본적으로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중국은 은이 많이 나지 않아 광산 채굴에 의한 폐해도 매우 컸다고 한다.

대항해 시대 이후 서양이 신대륙에서 약탈해 온 은으로 중국 무역을 시작한 것이나, 은이 많이 나는 일본이 무역에 뛰어든 것도 이런 배경인가 궁금하다.

명나라가 은본위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에 전세계 무역이 연결된 것인가?

좀더 알아봐야 할 듯하다.


좋은 책은 독자를 흥분시킨다.

역사는 정말 어떤 분야를 읽어도 사람 사는 이야기라 그런지 거의 항상 재밌고 즐거운 것 같다.


<오류>

133p

황무제가 편찬한 원대의 정사인 <원사>

-> 홍무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