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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세계 -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
존 H. 엘리엇 엮음, 김원중 외 옮김 / 새물결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신문에서 미국 내 소수 인종 비율이 바뀌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히스패닉이 흑인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히스패닉은 단순히 스페인 사람이라기 보다는 스페인어를 쓰는 라틴 아메리카인이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앵글로 색슨 문화를 향유하는 백인들과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헌팅턴이 쓴 "미국" 이라는 책에서도 히스패닉인의 유입 증가에 따른 미국의 분열을 우려했는데, 이제는 이중 언어 정책이 논의의 수위에 오를 모양이다
확실히 수적으로 승부하는데는 못당하는 것 같다
스페인 하면 생각나는 것, 카톨릭, 대가족, 플라멩고, 돈 키호테, 콜럼버스 기타 등등...
피상적이고 단편적이었다
라틴 아메리카는 그 보다도 훨씬 더 단조롭다
사실 남아메리카의 지도는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막연하게나마 "해피 투게터"에서 양조위와 장국영이 가고 싶어했던 이과수 폭포가 있는 아르헨티나 정도가 구체적으로 다가올까?
그만큼 관심이 없는 지역이었다
"백년 안의 고독" 이 노벨상도 받고 알라딘에 심심찮게 리뷰가 올라올 만큼 인기가 좋았는데도 왠지 끌리지가 않았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도 마찬가지
뭐랄까, 비현실적이고 과장적인 느낌이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양식이랄까?
이 책에서는 이것이야 말로 라틴 문학의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환상 문학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서구 독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할 수 밖에 없다는 문구를 읽고서야 라틴 문학이 소설을 풀어가는 방식이 서유럽이나 미국 쪽과는 매우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런 점 때문에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디난도 2세의 결합으로 시작된 레콩키스타야 말로 스페인의 역사를 결정지은 가장 큰 사건인 것 같다
무어인을 몰아내고 국토 재수복 과정을 통해 하나의 스페인으로 태어났음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스페인도 과거 우리의 삼국 시대처럼 독립된 소왕국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기독교라는 정신적 지주 아래로 단결할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도 알게 됐다
모든 스페인인은 카톨릭 교도다라는 말이 성립되는 나라
무어인과 유대인을 몰아 내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투쟁한 나라
엘 그레코와 피카소, 벨라스케스, 그리고 위대한 고야의 나라
그러고 보면 스페인의 영향력도 엄청난 것 같다
당장 라틴 아메리카만 생각해도 어딘가!!
아메리카가 여전히 앵글로 색슨 중심인데 반해 라틴 아메리카는 단순한 스페인인이 아닌 메소티스라는 혼혈인의 나라라는 점이 특이하다
과연 라틴 아메리카인들은 스페인 문화권이라는 공동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인디오 문화가 소멸해 버렸기 때문에 이식된 문화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백년 안의 고독" 을 읽어 봐야 감을 좀 잡을 것 같다
미국의 히스패닉 문화에 대한 단락이 제일 흥미로웠다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통일성이 부족하고 중구난방인 점은 상당히 불만스럽지만 꼭 뷔페 가서 이것저것 집어 먹은 기분이 든다
스페인 미술사도 재밌게 읽었다
엘 그레코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비뇽의 처녀들" 과 엘 그레코의 "묵시론적 환상" 이 비슷한 분위기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랬다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인가?
16세기 사람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엘 그레코의 그림에 관심이 많이 간다
역시 프라도 미술관을 가 봐야 할 것 같다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독서의 장점은 바로 이런 것 같다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는 진부한 표현이 딱 들어 맞는다
관심 분야의 확대, 혹은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
막연하게 투우사와 플라멩고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던 나라를 새롭게 인지하게 돼서 기쁘다
더더군다나 관심이 없었던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흥미가 생긴다
역시 독서는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