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실의 악마
최필원 지음 / 북오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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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번역자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이 책이 처음인 줄 알았는데 이미 출간된 책들이 있다.

3권의 장편소설을 내 놓았다고 하는데 모두 절판이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기획한 시리즈들을 재밌게 읽었다.

이런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단편집을 펼쳐 읽었다.

열두 편의 단편들은 분량이 제각각이다.

취향을 저격하는 단편들은 대부분 분량이 짧은 것들이다.

어떤 이야기는 생각보다 잔혹하고, 어떤 이야기는 약간 밋밋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강렬한 이야기를 기대한 탓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표제작 <고해실의 악마>가 있다.


분량만 놓고 보면 가장 긴 이야기가 <고해실의 악마>다.

구성은 간단하고,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한 결말이다.

하지만 모두 읽고 난 후 ‘고해실의 악마’가 누군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죄를 계속 고백한 고백인일까?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린 신부일까?

생각보다 잔혹하지 않은 이야기와 점층적 구성은 마지막에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그다드>의 이야기도 너무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전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부분이 늘어나지만 그 행위까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뜬금없이 든 생각 중 하나는 이 살인자의 퇴역 후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분명히 그 소시오패스적인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낼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시스터즈>, <인스턴트 메시지>, <태동> 등이다.

이 세 편의 이야기는 분량도 많지 않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시스터즈>는 선입견에 빠진 나의 모습과 서술 트릭이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인스턴트 메시지>는 간결한 대화 속에 서늘함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살인자의 정체가 애인이라면 더 재밌는 설정일 것 같은데 어떨지?

<태동>은 뱃속 아기의 발차기가 이렇게도 변주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놀랐다.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로 남겨 두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설전>은 한자를 바꾸면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단편의 시간을 과거로 잡은 것은 이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서이지만 의문 부호가 생긴다.

과연 갇힌 공간에서 그렇게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드러낼까 하는 의문이다.


<작가의 여자>는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드는 서술이 돋보였다.

이 단편 속 트릭이 가능한지 살짝 의문이 들지만 그 서늘한 범인에 놀란다.

<아들의 취미>는 극단적인 상황과 개인의 이익이 잔인하게 결합되어 잇다.

현실이란 부분을 제거하고 이야기에 집중하면 각각의 이익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난다.

<새 식구>도 짧은 이야기 속에 예고 없이 찾아온 새 식구를 다르게 풀어내었다.

<비명>은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인데 <작가의 여자> 속 여자와 닮아 있다.

혹시 이 둘이 만나 범행을 저지르는 소설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간호사>는 악이 어디에서 싹을 틔우는 지 천천히 보여준다.

우발적인 사건처럼 보이는 행동 뒤에 숨겨진 악의가 드러날 때 무섭다.

<어떤 복수>는 최고의 복수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는데 과연 이 복수가 최고일까?

누군가에게는 그 기억이 휘발성이 강한 것 아닐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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