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중국사 진.한 - 최초의 중화제국 하버드 중국사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 김우영 옮김 / 너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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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중국사 마지막 권을 읽었다.

제일 나중에 번역된 게 가장 초기인 진한 시대이다.

다른 책들도 참 재밌게 읽었지만 이 책도 곳곳에 표시를 많이 해 뒀다.

다만 뒷부분의 문예나 종교 편은 솔직히 지루했다.

원래 글 쓰는 스타일이 이런 건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 독해 능력의 문제인가.

뒷부분이 잘 안 넘어가서 지루하게 읽었다.

정치 경제 부분은 흥미롭다.

서양에서 발간되는 역사책들은 군주 중심의 일회성 에피소드 보다는 사회의 제도에 대한 설명이 많아 입체적으로 한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1. 이민족과 중화 제국의 관계

북방 유목민들로부터 한족의 땅을 지키는 과정에서 중화라는 개념이 완성되고 중화제국이라는 통일된 정치체가 형성되었다.

타자를 통해 정체성이 확립된다고 할까.

유목민들 역시 중국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흉노 같은 이민족 나라를 세웠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중국에서 사여하는 공물을 부족들에게 얼마나 배분하느냐로 유목민 수장의 권위가 결정됐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들은 약탈을 자행했고 나중에는 내지로 들어와 변경을 지키는 수비군이 됐다.

이 부분이 사실 제일 흥미로웠다.

막연하게 중국은 농민이 곧 군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한 시대에 중국은 전민개병제를 포기했고 농민은 군역을 세금으로 대신했고 실제 전투를 하는 군인은 이민족들이 맡았다.

마치 로마의 국경을 지키던 게르만족들처럼 말이다.

이들은 당연히 중국 황제나 관리보다는 부대를 이끄는 직속 상관, 부족의 우두머리에 충성했다.

서진이 망한 뒤 5호 16국 시대가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이런 이민족들이 군벌로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시대였던 셈이다.

동한 이후 삼국지 시대의 혼란도 지방의 감찰관이었던 자사가 군사를 모집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후 그 지역의 군벌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화제국의 가장 큰 적인 흉노는 기병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의 일시적인 군사 훈련으로는 전투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다.

또 농민들의 군사 훈련은 지방 반란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는 국경을 투항해 오는 이민족들에게 맡기게 된다.


2. 진시황릉과 같은 거대한 건축물은 형도, 즉 범죄자들의 노역으로 이루어졌다.

이 부분도 참 흥미롭고 신기했다.

농민들의 요역이나 노예 노동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범죄에 의한 강제 노역형으로 시행됐다고 한다.

마치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범죄자들의 추방으로 개발시켰던 것처럼 중국에서도 거대한 건축물 공사 현장에 범죄자들을 투입했고 변경 지대로 강제 이주했으며 군대에 편입시켰다.

국가의 부의 원천인 농사를 지어야 할 농민들을 요역에 자주 동원할 수 없었고, 노비 역시 개인의 큰 재산이었기 때문에 주로 가내 노동, 즉 귀족의 개인적인 서비스업에 종사했고, 광산을 개발한다거나 황릉이나 궁전을 짓는 것 같은 엄청난 역사는 범죄자들을 투입했다.

노역형을 받는 범죄자가 그렇게도 많았을까.

하루 평균 1~6명 꼴로 사망자가 나왔을 정도로 건설 현장은 열악했으나 그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만 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3. 황제의 발명

동양의 정치체제는 막연히 전제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읽은 로마의 공화정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독특하고 특징적으로 황제라는 절대 군주를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형성했다.

한나라 후기로 갈수록 어린 황제들이 외척이나 환관들에게 좌지우지 되는데 이것도 황제라는 절대 권력자로부터 얼마나 사적으로 가까이 위치하는냐에 따라 권력의 점유가 결정되는 탓이다.

어지러운 세상을 통일하려 했던 조조도 마지막까지 제위에 오르지 못하고 정통성의 원천인 헌제를 끌고 다녔다.

유목민의 황제는 여러 족장들 중 일인자였기 때문에 영토를 넓히고 부족원들에게 약탈품을 분배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 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 곧 교체됐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절대 권력 아래 복종하고 있던 전제정의 중국과 조약을 맺어도 곧잘 위반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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