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중국명화
스광 지음 / 민속원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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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마음에 들어 중국 명화를 감상해 보고 싶어 도서관에 신간 신청한 책이다.

표지 그림은 북송 황제 휘종의 <선학도>이다.

아, 정말 번역본이 이렇게 훌륭하게 잘 편집되고 도판이 선명했던 책이 근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 담기고 매우 개성적인 책이다.

오랜만에 별 4개 준다.

서너 명의 저자들이 같이 쓴 책인데 주제와 형식의 통일성도 좋고 무엇보다 도판이 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상태로 감상할 수 있다니 색채의 선명함에 감탄하면서 봤다.

역자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인데 번역도 아주 매끄럽다.

중국에서 좋은 책들이 많이 번역되는 것 같아 참 좋다.

지난 번 읽은 청나라 이야기도 비판 의식이 아주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었는데 이 책도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과 그를 둘러싼 배경과 작품에 대해 찬찬히 짚어주는 좋은 책이다.

송나라 휘종 황제의 그림들은 본인이 직접 그렸다기 보다 나중에 어제라는 낙관만 찍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어 약간 의구심이 들긴 한다.

워낙 훌륭하고 뛰어난 그림들이 많아 이런 의심이 드는 것 같다.

황제가 이렇게 프로 화가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북송이 망했나 싶긴 하다.

북송 시대라고 하면 무려 천 년 전 그림인데도 상태가 너무 좋아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동양화는 서양화에 비해 밋밋하고 입체감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오히려 검은 색 먹 하나만으로 엄청난 대작을 그려내는 중국 화가들의 솜씨가 참으로 대단하다.

검은색 먹의 농담 속에 간혹 등장하는 옅은 채색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조맹부의 대표작인 <작화추색도>가 그렇다.

글씨는 어쩜 그렇게 잘 쓰는지, 이런 게 바로 서예라는 예술이구나 싶다.

그래서 조선 시대 때 조맹부체가 유행했었나 보다.

휘종의 뾰족한 수금체도 개성있고 인상적이었다.

서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옛 사람들의 글씨를 보면 왜 중국에서 붓글씨를 예술의 경지로 추앙했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금나라와 화친하고 악비를 죽인 무능한 임금으로 알려진 남송 고종의 서첩도 아주 훌륭하고 멋지다.

그러고 보면 황제나 고관대작들은 다들 문화적 엘리트였던 것 같다.

귀족문화라고 하면 막연히 사치와 낭비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높은 수준의 심미안을 가진 교양계층이었던 모양이다.

수묵화의 매력은 그림과 어우러지는 제화시에 있는 듯하다.

그것을 해석하면서 그림 감상의 깊이가 훨씬 깊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중국을 그렇게 떠받들고 살았으면서도 왜 조선에는 문화적 교류가 극히 드물었는지다.

개자원화보 같은 목판 인쇄물 말고 직접 이런 그림들을 중국으로 건너가 감상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유명한 화가들 정선이나 김홍도 등의 실력이 훨씬 발전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 점이 참 의문이고 아쉽다.

루벤스도 스페인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에게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오라고 충고하지 않았던가.

직접 명작을 접할 수 있다면 대가들의 경지가 더 높아질텐데 문화적 교류가 없었다는 사실이 참 아쉽다.



<오류>

237p

왕감은 명대의 유명한 문인인 왕세정의 증손자로, 마찬가지로 동지창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 동지창이 아니라 동기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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