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태용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대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좋은 영화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어떤 영화는 역시, 사람들이 칭찬할 만 하다,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고, 또 어떤 영화는 작품 질에 비해 너무 뻥튀기 된 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괴물이나 왕의 남자가 그랬다
이번 "가족의 탄생" 은 뭐랄까, 나는 주제의식이 선명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영화 보면서 내내 "대체 주장하는 바가 뭐야" 이렇게 중얼거렸으니까

문소리는 역시 연기를 잘 하고 (그렇지만 마지막에 나이든 역으로 나와 오버하는 건 좀 부자연스러웠다 너무 전형적이라고 해야 할까?) 엄태웅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저 엄정화 동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깜짝 놀랬다
그런데 의외로 엄태웅 비중이 작아서 좀 의아했다
공효진도 참 자연스럽다
배우마다 자기에게 딱 맞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다
가운데 잠깐 나온 류승범은 과연 우정 출연이라는 게 실감날 정도로 아무 의미없이 있다가 사라지고...
일본어로 관광 가이드 하는 공효진 모습, 깜찍했다
역시 일본어 발음은 사근사근 하다
젊은 고두심을 본 것도 재밌었다
언젠가 고두심이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때 토크쇼에 나온 적이 있다
혜은이 토크쇼에 게스트로 초대됐는데 (전인화랑 같이) 얼마나 화려하게 하고 나왔는지 깜짝 놀랬다
아무리 한국의 어머니상을 구현한다 해도 배우는 배우인 모양이다, 화려한 끼는 내제되어 있었구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딱 그 모습을 본 기분이다

왜 영화 속의 미라는 김사장과 결혼하지 못했을까?
동생 형철 때문에?
형철은 그 뒤로 소식을 딱 끊은 것 같은데 어떤 사연으로 채영과 무신씨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을까?
그 부분이 생략되어 좀 아쉽다
그렇지만 가족이 반드시 혈연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일종의 대안 가족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언젠가 저출산 해결책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혼모와 아이의 가정도 인정하고, (그러러면 빨리 호주제 폐지되고) 동성애자들이 입양하는 것도 인정하고, 여러 형태의 가정을 정상적인 울타리 범주로 받아들여야 출산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결혼한 성인남녀 (그것도 둘 다 초혼이어야 하고 나이도 엇비슷해야 하고 심지어 집안까지도!!) 가 낳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집만 정상적인 가정으로 인정한다는 건 너무 좁은 폭이 아닌가 싶다
갑자기 김명민이 나온 "불량가족" 이 생각난다
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에서 본 이런 구절도 생각난다
공화당이 낙태 반대를 외치는 진정한 이유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미혼모에게 아이 낳기를 강요함으로써 그들을 벌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낙태는 못하게 하고 미혼모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정상적인 가정으로 인정하지 않는 벌을 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낙태 반대는 생명권 옹호라기 보다는 (그런 부분은 적고)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구호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생명권을 지키고 싶다면 혼전순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피임법을 섹스 가능한 나이부터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더불어 미혼모들도 정상적인 가족의 울타리 안에 끼워 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가능하면 원하지 않는 아이는 안 낳고 (즉 낙태시킬 필요가 없이) 생기면 마음 편하게 낳는 쪽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경석(봉태규)이는 채영(정유미)이 너무 착해서 봉으로 보인다고 화를 낸다
확실히 채영은 좀 모자란 구석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예쁘게 그려지지만, 실제로 내 애인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끌려 다닌다면 정말 화날 것 같다
헤프다는 말에 화가 나서 헤어진 뒤, 다시 만나면서 채영이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헤픈 게 나쁜 거야?"
이 대사는 진짜 깬다
여기서 헤프다는 건 남자들에게 쉽게 마음을 허락하고 더 나아가 몸까지 주는 거 아니냐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데 말이다
하긴 반드시 여자만 성적으로 정숙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니 뭐, 넓게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정을 퍼 주는 채영이 나는 좀 부담스러웠고 경석이 화를 내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힘들다고 채영에게 전화해 하소연 하면서 꾼 돈을 안 갚으려는 선배의 전화를 받은 채영은, 역시나 착한 성격답게 급한 거 아니니깍 걱정마세요, 라고 대꾸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석이 전화를 뺏어 들고 이렇게 말한다
"형, 제발 징징대지 좀 마, 사람 다 힘들어, 그리고 채영이 돈 빨리 갚아!!"
이 대사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자기 힘들다고 징징대는 사람, 그러면서 남의 호의를 이익 챙기는 쪽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정말 싫다

무신(고두심)과 형철(엄태웅)의 결합은 참 깨는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어머니 같은 나이의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가 있을까?
여선생님과 결혼한 남제자도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 여자가 열 댓 살 어린 건 오히려 남자가 능력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왜 남자 나이 어린 건 한 두 살이라도 파격으로 보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늙은 마누라 데리고 살기 힘들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불쌍하게 생각한다
왜 이런 편견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걸까?
확실히 남자들은 어린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남자는 여자의 젊음과 미모를 원하고, 여자는 남자의 사회적 지위와 돈을 원한다는 속설이 생각난다

하여튼 영화 보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관용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성숙한 사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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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kor 2007-05-0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명받은 데가 저랑 비슷하시네요 정유미를 발견한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리멸렬한 마무리 때문에 디비디구입은 망설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