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코란 - 무엇이 같으며 무엇이 다른가
요하임 그닐카 지음, 오희천 옮김 / 중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있어 독서 생활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250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이슬람교의 본질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이슬람의 교리와 역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유대교와 기독교를 대비시켜 설명하므로 본질적인 면들이 훨씬 선명하게 이해된다.

성경과 코란이라는 제목은 차이점 보다 공통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독교가 유대교의 구약을 바탕으로 창시된 것처럼, 이슬람교도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통 아래서 만들어진 새로운 종교다.

동양의 불교나 힌두교와는 전혀 결을 달리하는 "유일신"교이다.

이 세 종교의 핵심은 바로 유일신의 천지창조를 믿고, 세상의 종말과 사후심판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유대교의 구약 역시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이집트 신화에 많은 부분 차용했음을 여러 학자들이 밝히고 있다.

고대로부터 중동 지역에서 발생했던 종교의 원형이 세월이 지나면서 다양하게 변용되어 오늘날 보편적인 종교의 위치를 점하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니,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이슬람교는 필연적으로 아라이바 반도에 전파된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승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무함마드는 삼위일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아라비아 반도의 특성에 맞는 유일신 운동을 전개한 것은 아닌가 싶다.

본문에도 여러 번 언급된다.

예수는 아브라함과 모세와 같은, 하나님이 보내신 선지자였고, 무함마드 자신도 그 계보를 잇는 자이며, 다만 마지막으로 세상에 완벽한 계시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무함마드는 예수를 신과 동격으로 삼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를 거부했고 하나님은 인간사를 초월하신 절대자, 오직 한 분임을 주장했다.

사실 기독교 신학 중 가장 핵심이면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예수가 곧 신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예수 생전에 그는 자신을 신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후대에 신으로 높여진 것이다.

삼위일체는 무함마드의 오해처럼 세 명의 신으로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워 보인다.

아라비아 반도의 유목민 문화에 맞게끔 유대교와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을 개조한 것이 바로 이슬람이라는 게 이 책의 요지다.

그러므로 이 세 종교는 사실 같은 뿌리를 가진 셈이다.

보다 엄격하게 유일신 신앙을 지향하는 이슬람이 신학적으로 훨씬 선명해 보이면서도, 그런 분명한 교리 때문인지 여전히 세속과 분리되지 않아 현대사회에서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독교가 됐든 이슬람이 됐든 궁극적으로 신앙은 문화의 일부로 남아야 존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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