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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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했던 책이라 숙제하는 기분으로 드디어 읽었다.

사실 물고기는 먹는 것만 좋아하지 뭐가 뭔지 구분도 못하고 관심도 없지만,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역시나 책의 내용은 대충 넘어가게 됐고 정약전이 어떤 일생을 살았는지, 현산어보는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인지 정도만 알게 됐다.

천주교 박해인 신유박해 때 동생 정약종은 순교했고 정약전과 약용 형제는 멀고 먼 전라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정약용은 18년 만에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고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겨 조선 후기 사상사에 금자탑을 세웠으나 안타깝게도 정약전은 유배 도중 59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만다.

정약용은 몰라도 정약전은 천주교도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 보면 한때 관심이 있었으나 순교한 정약종 같은 진짜 신자는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 수준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긴 유배 생활은 너무나 억울했을 것 같다.

심경을 고백하는 일기가 없으니 신앙에 관한 문제는 모호하기만 하다.

저자는 두 형제의 스승이고 박해 때 고문으로 죽은 권철신 역시 천주교인이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절두산 순교 박물관에 정약전의 그림이 있다는데 처음 듣는 얘기라 미심쩍다.

정약용은 철학적, 사상적 관점에서 자연을 탐구했기 때문에 물고기를 노래하는 시에서도 효제라는 교훈을 찾았던 반면, 정약전은 보다 자연과학자다운 태도를 지녀 <현산어보>와 같은 놀라운 자연도감을 남긴다.

형제가 좀 다른 방면으로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궁벽한 시골에서 참조할 서적 한 권 없이 기존에 자신들이 가진 지식과 주변의 탐구, 그리고 깊은 사고 끝에 유배지에서 많은 책을 펴낸 조선 지식인들의 학구열은 존경스럽다.

선비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음풍농월이나 읊는 관념론자들이 연상되는데 사실 그들은 매우 지식이 높은 문화적 엘리트들이었던 것 같다.

앞서 읽은 <중국의 술 문화>에서도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사대부들이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서 벌로 시를 지을 정도였다.

오늘날 우리들 같은 대중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각종 어류의 세밀화가 그려져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솔직히 무슨 물고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고기는 안 먹고 해산물은 정말 전부 다 좋아하는데도 왜 해양생태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정약용이 궁벽한 섬에서 형이 서당을 열자 그 아이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사람들은 작은 섬에 사는 걸 비루하다 여기고 넓은 섬에 살고자 하지만, 서책을 읽고 학문을 연마한다면 그 마음은 큰 섬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나 개인은 지극히 미미한 존재이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책을 읽을 때만큼은 어떤 것도 부럽지 않고 충만감에 가득 찬다.

정약용 같은 위대한 학자가 말하는 학문적 경지는 감히 바랄 수 없겠으나, 독서도 정신적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책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본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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