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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과 이슬람 - 그 문명의 역사와 사상
임병필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8년 3월
평점 :
먼저 읽은 이와나미 문고의 <이슬람 문화>에 비하면 깊이가 얕은 느낌이지만 같이 읽어서 도움이 됐다.
이슬람 세계 중에서도 주로 중동의 아랍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
표지디자인은 산뜻하고 예쁜데 도판이 전부 흑백이라 아쉽다.
<인상깊은 구절>
170p
샤리아의 법 제정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코란, 순나, 법학파들을 통해 '돼지는 불결하다'는 것을 돼지 금지의 일관된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어디에서도 돼지 금지를 위반할 시의 처벌에 대한 언급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세계에서는 핫드형을 집행하는 술 금지보다 아무런 처벌이 없는 돼지 금지가 무슬림들이나 비무슬림들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는 돼지 금지를 준수하는 것이 알라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신념과 정체성의 유지나 실천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돼지 금기의 복합적 요인들이 무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돼지에 대한 금기를 지키려는 것은 타종교와의 차별성과 이슬람이라는 집단적인 자기동일성을 강화하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300p
아랍 사회는 매정스럽고 엄하고 냉혹하다. 강자를 숭배하고 약자에의 동정은 없다. 개인에게 가혹하다. 사소한 실수로도 큰 질책을 당한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인정되면 과실은 용서를 받을 것이나, 나쁜 일을 범한 사람에게는 평생 동안 비난이 따라다닌다.
아랍인들은 무엇이든 숨기려고 든다. 자기 행위를 밝히려고 하지 않는 것은 그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비밀리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만 진행한다면 불리한 가치판단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랍인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는 무엇을 하여도 무방하다"는 말에 따라 사는 듯하다. 사회에서 벗어나 자기를 알아보는 이가 없는 곳에 사는 아랍인의 행동에는 놀랄 만한 변화와 이완이 일어난다.
307p
"주님은 죽음으로만 우리를 공평하게 하신다"
종교를 원망하는 속담이다. 이집트인들은 열악한 자연환경 속의 삶에서 만족보다는 불만족이 많았기 때문에 다음과 이런 속담들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속담은 살아 있을 때 자신이 아무리 노력하여도 인간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기에 결국 죽어서 공평해질 수 있다며 신을 원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