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6
박훈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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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재밌을 수가!

오랜만에 별 다섯 개를 줘 본다.

"너무너무너무" 재밌다.

<현대 일본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일본 근대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었는데 그 책은 번역서이기도 하고 솔직히 내 수준에서 좀 어려웠다.

반면 이 책은 나 같은 일반 대중의 수준에 딱 맞춰 너무나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해 준다.

이런 교수들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는 하나같이 정말 수준이 높고 무엇보다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교양인들을 위한 강의로 딱 맞는 시리즈라 적극 추천한다.

신상목씨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일본사>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세계사>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커 갔고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메이지 유신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사실 제목 때문에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누구나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더 좋다.

230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데 딱 두 시간 밖에 안 걸렸다.

번역서가 아닌 책들은 가독성이 있어서 참 좋고 저자의 문장력도 읽기에 아주 좋다.


페리 제독의 방문 이전부터 일본에서는 개항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붙어 있고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안보 우산에 안주하여 대외 침략에 대한 걱정없이 19세기 말까지 국제정세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쇄국정책 속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은 중국에 기댈 수도 없는 나라였고 오히려 임진왜란 이후 명이 쳐들어 올까 걱정했을 정도였으며 바다로 둘러싸여 러시아나 서양 함대의 공격 가능성에 매우 예민해진 상태였다.

무사의 나라이니 외적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조선보다는 훨씬 민감했을 것이고, 이미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등과 무역을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서양 세력이 세계를 지배해 가고 있는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페리 제독이 내항하기 전부터 러시아가 극동 정책으로 캄차카 반도까지 진출하자 이미 조정은 러시아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민감해진 상태였다.

지나친 기우였지만 혹시나 하는 가능성으로 위기론이 고조된 가운데 페리 제독이 강압적으로 통상을 요구했으니 막부는 개항을 결정하고 나라의 체제를 변혁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이 막부의 태도 변화가 일본 근대화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앙시앵 레짐, 즉 프랑스 왕정이나 조선 왕실 같은 구체제는 보통 개혁에 저항하고 혁명이나 외세에 의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도쿠가와 막부는 서양의 개항 압력에 대해 쇄국으로 일관하지 않고 체제 변혁을 시도하면서 유럽에 유학생을 보내고 해군을 창설하며 서구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개항 이후 사쓰마와 조슈 번의 내전을 치루면서도 15대 마지막 쇼군이었던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천황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대정봉환을 단행한다.

저자는 이 결단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어찌 보면 도쿠가와 막부의 권력을 반납했으니 그가 가문을 멸망시킨 것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매우 높이 평가받을 만한 결단이었던 셈이다.

이로써 프랑스 혁명이나 신해 혁명처럼 큰 피를 흘리지 않고 내부의 동요를 최소화시켜 근대화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저자는 권력층에 있는 이들의 개혁적 선택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반체제의 개혁 노력도 중요하지만 권력층에 있는 이가 개혁 쪽을 택한다면 그 영향력은 훨씬 크고 개혁에 따른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 엘리트들은 이 시대적 조류 변화에 아주 능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처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변화에 대해 18세기 이후 일본 무사들 사이에 퍼진 유학의 역할을 언급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다 공감하지는 못했다.

유학이라고 하면 근대화와는 매우 동떨어진 학문이고 조선이 바로 유학 중에서도 가장 완고한 주자학의 대표적인 나라인데 쇄국정책으로 일관해 근대화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일본이 택한 주자학은 사무라이들을 士 로 변신시켜 봉록만 받고 평화시대에 할 일이 없었던 그들을 지사로 만들어 변혁의 시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론을 형성했다고 본다.

사실 조선의 언관 제도는 좋게 보면 강력한 공론의 정치가 아닌가.

붕당 역시 긍정적인 쪽으로 보면 오늘날의 정당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유학의 붕당이 갖는 한계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긋는다.

붕당은 기본적으로 군자당이 있을 뿐이라 오늘날의 다당제 개념이 아니었다.

군자당의 반대는 소인당이니 이들은 나라의 해가 되므로 없어져야 한다.

그러니 서로 군자당임을 주장해 사화로 수많은 이들이 죽고 결국은 왕권의 약화와 더불어 한 가문이 독점하는 세도정치로 변질되고 만다.

저자는 각주에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에 대해 "현인지배의 선정정치" 라는 유교적 이념이 자리잡은 탓이라고도 밝힌다.

매우 동의하는 바다.

조선보다 늦게 유학이 전수되서인지 일본에서는 유학을 조선처럼 내제화 신념화시킨 것이 아니라 경세치용 관점에서 이용했기 때문에 보다 열린 자세로 일부 가문에서 독점했던 정치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고 평가한다.

유교적 교조주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교식 혼례나 제례도 없었고 난학 같은 서양 학문도 쉽게 받아들였다.

과연 유학이 일본 사회의 근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살펴보고 싶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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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20-04-1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약간 흥분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얼마전에 동 저자의 책(메이지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이 한 권 나와서 어서 구입을 하긴 했는데 읽는 건 계속 미뤄지네요. 기대는 상당히 하고 있는데 언제나 읽을 수 있을런지...^^;;;

marine 2020-04-16 08:32   좋아요 0 | URL
혹시 <현대 일본을 찾아서> 라는 책 읽어 보셨는지요? 좀 두껍긴 한데 이 책도 정말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