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1
구범진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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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는 대중 인문학이라는 취지에 맞게 흥미로운 주제를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재밌게 서술되어 정말 마음에 든다.

책의 서문에 나온 바대로 쉽게 설명하는 게 오히려 어려웠을 학자들인데도 어쩜 이렇게 대중의 눈높이에 딱 맞게 쉽고 재밌게 설명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 교수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저자의 전작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은 수치와 통계 위주이고 분량도 많아 지루한 면도 있었는데, 이번 주제는 250 페이지의 부담없는 분량이고 무엇보다 내용이 아주 재밌다.

청나라라는 한 제국의 역사를 서술하는 비교적 복잡한 주제인데도 간결하게 독자에게 제국의 속성에 대해 쉽게 설명해 준다.

청나라라고 하면 만주족에게 점령당한 중국 왕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오늘날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5족공화가 본질적인 속성이라고 한다.

물론 청은 겉으로만 만한병용을 내세웠을 뿐 거의 마지막까지 만주족이 정치를 장악했다.

명의 영토였던 중국 본토는 한족의 관리체제로 다스렸고 이 때도 총독과 같은 고위직은 만주족이 독점했다.

그 외 지역은 중국의 황제가 아닌 칸이나 티벳 불교 등의 원리로 통치했고 이 때 토사제를 통해 상당 부분 자치를 허용했다.

즉 청나라의 황제는 중국의 역대 왕조처럼 유교 원리만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또한 러시아와 네르친스키 조약을 맺거나 조선에 사신을 보내는 등 외교 정책에는 한인들을 배제시켰다.

조선에 환관을 보냈던 명나라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청은 정3품 이상의 고위 관료들, 특히 만주족을 사신으로 보냈다.

조선이 끝까지 청의 종주권에 저항했던 이유도 있지만 완전히 복속된 18세기 이후에도 여전히 정책을 고수했던 것을 보면 저자는 청이 중국 본토의 한족과 그 외 변방의 민족에 대해 이원적인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청나라는 단순히 한족을 점령한 소수의 만주족이 세운 중국 왕조가 아니라, 티벳, 몽골, 위구르, 한족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이었다.

그리고 외번으로 조선과 베트남, 유구 등을 거느렸다.

청 제국이 오스만 제국과 비슷하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오스만 제국은 유럽까지 영토를 넓힌 거대한 제국이었으나 오늘날 터키라는 아나톨리아 반도로 축소되었다.

반면 청 제국은 비록 외몽골이 소련에 의해 독립했으나 그 외의 지역들은 전부 유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의 중국은 단순히 한족의 유산이 아니라 몽골과 티벳, 위구르를 복속시킨 청 제국의 후신인 셈이다.

오히려 청나라는 이들 지역에 대해 자치권을 부여했지만 중화민국이 들어선 후 중앙 정부에 복속시키고 한화 정책을 시행하여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족주의 국가가 대세이고 소련이 해체된 것만 봐도 오늘날 중국의 정책은 이들 지역에 대해 매우 폭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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