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황제 무측천 - 중국을 뒤흔든 여황제의 삶을 재조명하다
멍만 지음, 이준식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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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알라딘에서 돈 주고 구입했던 책인데 몇년 만에 드디어 읽게 됐다.

빌린 책은 반납 기한 때문에 강제 독서를 하는데, 산 책은 순서가 한정없이 뒤로 밀리고 만다.

연녹색 표지도 산뜻하고 번역도 마치 소설책 읽는 것처럼 매끄럽게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평전의 주인공이 너무나 매혹적이다.

중국 5천년 역사 중 유일한 여황제!

여후와 서태후도 무시무시한 권력을 휘둘렀지만 어쨌든 황제의 부인이자 어머니에 불과했다.

신라에서도 여왕이 나왔던 시대인 만큼 고대라서 여황제가 가능했던 것일까?

저자는 유목민인 북위 시대가 여자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한 때라 가능했다고 하는데, 그 후예인 당나라가 확실히 유교적 폐쇄주의 국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자 황제의 즉위, 그것도 새로운 나라의 개창은 놀랍다.

그 앞 왕조인 수나라 문제의 독고황후도 황제와 함께 조정에 나아가 二聖 으로 불렸다고 한다.

유약한 성품에 중풍을 앓게 된 고종 역시 무측천과 함께 정사를 다스린다.

아마 원경왕후도 태종과 함께 권력을 이런 식으로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태종은 누구와도 권력을 나누지 않는 제왕이었고, 그것은 무측천의 첫 남편인 당 태종 이세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영웅호걸이고 심지어 나라를 세운 아버지를 연금시키고 황제 자리에 오른 사람이니 감히 여자와 함께 조정을 다스린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들인 고종은 아버지가 남겨준 고명대신들로부터 벗어나 권력을 움켜 쥐기 위해 다부진 아내와 협력을 하게 된다.

마치 조선말 고종이 민비와 손잡고 대원군을 몰아 낸 것처럼 말이다.

선황의 후궁으로 병간호를 하다 아들과 눈이 맞아 재입궁하여 다시 아들을 모시게 되고 정식 황후 자리까지 오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스토리다.

훗날 현종도 며느리인 양귀비를 자신의 후궁으로 만든 것을 보면 아직 유교 윤리가 정착되기 전이라 가능한 것인가 싶다.

아들을 낳지 못한 왕황후를 쫓아내고 정식 황후 자리에 올라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세운 무측천의 수완이 놀랍다.

장희빈 스토리와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면 장희빈은 남편 숙종의 사랑을 잃고 결국 죽임을 당했으나 무측천은 남편과 평생 연대하여 정치적 동반자로 지냈다는 점이다.

남편보다 나이가 네 살이나 많은데도 더 오래 살아 친아들 둘을 쫓아 내고 스스로 황제 위에 오르기까지 했으니 정말 대단한 여인이다.

사료를 잘 분석하여 저자는 무측천이 어떻게 권력을 잡아 가는지를 마치 소설처럼 풀어낸다.

정말 강인하고 매혹적이고 놀라운 여인이다.

장수 집안인지 어머니는 그녀를 46세에 낳고 무려 92세까지 생존했다.

그녀 역시 82세에 사망했으니 오래 건강하게 살았기 때문에 황제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모양이다.

황제가 된 나이가 67세인데 그 후로도 15년이나 권력을 유지했으니 정말 대단하다.

말년에 정변이 일어나 아들에게 양위했으나 친아들이었고 선황인 고종의 정식 황후였기 때문에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53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인데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처럼 재밌다.

당나라의 정치적 분위기와 더불어 무측천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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