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의 역사
피터 에이 클레이턴 지음, 정영목 옮김 / 까치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두꺼운 책일 줄 알았는데 300 페이지 밖에 안 된다.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먼저 읽은 후 읽어서 그런지 185명의 파라오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쉽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이렇게 긴 역사를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압축하기도 힘들었을텐데 저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저자는 아마도 피라미드 발굴에 참여했던 이력 탓인지 무덤과 미이라를 중심으로 파라오의 역사를 설명한다.

자칫 지루하고 난삽해질 수 있는 설명 방식인데 주제에 대한 압축력이 높고 번역도 매끄럽다.

일본인 학자가 쓴 책에서는 피라미드를 반드시 무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당연히 파라오의 무덤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석관도 발굴됐다고 한다.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 역시 이미 전실은 도굴되었고 하워드 카터가 발굴한 것은 석관이 있는 현실이었다고 한다.

도굴꾼들의 침략은 참으로 집요하고 놀라워 비단 최근에만 도굴한 것이 아니고 이미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장례가 치뤄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도굴이 시작됐다고 한다.

오죽하면 사제들이 역대 왕의 미이라를 한데 모아 놓기까지 했을까.

도굴은 결국 화려한 보물을 얻기 위한 경제적 이득에서 비롯된 것이니 인간의 자본주의적 욕망은 본성임이 틀림없다.

무려 5000년 전에 살았던 지배자들의 이름과 재위 년도까지 정확히 기록되고 오늘날에도 그 계보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긴 하다.

이 책에서는 모세의 출애굽을 실제 역사적 사건으로 생각하고 아마도 람세스 2세의 치세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때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져 여러 이민족에 대한 인력 동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출애굽을 단행한 이스라엘인들을 쫓다가 홍해에 빠져 죽은 파라오 메르넵타의 미이라가 발견되지 않아 성서의 역사적 증거로 언급됐으나 다행스럽게도 발굴됐다.

아무래도 출애굽은 설화라 생각되는 부분이다.

근친혼이 매우 성행했는데 이복남매들끼리의 혼인은 그렇다 쳐도 친아버지와 딸의 혼인은 참으로 놀랍다.

여성 파라오 대신 파라오의 딸과 결혼하면 남편이 그 권리를 위임받는 식으로 새 왕조가 개창했다.

파라오는 꼭 친딸과 결혼해야 했을까?

고대인의 사고방식은 지금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피라미드처럼 지상으로 높이 솟은 무덤도 놀랍지만, 지하 100m 이상 뚫고 들어간 묘지도 참으로 놀랍다.

세티 1세의 무덤이 그렇다.

오늘날 수백 미터의 높은 건물들도 다 이런 고대의 기술들이 바탕이 됐던 모양이다.

5천 년 전에 벌써 위대한 제국을 만들었던 고대 이집트의 역사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고 중국과 비교해 봤을 때, 오늘날의 몰락이 오히려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오류>

263p

아르타크세르크세스 3세는 기원전 338년에 페르시아에서 독살당했고, 그의 젊은 후계자 아르세스는 불과 2년 뒤에 다리우스 3세에게 살해당하고 왕위를 빼앗겼다.

-> 위키백과에 따르면 아르세스를 살해한 이는 환관이었던 바고아스이고, 유일하게 남은 아르키메데스 왕조의 후손인 아르세스의 외사촌 다리우스 3세가 바고아스를 죽인 후 등극했다고 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