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1995년 5월 15일 유고연방에서 한 미국 청년이 똥물 속에서 죽는다. 그 청년의 배경엔 엄청난 부를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다. 사라진 손자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시체조차 찾지 못한다. 살인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조란의 늑대란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고, 우연히 그 조직한 동행한 청년이 긴 악몽 같은 세월이 흐른 후 고백함으로써 밝혀진다. 이제 그 범죄자를 찾아 법정에 세워 평생 감옥에 가두고자 하지만 그의 행방은 사라졌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으로 그 범죄자를 잡으려고 하지만 그는 CIA의 한 조직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에 비밀리에 알려진 사냥꾼 어벤저에게 이 일을 의뢰한다.


조란 질리치를 납치하는 긴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대 히트작 ‘자칼의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살인하거나 납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며 그 일들이 쉬운 것이 아님과 사실적인 묘사에 놀란다. 광고에 자칼의 부활이라고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동의한다. ‘자칼의 날’이 드골을 암살하려는 암살자의 준비과정과 그를 쫓는 형사들의 노력을 자세하고 멋지게 보여주었는데 이 소설에서 자칼의 역은 주인공인 캘빈 덱스터다. 하지만 그가 하는 역은 암살자가 아닌 범죄자를 잡아 감옥에 평생 가두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기까지의 과거사를 멋지게 구성하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집어넣어 단순히 살인만으로 풀리지 않는 분노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캘빈이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비극적 가족사나 그의 살아온 여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필요한 순간순간 그를 도우면서 부여된 임무를 달성하게 한다. 미국과 세계사를 관통하는 굴직굴직한 사건들이 나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등장하는 인물마다 과거를 말하며 그 비중에 따라 깊이와 역사를 연관시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상생활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다른 연대감이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계들과 비극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이 소설이 재미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한때 포사이스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추리소설 작가 중에 가장 열심히 읽은 작가 중 한명이다. 새롭게 그의 신작이 나왔는데 어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겠나! 그리고 가까운 보스니아 내전이 원인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제목부터 복수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하지만 피가 튀는 살인보다 좀더 현명하고 어려운 범죄자 체포라는 일로 들어가면서 난이도를 높여 놓았다. 거대한 부와 엄청난 권력을 가진 그가 사라진 지금 그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그의 의뢰인은 억만장자고 그는 주변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조력자가 있다. 그 조력자들이 마지막까지 그를 돕는 것을 보는 순간 역시! 라는 감탄사를 뱉어낸다.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치밀하게 계산된 등장인물들이 끝없는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이다.


책을 읽다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 있다. 먼저 미국에 대한 외국인들에 대한 의견을 생각하는 CIA 요원의 생각이다. 10퍼센트는 진정한 반대, 나머지 90퍼센트는 질투란 문장이다. 외국과 테러에 대한 작가의 시각과 함께 이 문장이 과연 작가의 의견인지 아니면 비틀어 표현한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오만함과 강력함을 생각하면 그 진의를 조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된 것이다. CIA가 조란의 위치 등을 알면서도 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캘빈의 행동을 막으려고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임무를 완수한 시점이 2001년 9월 10일인 점이다. 그 유명한 9.11 하루 이틀 전에 조란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을 잡으려고 한 CIA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물론 작가는 조란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9.11은 일어났을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하지만 그 날짜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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