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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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나오는 아이의 성적표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놀라운 일등의 연속과 이어지는 폭력에 대한 암시는 예상하지 못한 결말의 복선이자 반전을 품고 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읽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단서가 되는 것도 엄청나게 꼼꼼하게 읽은 사람이나 니체를 자세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힘들지 않을까 한다. 만약 끝을 보기 전에 당신이 알았다면 당신은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네 명의 여중생이 현실의 불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릴레이 소설을 쓴다. 요즘 짜증나는 일이 많지 않니? 하는 문장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각자의 역할을 선택하여 소설을 쓴다. 어머니의 가출이나 허식으로 가득한 부모의 행동이나 친구의 탁월한 능력 탓에 좋은 학교에 입학한 아이나 모두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짜증으로 염증을 느낀다. 이때 온 메일 하나는 현실을 벗어나 자신이 주도하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스토커에 대한 것이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욱 매혹된 것인지 모른다. 이제 일상과 가상의 세계가 교차하면서 그들의 삶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현실에 대한 불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니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이 소설 속에 묘사된 세 명의 소녀의 일상은 첫 메일 발송자 유카리를 제외하고 모두 불만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세 명의 일상에 대한 묘사를 세밀하게 하면서 약간은 과도한 상상을 하는 나를 제지하며 약간은 평범한(?) 결말로 유도한다. 그렇다고 그 결말이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피가 튀고 엄청난 살인의 연속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는 말이다. 이런 쪽으로 너무 생각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문제는 나에게 있는 듯하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그런 쪽으로 발전하기 힘든데 말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가상세계에서 삶의 힘을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자신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거나 잘못 이해하는 현실에서 나이가 어린 소녀들이 가상세계에서 자신이 하나의 창조주가 된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비록 자신만의 창조물이 다른 사람의 글에 이어서 만들어져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여도 말이다.

 

잘 짜여진 구성과 전개로 흥미를 불러왔다. 하지만 역시 독서 대상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독법에 문제가 있는지 그 소녀들의 감정과 감성에 쉽게 동화되지 못했다. 읽으면서 속도가 붙고 재미도 느꼈지만 가슴속에 남는 의문은 어쩔 수가 없다. 소녀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문장과 마지막 단서를 풀어내는 장면에선 약간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의 단서로 1시간도 되지 않아 비밀을 밝혀내는 마이의 모습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스토커의 모습에 약간은 편견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한다.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인데 차라리 오타쿠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여기저기 조금씩 눈에 밟히는 것들이 있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려는 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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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생활 백서 - 남자보다 짜릿한 여자 인생극복기
안은영 지음 / 해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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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80가지의 이야기는 한 번 생각해볼 만 것들이다. 거의 대부분이 실천하기 힘든 것이지만 많은 것이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뭐 이것은 전적으로 늙은 한 남자의 생각임을 덧붙인다.

 

사실 전철이나 버스 등에서 이 책을 들고 있거나 보고 있는 여자들이 가끔 눈에 들어오면서 내용이 궁금하였다. 서점에서 목차를 보고 몇 개를 읽다보니 상당히 노골적이며 직설적인 표현이 많아 재미있겠다는 생각과 대단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드라도 이런 글을 책으로 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일 것이다. 미국에서 ‘섹스 앤 시티’가 히트치고 드라마로도 많은 여성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한국의 소설가나 책들은 엄숙함과 엄밀함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든 것이다. 이런 경계가 무너진 것이 불과 10년이 되려나?

은밀하게 들여다본 여자들이 희망사항들이다.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 자신은 과연 이 책에서 말한 것들 중 지금도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특별한 것도 없지만 평범한 듯한 것들이 사실 더욱 어려운 것이고, 꾸준함은 더욱더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몇몇 가지에선 개인적인 편견이, 몇몇은 시각의 차이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여자들의 희망사항을 엿본 느낌이다. 특히 초반부에서 연애와 관련된 부분은 남자인 내가 보기엔 많은 거부감을 주는 부분이 많이 있다. 솔직해서 좋았든 부분도 많지만 너무 계산적인 모습에서 거부감이 생긴 것이다. 물론 내가 여자를 사귀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즐거움일 수 있지만 사람의 관계를 그런 식으로 풀어가는 모습은 사실이라도 즐거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이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남자들도 한 번 읽어본다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럴수가! 하면서 속았다는 느낌을 자아낼 부분이 많다. 남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도 많고, 여자이기에 여자를 더 강조하는 부분도 많다. 취사선택은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고, 이 책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읽는다면 자신의 삶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을 듯하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부감을 주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읽다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나오니 참고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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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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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5월 15일 유고연방에서 한 미국 청년이 똥물 속에서 죽는다. 그 청년의 배경엔 엄청난 부를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다. 사라진 손자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시체조차 찾지 못한다. 살인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조란의 늑대란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고, 우연히 그 조직한 동행한 청년이 긴 악몽 같은 세월이 흐른 후 고백함으로써 밝혀진다. 이제 그 범죄자를 찾아 법정에 세워 평생 감옥에 가두고자 하지만 그의 행방은 사라졌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으로 그 범죄자를 잡으려고 하지만 그는 CIA의 한 조직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에 비밀리에 알려진 사냥꾼 어벤저에게 이 일을 의뢰한다.


조란 질리치를 납치하는 긴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대 히트작 ‘자칼의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살인하거나 납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며 그 일들이 쉬운 것이 아님과 사실적인 묘사에 놀란다. 광고에 자칼의 부활이라고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동의한다. ‘자칼의 날’이 드골을 암살하려는 암살자의 준비과정과 그를 쫓는 형사들의 노력을 자세하고 멋지게 보여주었는데 이 소설에서 자칼의 역은 주인공인 캘빈 덱스터다. 하지만 그가 하는 역은 암살자가 아닌 범죄자를 잡아 감옥에 평생 가두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기까지의 과거사를 멋지게 구성하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집어넣어 단순히 살인만으로 풀리지 않는 분노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캘빈이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비극적 가족사나 그의 살아온 여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필요한 순간순간 그를 도우면서 부여된 임무를 달성하게 한다. 미국과 세계사를 관통하는 굴직굴직한 사건들이 나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등장하는 인물마다 과거를 말하며 그 비중에 따라 깊이와 역사를 연관시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상생활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다른 연대감이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계들과 비극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이 소설이 재미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한때 포사이스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추리소설 작가 중에 가장 열심히 읽은 작가 중 한명이다. 새롭게 그의 신작이 나왔는데 어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겠나! 그리고 가까운 보스니아 내전이 원인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제목부터 복수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하지만 피가 튀는 살인보다 좀더 현명하고 어려운 범죄자 체포라는 일로 들어가면서 난이도를 높여 놓았다. 거대한 부와 엄청난 권력을 가진 그가 사라진 지금 그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그의 의뢰인은 억만장자고 그는 주변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조력자가 있다. 그 조력자들이 마지막까지 그를 돕는 것을 보는 순간 역시! 라는 감탄사를 뱉어낸다.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치밀하게 계산된 등장인물들이 끝없는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이다.


책을 읽다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 있다. 먼저 미국에 대한 외국인들에 대한 의견을 생각하는 CIA 요원의 생각이다. 10퍼센트는 진정한 반대, 나머지 90퍼센트는 질투란 문장이다. 외국과 테러에 대한 작가의 시각과 함께 이 문장이 과연 작가의 의견인지 아니면 비틀어 표현한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오만함과 강력함을 생각하면 그 진의를 조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된 것이다. CIA가 조란의 위치 등을 알면서도 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캘빈의 행동을 막으려고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임무를 완수한 시점이 2001년 9월 10일인 점이다. 그 유명한 9.11 하루 이틀 전에 조란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을 잡으려고 한 CIA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물론 작가는 조란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9.11은 일어났을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하지만 그 날짜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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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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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로 본 것을 다시 책으로 읽다보면 영화의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는 보았다는 것을 기억할 뿐 세부적인 것까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덕분에 몇 가지 이미지와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일본 사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새롭게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13계단이라는 제목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형수에게 형을 집행하기 위한 결제의 단계가 13개라는 의미와 숨겨져 있는 진실이 드러나는 곳에 있는 계단의 개수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뺏어가는 사법적 집행의 단계가 많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글을 읽다보면 그 계단 하나하나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하여서는 단순한 게임같이 느껴진다.


사형수의 불안감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특이한 주인공을 가지고 있다. 교도관인 난고와 상해치사로 집행유예 중인 준이치가 그들이다. 가정의 어려움으로 쌍둥이 형에게 대학갈 기회를 빼앗긴 난고가 교도관으로 있으며 느낀 감정은 교도행정에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뿐만 아니라 사형 집행에서 받은 충격과 회의로 가득하다.


말다툼으로 시작하여 사람을 죽인 준이치가 느끼는 감정은 숨겨져 있지만 피해자 가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묘하게 얽혀있다. 우연히 발생한 살인으로 자신의 가족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위험에 처해진 것이다. 민사상 배상 문제로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가 형을 살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많은 배상액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짧게 지나갔지만 피해자나 가해자 가족 모두가 언론이나 법률에 의해 사생활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침해받는 것을 보면 분노와 더불어 사회가 얼마나 감정적이고 편협하며 왜곡되어 있는지 알게 된다. 배려나 개인이라는 존재는 거대한 사회적 시선 앞에 조용히 짓밟히는 것이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사형수의 형이 집행된 후 새로운 증거와 범인이 나올 경우 사법부가 자신들의 권위나 실수를 덮기 위해 새로운 범인을 공범으로 만들어 처벌할 수도 있다는 예시다.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양심을 속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도 아마 피의자가 힘없는 사람일 때뿐일 것이다.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평과 개선의 목소리가 담겨있는데 우리의 사법부가 일제 시대 이후 많은 점에서 일본과 유사함을 생각할 때 우리의 사법제도에까지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들 특유의 제도에서 발생하는 모순도 읽는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할 꺼리를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 전에도 신문에 나왔지만 전관예우에 의해 해결되는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과연 신뢰해도 되는지? 과연 공평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추리소설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그것은 작가의 문장과 구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간결한 문장과 아마추어 탐정들의 조사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지는 그 구성이 사회 문제와 잘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단서를 따라가면서 마지막에 속도감 있고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유도하는데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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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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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집을 통해서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도 아니고 몇 편정도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 한 편 한 편이 모두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실이 배경이 되었겠지만 전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 상황들이 나에게 이 작가의 작품을 쉽게 연속으로 읽는 것을 방해하였는데 이번 소설집은 다른 모습을 많이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


첫 번째 단편인 ‘식림’을 읽는 순간은 역시 그녀의 작품이구나! 하고 생각하였지만 연속해서 나온 단편들을 읽으면서 어! 좀 다른데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여태 읽은 그녀의 작품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였다. 진실에 대한 단서만을 보여주지만 정황만으로 본다면 어린 소녀들의 행동은 놀랍고 치밀하며 무시무시하다. 또 화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매스컴의 행태는 제삼자인 내가 보아도 심하고 가학적이다. 이 부분은 일본 소설이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가장 불합리하게 느끼고 인간이 가진 잔혹한 심리를 엿보게 한다.


곳곳에 작가의 특징이 묻어나오지만 전체적으로 ‘아웃’이나 ‘잔학기’나 ‘아임 소리 마마’같은 충격적인 모습이 덜하여 읽기는 편했다. 앞에서도 말한 ‘식림’에서 약간의 전조를 보여주었지만 보통의 작가들 작품에서 본 것보다 강도가 심한 편이 아니라 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식림’과 ‘부도의 숲’과 ‘ 암보스 문도스’다.


특히 ‘식림’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잘 짜여진 구성과 심리는 마지막까지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부도의 숲’은 추억 속에 숨겨진 감정들을 그려내는데 재미있는 소재와 전개였다. ‘사랑의 섬’은 후반부의 약간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결말로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였는데 무라카미 류의 작품을 잠시 떠올려주었다. 뭐 류의 소설이 좀더 노골적이고 자세한 부분이 있지만 살인과 관련된 여성에 대한 부분에선 여사를 따라오기엔 부족함 많다. ‘독동’의 경우 마지막 끝부분에서 약간은 황당함을 느꼈다. 판타지적 요소가 담겨있어 그런 기분인지 모르지만 묘한 마무리였다.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비밀과 일상을 담고 있는 이 소설집이 그녀가 여태껏 보여준 작품들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에 숨겨진 감정이나 잔혹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녀에게 무서움을 느끼지만 현실의 경계가 상상의 경계를 넘어선 모습을 많이 본 사람들에겐 전혀 낯선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삶의 어두운 일면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비록 잔혹함이 다른 작품들보다 덜하다고 하지만 비극적인 삶이나 비밀스러운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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