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다 - 꽃의 인문학 ;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박인용 옮김 / 반니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가 참 예쁜 책이다.

과학적인 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인문학적인 꽃이 궁금했다.
인간은 왜 원예를 하게 되었나, 원예의 역사, 원예가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 뭐 이런 것들?
앞부분의 꽃이라는 식물의 탄생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어렵기도 하고 약간 지루해서 많이 건너 뛰었고 뒷쪽의 꽃 재배에 관한 이야기부터 흥미롭게 읽었다.
간단히 말해 꽃이 피는 이유는 스스로 종족번식을 못하기 때문에 수분을 매개해 줄 동물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꿀은 벌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꽃가루에 단백질이 풍부해 박쥐나 곤충, 새들도 꽃에서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고 꽃가루가가 다리에 묻어 수분을 시킨다고 한다.
꽃에 영양가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꽃은 보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금방 시들어 버려서 꽃꽃이를 못하겠다.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할까?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있어 왔고 품종 개량을 통해 현대의 원예 산업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꽃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안면도에서 열리는 꽃 박람회에 다녀온 후 그 아름다움에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예술적 성향은 정말로 오래된 본능인 듯하다.
가지에서 꽃이 꺾였는데도 수일에 걸쳐 외국에서 배송돼서 소비자의 집까지 배달되는데도 여전히 싱싱한 걸 보면 오히려 꽃의 생명력이 길다고 해야 할까.
유전자조작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은데 사실 품종개량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됐고 저자에 따르면 자연에서도 무수한 변종들이 일어나 진화홰 왔다고 한다.


<인상깊은 구절>

112p

우리는 필요나 호기심 때문에, 그리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가꾸려는 천성에 따라 식물육종의 경우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는 권능으로 수분을 매개하고 있다. 7000년 전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나라들에서 대추야자로부터 시작되고 곡물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오래된, 농작물의 꽃과 관련된 우리의 '뚜쟁이' 재능은 지금까지도 계승되고 있으며, 씨를 비축하는 농부들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118p

농경문화권 중에도 집단 전체가 배가 부르지 않으면 유원지를 만들지 않는 사회가 있다. 이 부족들은 아마도 하루 5000 칼로리나 먹었을 것이다. 오늘날 '이상적인' 섭취로 생각되는 하루 2000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은 대체로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는 사회-흉포한 대형 동물을 쫓아가 죽이는 등의 행위가 없는-가 바탕이 돼 있다. 사람들은 잘 먹고 곳간 가득한 경우가 아니면 아름답지만 불필요한 사치품(꽃)에 한정된 농경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비옥한 땅은 분재에 낭비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었다.

125p

아시아의 정원은 서양문명의 정원에 비해 사색적이며, 크고 두드러지는 꽃에 덜 의지해 꽃이나 열매가 없는 속씨식물도 아름답게 여기며 잎이나 줄기도 똑같이 관상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꽃이 피지 않는 요소를 활용한다는 것은 특히 장식적인 암석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알 수 있다.

 란쑤 정원은 그 당시 한 부유한 가정의 정신적 이상향을 보여준다. 세부적인 데까지 능숙하게 설계된 이런 위안처가 있음으로써 가족은 일상생활의 근심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145p

현대에 들어서는 디자인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많은 정원에서 원예 전문가를 다수 고용할 여력이 없다는 게 한 가지 이유이다. 또한 자신의 토지를 관리할 수 없는 '노인'을 위해 돈을 받고 잔디를 깎거나 가지치기를 해주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일벌레나 사커맘 등 집이나 정원을 비워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

166p

20세기 장의사산업에 방부처리가 자리하기 전까지는 향기 짙은 흰 백합이나 오리엔탈백합을 교배한 잡종꽃들로 만든 화환과 부케가 시신의 부패로 인한 냄새를 가려주었다. 타오르는 촛불과 함께 꽃이 환기장치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빅토리아시대의 장례행렬은 장엄하면서 고비용의 사교행사였다. 

182p

최근까지 도시 거주자들에게 꽃은 대체로 사치스럽고 값비싼 물품이었다. 수명이 짧고 연약해 며칠씩 장거리 운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꽃은 식품처럼 소중하게 여겨지지는 않아도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즐겁게 함으로써 우리의 자연과 생활환경에 부가가치를 더한다. 지난 여러 세기 동안 절화용 꽃재배나 실내장식용으로 화단에서 재배하는 일은 부유한 상인이나 왕족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192p

식물육종 기법에 대체로 무지한 대중들은 좋은 취지의 환경단체들이 우리의 식품공급에 표명하는 우려에 겁을 먹는. 오늘날 가공식품 회사들은 공개토론, 가두집회, 과격한 항의 등이 불러일으킨 유전자조작생물과 관련된 악령을 자신들의 가공식품이나 상표에서 털어내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사람이 식물의 유전체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방법(유전자조작생물이나 유전자총)과 과거의 방법(이종교해만 꽃의 잡종이나 돌연변이를 이용한 육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은 정원용 화초의 잡종을 만든 루서 버뱅크에 대해 목사가 반대하면서 혐오감을 표명했던 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

196p

푸른색 꽃은 자연 속에 그리 흔하지 않으며, 대부분 정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푸른색 때문에 제비고깔, 물망초, 제라늄, 초롱꽃, 나팔꽃 등이 마당에 피는 것을 고마워해야 한다.

200p

꽃집이나 묘목원에서 구입한 꽃들은 수분매개동물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주는지를 확인하는 게 어렵다. 인기 높은 여러 변종들은 향기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절화수명을 늘리고자 품종을 개량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향기인 경우가 많다. 향기분자를 만들어내려면 물질대사 측면에서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향기가 전혀 없거나 적은 꽃이 식물이든 절화든간에 더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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