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문화인류학자 엄마 메리 I. 화이트와 역사학자 아들 벤저민 A. 워개프트 함께 쓴 음식 인문 교양서다.

음식 이야기를 시대와 나라로 나누어 하나씩 풀어낸다.

새로운 시각과 연구 결과들이 덧붙여 있고, 자신의 경험을 각 장의 첫 부분에 풀어냈다.

책 제목은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오마주다.

엄마 메리 I. 화이트는 일본과 일본 식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다.

이런 이유로 각 장의 에피소드에 일본 식문화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일본에 머물면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한 살짝 나온다.

김치 이야기를 하면서 고추가 언제 전래되었는지,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한다.

이런 경험들이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각 장과 어우러져 시대와 음식을 연결한다.


농경과 유목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도식화된 시각을 새롭게 했다.

연대기로 외우면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한 것처럼 착각하는 지식을 말이다.

사실 이 책의 각 장만 해도 한 권 이상의 책으로 소개된 것들 많이 있다.

흔하게 알려진 향신료 전쟁만 해도 이미 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책 속 내용에 따르면 작은 한 부분만으로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도 있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거나 몰라서 그렇지 이런 미세사가 쌓여 역사가 풍부해졌다.

그 중에서는 산업혁명에 대해 농업혁명을 먼저 말한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이전에는 산업혁명만 관심을 두었지 농업의 생산성 부분은 크게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콜럼버스의 항해가 사실상 생물학 전쟁과 다름없었다는 대목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음식은 사람의 이동과 함께 움직인다.

정통성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시대와 식재료의 이동과 이어져 있다.

오래 전 일본의 음식 평론가가 중국을 방문해 토마토가 들어간 전통음식을 비판한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옥수수, 감자, 고추 등의 식재료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면서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전에 새롭게 생겼던 식당이 수십 년 전통의 맛집으로 변하는 것도 보지 않았던가.

이것은 근래 병사들이 현지인과 함께 귀국하면서 생긴 음식 문화의 변화와도 엮여 있다.

혹은 이민이나 군대의 이동, 식민지 관리 등과도 이어져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카레인데 우리의 머릿속에 박힌 카레와 다르다.

일본을 통해 카레를 받아들인 한국의 카레가 인도와 얼마나 다른 지 생각하면 쉽다.


이전에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들이 다시 나와 반가웠다.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제국을 두고 서술한 식문화 부분은 개인적으로 새로웠다.

음식 재료와 계급을 나눈 부분은 평소 무심코 지나간 부분인데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식문화의 전파와 확산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려줄 때 그 다양한 경로에 놀란다.

우리가 전통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 나라의 식재료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프랑스 음식의 달달한 디저트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보는 것도 재밌다.

세계화된 농업에 대해 무작정 비판하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것도 생각할 부분이다.

토종, 자연산, 유기농 식품을 소중히 하는 습관이나

부엌에서 힘들게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을 가치 있게 여기는 관습을 특권에서 탄생했다고 말한다.

풍족한 식량이 있었기에 이런 습관이나 관습이 가능하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냉장고다.

냉장고 속에 들어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냉동실 때문에 필요한 양 이상의 음식을 사 놓고 묵혀둔다.

하지만 현대인의 일상에서 매일 신선한 식재료나 음식을 사서 바로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용량 식품을 사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스박스 같은 냉장 보관 도구가 필요하다.

이런 냉장 기술은 식재료의 이동 거리를 늘려주고, 부패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여름이면 대장균 등으로 식중독 사고가 끊임없이 뉴스에 나왔다.

잔칫집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사고난 것도 자주 나왔다.

이것과 더불어 마지막에 다룬 요리 칼에 대한 부분은 일본 생활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음식을 먹는 도구에 대한 기술은 문화와 관계 있고, 이 분야는 또 다른 연구와 이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보는 호크니
사이먼 엘리엇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그래픽노블이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 거의 모른다.

어딘가에서 그의 작품 한두 점 정도는 봤을 수도 있다.

실제 그의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낯익은 색감을 발견한다.

그는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싸게 작품이 팔린 화가이기도 하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들어본 듯한 이름과 그래픽노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한 예술가의 삶과 도전과 열정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이 책을 그린 저자는 만화가가 아니지만 코로나 덕분에 덕질을 하면서 이 그래픽노블을 그렸다.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싸게 팔린 화가란 것은 그냥 가십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생과 이 과정에서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가 하는 것이다.

독실한 신자의 집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그림에서 신앙심을 보이지 않는다.

탁월한 그림 실력을 보여주면서 왕립 예술 대학(RCA)에 진학하지만 아직 학생이다.

처음부터 그의 그림이 비싸게 팔린 것이 아니란 것을 이야기 내내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그가 다른 선택을 할 때면 언제나 팔리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처음 미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샀을 때도 예상하지 못한 그림의 판매가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연인과 함께 살 때도 그의 그림은 팔려 나갔다.


처음 그가 주력한 것은 판화였던 것 같다.

뉴욕 현대 미술관의 판화 책임자가 데이비드를 대신해서 작품 전부를 팔아줬을 정도다.

로스엔젤레스로 이사한 후 가장 비싸게 팔린 그 그림을 그렸다.

이 이전에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렸고, 몇 명의 연인이 있었다.

로스엔젤레스에서도 피터와 함께 살았고, 처음 그를 사랑해주는 상대를 사랑했다.

이때 “그는 진짜 수영장, 진짜 사람, 진짜 사랑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그림들이 바로 이 시기의 그림이다.

그리고 서른두 살에 회고전을 열 정도로 그의 이름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화가인지, 그의 작품이 얼마나 비싼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일 시점의 원근법에 대한 비판이다.

우리가 학창 시절 그렇게 중요하게 배웠던 원근법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회화에만 한정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실험하고,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내었다.

이 작품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 언제 시간나면 한 번 찾아와야겠다.

그는 흡연가이고, 한때 큰 병을 앓았지만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다.

이 책 표지에 나온 그림은 바로 그 작품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모습이다.

80대이지만 그는 계속해서 탐색하고,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있다. 대단하다.

그의 화보집을 찾아보고, 그의 삶도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종심 선정작이다.

개인적으로 이 문학상 수상작을 좋아하기에 눈길이 갔다.

나에게 삼랑진역은 그렇게 낯선 지명은 아니다.

아마 오래 전 무궁화호 등을 타면서 지나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KTX가 생기면서 일년에 두세 번 KTX를 타지만 삼랑진역에 서지 않는 것은 몰랐다.

그리고 삼랑진역과 밀양을 같이 엮을 생각도 못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삼랑진역의 풍경만 생각했지 밀양은 기억 뒤로 숨었다.

그것과 별개로 소설에서 소개한 지역에 대한 소개와 묘사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볼 정도인데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


무궁화호 기차에 탄 후 두 남녀 창화와 미정은 우연히 대화를 나눈다.

기차에서 낯선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많은 소설 등에서 등장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흔한 방식과 다르게 진행된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두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창화는 한국 최고의 인테리어 회사에서 억울하게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미정은 계약직을 전전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창화의 집은 부산, 미정의 집은 밀양 삼랑진역 근처다.

미정은 바로 가는 KTX가 없어 무궁화호를 탔고, 창화는 빨리 갈 이유가 없어 탔다.

이 우연한 만남과 둘의 대화는 서로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작동한다.


재밌는 것은 둘다 젊은 나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창화의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만 미정은 비슷한 나이로만 나온다.

40대, 어쩌면 인생의 큰 파도가 한 번 일어나는 나이이지만 안정기에 들어갈 나이이기도 하다.

창화가 결혼하지 못한 사연은 나오지 않지만 미정은 비혼주의자다.

둘은 기차 안에서 친구들의 전화를 받는데 이것을 옆사람이 듣게 된다.

밀양 얼음골 사과가 둘을 이어주고,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왜 KTX를 타지 않는지, 삼랑진역과 밀양 얼음골 사과에 대한 이야기 등.

이 짧은 만남은 생각보다 서로의 감정이 통하는 것을 느끼게 하고 각자의 고향집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각각 다른 모습의 부모님이 그들을 맞이한다.


창화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아들이 공무원이 되길 바랐다.

대학도 행정학과를 나왔지만 그는 힘들게 서울에 있는 대기업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했다.

학연이 판치는 이 회사에서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으면서 버텼다.

하지만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후배가 없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퇴사했다.

절친 경식은 상사이자 동문 선배가 끌어주지만 그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었다.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고 휴가를 받았다고 부모님에게 말씀드린다.

결국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부모님이 보여준 반응은 예상외로 담담했다.

그리고 길에서 밀양 얼음골 사과를 사게 되면서 미정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미정을 찾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실제 쉬운 일도 아니다.


미정은 지방 전문대를 나온 후 계약직으로 계속 서울에서 살았다.

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정규직과 계약직은 서로 다른 계급이다.

정규직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비혼으로 사귄 남자친구는 이별을 통보한다.

이별 후 삼 개월 만에 다른 여자와 결혼한 전 남자 친구. 흔한 일이다.

허무하고 힘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기 위해 삼랑진 집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삶은 한국의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 여성을 한 면을 대변한다.

그리고 친구 현주의 딩크족 사연을 풀어놓으면서 또 다른 우리 사회의 한 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가는 각 소수의 삶을 보여주면서 큰 그림 대신 일상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 세심하게 다루고 표현한 문장과 감정은 조금씩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약간의 환상적인 모습, 쉽게 처리되는 문제 등이 있지만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는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3년만에 나온 재출간본이다.

옛날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그냥 지나간 책이다.

작가 이름이 낯익지 않지만 찾아보니 출간된 소설을 두 권 정도 읽었었다.

두 권 모두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의 사연을 만들고, 그 사연 속에서 울고 웃고 하는 모습들이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 49재의 축제 순간에 보여준 장면들에 눈시울을 많이 붉혔다.

오토미의 삶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녀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잘 드러내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오토미 씨 정도는 아닐지라도 집안에서 이런 삶을 산 분들이 꼭 한 분은 있다.


일상은 언제나 그 일상이 무너지기 전까지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엄마이자 아내인 오토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있기 전까지 남편도, 딸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재혼하기로 한 료헤이가 딸 유리코와 함께 오토미와 동물원 관람을 간 첫 장면은 인상적이다.

새엄마가 싫어 도시락을 밀쳐 떨어트린 에피소드는 유리코의 삶에 각인되었다.

그후 33년 동안 유리코는 엄마 대신 옴마란 호칭으로 오토미를 불렀다.

옴마의 죽음 이후에야 자신의 진심을 말할 수 있겠다는 그녀의 말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아내가 준비한 도시락을 타박한 남편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부분도 너무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아니라면 그것이 대단한 것이다.

이 작은 행동이 그는 미안하고 아쉽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한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이 얼마나 맛있는지, 왜 한 번도 맛있다고 한 적이 없는지.


료헤이는 오토미가 죽은 후 삶이 멈추고, 산송장처럼 살아간다.

이런 그를 돌봐줄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는데 바로 이모토다.

오토미가 도움을 주고 있던 리본하우스 출신이자 죽기 전 49재까지 일할 돈을 받았다고 한다.

간단하게 소개된 그녀의 삶은 결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는 길이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냄새가 심한 료헤이를 욕실에 밀어 넣고 하는 행동은 경악스럽다.

바로 그 순간 나타난 딸 유리코가 난리를 칠 정도의 상황이었다.

이렇게 오토미가 떠난 후 이 집을 한 동안 채울 세 명이 모였다.

그리고 오토미가 남긴 수많은 레시피 등을 기반으로 음식과 청소 등이 이어진다.

오토미 레시피의 첫 음식 시오 라멘을 먹은 후 그들은 ‘맛있어’를 외치며 감탄한다.


유리코가 옴마의 죽음 이후 다시 처가 온 이유가 흘러나온다.

남편 히로유키의 바람과 그 상대방의 임신 때문이다.

집을 나오면서 이혼장에 도장을 찍고 나왔다.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아버지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모토와 아침 시장에 나갔다가 산 생선을 들고 히루유키의 학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듯한 사위의 모습을 보고 발을 돌린다.

딸 유리코가 임신에 실패하면서 겪은 고통과 남편의 바람이 그에게도 전달된다.

유리코가 자신의 짐을 정리하러 갈 때 이모토를 데리고 가는데 이때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모토가 놀라운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유리코의 엄마가 죽은 후 료헤이에게 재혼을 권유한 것은 누나다.

누나가 오토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재혼하라고 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하지만 오토미가 찾아와 보여준 노력이, 그 진심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때 오토미가 보여준 마음과 행동은 읽는 동안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왜 료헤이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자신이 어떤 마음인지.

이 사연의 끝은 프롤로그의 첫 장면과 이어지면서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 삶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 알려준다.

49재에 그녀의 삶을 기록할 때 결혼 이전이 없었는데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이때 흘러나온다.

작가는 곳곳에 오토미의 삶을 배치하고,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나 문장은 한 사람의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준다.

그녀가 바란 축제 같은 49재는 대단했고, 감동적이고, 쓸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해실의 악마
최필원 지음 / 북오션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번역자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이 책이 처음인 줄 알았는데 이미 출간된 책들이 있다.

3권의 장편소설을 내 놓았다고 하는데 모두 절판이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기획한 시리즈들을 재밌게 읽었다.

이런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단편집을 펼쳐 읽었다.

열두 편의 단편들은 분량이 제각각이다.

취향을 저격하는 단편들은 대부분 분량이 짧은 것들이다.

어떤 이야기는 생각보다 잔혹하고, 어떤 이야기는 약간 밋밋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강렬한 이야기를 기대한 탓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표제작 <고해실의 악마>가 있다.


분량만 놓고 보면 가장 긴 이야기가 <고해실의 악마>다.

구성은 간단하고,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한 결말이다.

하지만 모두 읽고 난 후 ‘고해실의 악마’가 누군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죄를 계속 고백한 고백인일까?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린 신부일까?

생각보다 잔혹하지 않은 이야기와 점층적 구성은 마지막에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그다드>의 이야기도 너무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전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부분이 늘어나지만 그 행위까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뜬금없이 든 생각 중 하나는 이 살인자의 퇴역 후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분명히 그 소시오패스적인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낼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시스터즈>, <인스턴트 메시지>, <태동> 등이다.

이 세 편의 이야기는 분량도 많지 않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시스터즈>는 선입견에 빠진 나의 모습과 서술 트릭이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인스턴트 메시지>는 간결한 대화 속에 서늘함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살인자의 정체가 애인이라면 더 재밌는 설정일 것 같은데 어떨지?

<태동>은 뱃속 아기의 발차기가 이렇게도 변주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놀랐다.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로 남겨 두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설전>은 한자를 바꾸면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단편의 시간을 과거로 잡은 것은 이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서이지만 의문 부호가 생긴다.

과연 갇힌 공간에서 그렇게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드러낼까 하는 의문이다.


<작가의 여자>는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드는 서술이 돋보였다.

이 단편 속 트릭이 가능한지 살짝 의문이 들지만 그 서늘한 범인에 놀란다.

<아들의 취미>는 극단적인 상황과 개인의 이익이 잔인하게 결합되어 잇다.

현실이란 부분을 제거하고 이야기에 집중하면 각각의 이익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난다.

<새 식구>도 짧은 이야기 속에 예고 없이 찾아온 새 식구를 다르게 풀어내었다.

<비명>은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인데 <작가의 여자> 속 여자와 닮아 있다.

혹시 이 둘이 만나 범행을 저지르는 소설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간호사>는 악이 어디에서 싹을 틔우는 지 천천히 보여준다.

우발적인 사건처럼 보이는 행동 뒤에 숨겨진 악의가 드러날 때 무섭다.

<어떤 복수>는 최고의 복수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는데 과연 이 복수가 최고일까?

누군가에게는 그 기억이 휘발성이 강한 것 아닐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