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일반판 재출시 (3disc) -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 OST 포함
이누도 잇신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만큼이나 독특했던 영화

요즘 부쩍 일본 영화의 맛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톡톡 쏘는 특별한 맛

4월 이야기도 그랬고 러브 레터도 그렇고, 이 영화 역시 헐리우드나 한국 영화와는 또다른 일본 영화 특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1. 장애인에 대한 편견

마을 사람들 눈이 무서워 조제는 산책을 밤에만 한다

조제를 거둔 할머니는, 넌 평범한 사람과 다르니 함부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할머니 생각에 조제의 하반신 마비는, 천벌 같은 걸로 여겨지는 듯 하다

장애인은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영화 속에서는 조제를 괴롭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분노하지만, 정작 우리 마을에 하반신 마비 환자가 유모차 타고 돌아다닌다면?

직접 위해를 가하지는 않더라도 슬금슬금 피하거나 애들더러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할 것이 뻔하다

비단 장애인 뿐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 지능이 낮은 사람,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 노숙자들...

막상 일상 속에서 그런 저소득층과 마주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피하고 본다

냄새나고 행동도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편견없이 사람을 대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조제를 사랑하는 츠네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2. 자기만의 공간에 갇힌 조제

어렸을 때도 고아원에서 자라고 커서는 하반신 마비가 된 이 여자

그녀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집에 틀어 박혀 할머니가 주어 온 헌책을 읽는 재미로 산다

(그러니 조제에게 산책은 가장 중요한 일일 수 밖에)

새 책도 아니고 사람들이 읽다 버린 헌 책, 잡지, 교과서까지 읽는 조제

그래서 그녀는 아는 게 많다

나도 한 때 책으로 둘러 싸인 공간에서 평생 책만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머릿속의 상상일 뿐. 만약 조제처럼 두 다리를 잃고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야 한다면 폐인이 될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많이 봤다

장기 입원 환자들인데 대부분 보호 환자라 퇴원도 안 한다

그 사람들은 하체를 못 쓰기 때문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로 이동을 하므로 살이 무섭게 찐다

영화 속의 조제처럼 날씬한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영화 속의 조제에게는 동정심이 생기고 따뜻한 마음이 드는데, 현실에서 마주치는 환자들은 왠지 모를 거부감을 준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느냐 안 맺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이를테면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장애인이 되서 남들에게 기피되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그들을 똑같이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장애인이라면, 그것도 남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모습이라면 나는 그들을 피할 것 같다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까지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인간적으로 대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츠네오의 사랑은 더욱 빛난다

 

3.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쓰레기 버릴 사람이 없어 옆집 아저씨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 준 조제

츠네오는 그녀를 비난하지만, 조제는 울면서 소리친다

그럼 쓰레기는 누가 버리란 말이냐고

그녀를 돌봐 주는 복지과 직원들은 낮에 오지만, 쓰레기차는 아침에 온다

직원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쓰레기를 버리러 갈 수도 없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옆집 아저씨가 가슴을 만지게 해 주면 매일 쓰레기를 버리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조제로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을 누가 감히 비난할 수 있을까?

 

츠네오의 애인이 조제에게, 장애를 이용해 남자를 뺏어갔다고 비난하자 조제가 한 마디 던진다

"너도 다리 자르면 돼"

촌철살인과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고통과 불편함은 정상인으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성격에 씩씩한, 조제가 너무 마음에 든다

장애인은 착할 것이라는 편견도 조제 앞에서는 여지없이 깨진다

그녀는 약하다고 해서 무조건 착한 가냘픈 사람이 아니다

그것이 조제의 매력일 것이다

 

4. 조제가 츠네오에 대한 고마음의 표시로 섹스를 허락한다

가냘픈 조제가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옷을 벗을 때 츠네오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마음이 나에게 100% 전달됐다

조제가 줄 수 있는 건 자신의 몸 밖에 없었으니, 그녀로서는 최상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조제의 그 마음을 100% 받은 츠네오,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그 말에 나도 동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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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2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참 좋았어요. 참 아프고, 그리고 참 담백하게 끝났죠. 그래서 더 슬펐어요.

marine 2006-12-2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따뜻하게 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