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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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일의 안과 의사이면서 역사학도 같이 공부했고 미국에서 특파원으로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의학사라는 분야도 연구해 볼만한 재밌는 분야 같다.

번역도 매끄럽고 내용도 한번에 쭉 쉽게 읽힐 정도의 수준이면서 전문적인 의학적 식견도 들어 있어 재밌게 읽었다.

350 페이지인데 4시간 정도에 다 읽었으니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내용이다.

고대인들의 죽음은 아무래도 기록이 너무 적다 보니 추측할 수밖에 없어 약간 지루하다.

알렉산드로스는 당연히 말라리아로 죽은 줄 알았는데 찌르는 듯한 상복부 통증을 근거로 과음에 의한 급성 췌장염을 의심하기도 하고, 웨스트나일바리어스라는 감염증을 의심하기도 한다.

젊은 건장한 남자가 30대 초반에 며칠만에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 뭐가 있을까?

로마의 황제 칼리굴라는 뇌염 후유증으로 간질을 앓으면서 인격이 변해 연회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등 극단적인 성격을 견디다 못한 이들에 의해 살해된다.

이렇게 확실한 암살이 아닌 이상 고대 독살설은 느닷없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당대인들의 음모론인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당시 의학 지식으로서는 돌연사의 기전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서양은 부검 문화가 활발한지 최고 권력자인 레닌이나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3세 같은 이도 부검을 통해 사인을 분명히 밝힌다.

부검에 대해 부정적인 동양과 매우 다른 문화 같다.

1차 대전 후 전 세계에 유행해 2500만에서 1억명 사이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도 요즘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되어 흥미롭다.

전 세계 인구의 5%에 해당되는 이들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클림트와 에곤 쉴레도 이때 사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전 세계 인구를 단시간 내에 감염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

중세 페스트가 퍼진 것은 도시가 성장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쉽게 전염됐기 때문인데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도 워낙 이동이 활발해서 그런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페스트가 퍼질 당시 화산 폭발로 인한 이상 기온 현상으로 농작물 수확이 급격히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더 쉽게 퍼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빈민들이 훨씬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반면 통풍처럼 육식 위주로 잘 먹는 귀족들이 걸리는 병도 있다.

헨리 8세 등도 통풍으로 고생했고 루벤스 역시 말년에 통풍으로 손이 마비되어 붓을 잡기 힘들었다.

현대 정치인들의 질병 이력도 흥미롭다.

제일 관심있는 사람은 케네디다.

케네디 전기에 따르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함선이 침몰해 대원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요통을 얻었다고 했다.

그래서 유세할 때도 매우 고통스러워 했지만 밝은 모습으로 이겨냈다고 그의 애국심을 칭찬하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사실은 그가 에디슨병이라는, 부신피질호르몬 부족에 시달려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과정에서 골다동증이 생기고 척추가 주저앉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힐러리도 간질일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유명인들은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만 대중 앞에 나서고 싶은 모양이다.

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 정도의 위치라면 국민에게 정확히 공개하는 게 맞긴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윌슨이나 루즈벨트처럼 말년에 병상에 누워 식물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류>

103p

폴란드의 지기스문트 왕은 구스타브 아돌프의 숙부로

-> 지기스문트는 구스타브 2세 아돌프의 숙부가 아니라 사촌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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