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찾기 케이스릴러
김하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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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스릴러 소설이다.

마피아 게임을 응용한 연쇄살인마 찾기가 닫힌 공간에서 일어난다.

이와 비슷한 설정의 소설들을 어딘가에서 보거나 들은 것 같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 하나의 무대를 위해 상당히 공을 많이 들였다.

도입부에 모두 같은 의상을 입고, 목소리 변조하고, 참여 목적까지 세밀하게 조정했다.

단순히 같은 의상을 입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신체의 크기까지 비슷하게 만들었다.

음성 변조기를 통해 드러나는 목소리와 행동 등을 통해 사람들을 구별한다.

지독하게 개성을 삭제한 이 의상과 장치는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장한다.

밖에 나가도 누군지 알 수 없고, 자신들의 상상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바로 이 철저함 속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일어난다.


경찰청에서 갇힌 공간 속에 사람들을 넣고 일주일 동안 실험을 한다.

모두 2차 걸친 실험은 단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단순히 돈이 목적이다.

2번에 걸친 2주 동안의 실험을 마치면 5천만 원이 그들의 손에 떨어진다.

첫 번째 실험 이후 다시 모여들었는데 목소리와 행동만으로 누군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 나온 문제들이 이전과 다르다.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상황 설정으로 참여자들을 이끈다.

정답은 없고 예측자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맞추면 상금을 받는다.

예측자는 자신이 찍은 것을 말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결정에 간여할 수도 없다.


두 번의 게임이 끝난 후 스피커를 통해 경찰 주최자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두 번째 실험이 경찰청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고, 이전 참가자 중 피살자가 있다는 것이다.

주최자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나고, 일부 참여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모두 이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프로파일러 홍기중이 이 게임에 참여한다.

자신들의 대화가 참가자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자신도 이 닫힌 공간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첫 실험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참가자들에게 말한다.

두 명이 피살당했고, 그들 대신 경찰이 그 둘 대신 이 실험에 참가했다고 말한다.

철저한 익명성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은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과 불법적인 감금 등에 폭발한 참가자 한 명이 기중에게 폭력을 가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중은 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갇힌 공간 속에서 시간이 흘러갈 때 과거의 사건이 하나씩 끼어든다.

기중은 관절들이 꺾인 시체와 다른 모습의 시체를 보고 같은 살인자라고 판단한다.

다른 방식의 살인이기에 경찰들은 다른 살인 사건으로 생각한다.

기중은 시체의 모습이나 살해 도구뿐만 아니라 범인의 발자국에 눈길을 준다.

이 살인 사건은 물론 해결되지 않았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이 실험으로 범인을 잡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범인을 찾기도 전에 두 명의 피해자가 나오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가 이 실험 현장 속에 뛰어든 것도 자신이 예상한 범인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서다.

강제로 모두 갇힌 공간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거짓이 난무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중이 이 실험 속에 들어오면서 모두의 익명성은 사라졌고, 그들은 예상 외의 상황을 마주한다.

앞부분이 설정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누가 범인인지 본격적으로 찾아야 한다.


용의자들로 가득한 밀폐된 공간, 알리바이에 대한 거짓말들.

첫 실험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연쇄살인범의 확실한 존재감.

알려진 실험의 의도와 다른 방식의 전개와 참가자들을 압박하는 현실.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과 이 실험의 본 목적은 잘 숨겨진 채 진행된다.

마파아 게임의 변형인 이 실험은 뛰어난 가독성으로 후반부에 정신없이 달리게 한다.

후반부에 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기중의 의도가 하나씩 펼쳐진다.

독자는 작가가 깔아둔 길 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누가 마피아인지.

마피아를 밝혀낸다고 해도 그가 연쇄살인자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후 펼쳐지는 사건들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이자 후속편의 암시다.

프로파일러 홍기중의 다음 활약과 그의 바람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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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총무부 클리닉과입니다 네, 총무부 클리닉과입니다 1
후지야마 모토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빚은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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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유익한 소설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가끔 망상에 빠지는 전 총무과 직원이자 현 클리닉과 의료 사무원 마쓰히사.

클리닉과의 과장 겸 의사이자 미남인 모리.

클리닉과와 함께하는 약국과의 과장 겸 약사이자 역시 미남인 사나다 등이다.

이들은 사장의 명령에 의해 새롭게 신설된 클리닉과에 발령났다.

기존 직원은 마쓰히사 혼자고, 둘은 외부에서 영입되었다.

이 호스트 같이 미남인 둘은 보통 밖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전문직이다.

이 둘과 함께 각 부서를 도는 마쓰히사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긴장감 때문에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한다. 심인성 빈뇨증이다.


존재감 없이 회사 생활하는 것을 신조를 가진 인물이 마쓰히사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행동이 신설 클리닉과로 발령나게 했다.

그녀가 모리와 사나다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만 긴장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첫 인상으로 둘을 호스트바의 호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약간 의외의 장면이ㅏ.

이 두 미남과 함께 돈 첫 부서 회진에서 자신을 따 시킨 동료를 만난다.

그녀의 결혼 소식을 처음 듣고, 이 미남들과 함께 근무한다는 사실에 괜히 기분 좋아한다.

이 부서에 발령받기 전 3개월 속성으로 의료사무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왜 그녀가 이 부서로 발령나게 되었는지는 마지막 이야기에 나온다.

그리고 그 과정에 왜 이 부서가 생겼는지 알려준다.


다섯 장으로 나눠 회사와 클리닉과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스트레스와 과민성대장증후군, 입냄새와 구강 관리, 요통, 고차 기능 불균형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낯선 것은 고차 기능 불균형인데 다 읽어도 쉽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내 환기의 중요성을 먼저 다룬 것은 가장 쉽게 수치로 나오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 되면 환기는 거의 하지 않는데 이때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

이때 사람들이 졸려 하는데 단순히 식곤증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심인성 빈뇨나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둘이 사내 식당에서 밥 먹는 장면은 또 어떤가.

서로가 공감하는 대목에 이르고, 이 곰감은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녀가 본 모습은 나중에 환자의 질병을 진단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구취 문제로 넘어가면 유익한 이야기가 더 늘어난다.

헬리코박터균, 구강 악취 등이 나오고, 꾸준한 관리 방법도 알려준다.

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지, 주변사람들이 왜 쉽게 말하지 못하는지도 말한다.

구강 악취의 대상자를 클리닉과로 불러들이기 위한 작전과 노력은 대단하다.

결국 앱으로 이것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대상자를 유혹한다.

놀라운 점은 이런 앱의 개발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알 수 없는 시간의 틈을 이용해 그 앱을 개발한 것일까?

이 사내 앱은 요통 편에서도 재미있는 활약을 펼친다.

급성 요통으로 실신까지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는다.

이 소설의 재밌고 유익한 점들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대목들이다.


청소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모르지만 이 클리닉과는 특이하다.

위기에 나타난 사장이 직원들의 복리를 위해 시도한 두 가지 일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구내 식당의 질을 대폭 높이고, 다양화한 부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구내식당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고, 부러웠다.

회사의 변화와 더불어 두 의사와 약사의 행동도 톡톡 튀는 재미를 준다.

약사 사나다의 놀라운 친화력과 의약품 판매 능력은 과거 이력과 더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의사 모리 과장의 이상한 행동과 모습은 스마트안경과 연결되고 기존 의사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모리의 진료를 통해 현재 병원들이 왜 그렇게 약을 처방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단순히 시험 점수가 높다고 의사가 되는 세태를 비판한다.

이 부분은 현재 한국의 의사들을 생각할 때 더 공감하게 된다.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듯한데 다음 권은 어떤 유익한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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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출근합니다 소원라이트나우 7
김선희 외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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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라이트나우 시리즈 7권이다. 이 시리즈는 처음 읽는다.

아르바이트를 소재로 한 앤솔러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청소년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낯익은 작가들이 보여 선택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가끔 무거운 이야기도 같이 담겨 있다.

알바에 필수적인 계약서와 아동 학대, 노인 문제 등이다.

다양한 장르를 이 앤솔로지가 담고 있는데 당연히 작가의 선택 사항이다.

장르 속에서 청소년들의 성장과 활약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김선희의 <인형의 탈을 쓰면>은 인형 탈 아르바이트와 로맨스를 엮었다.

친구 대신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한 후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익명이 보장되어 있다 보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러다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 두근거리는 감정과 엮이고 꼬인 관계와 상황 등이 재밌게 풀린다.


범유진의 <마법소녀 계약주의보>는 최근 자주 보는 마법소녀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다.

지나는 마법 생쥐 핑키에 의해 마법소녀 틴틴이 되어 악덕 고용주를 처벌한다.

그녀의 마법 총알을 맞으면 악덕 고용주들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알바생에게 사죄한다.

수많은 알바생들에게 이 마법소녀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핑키와 틴틴 사이에는 정확하지 않은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

악덕 고용주를 응징하는 틴틴이 핑키의 음모에 놀아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비슷한 상황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정해연의 <그 아이>는 미스터리처럼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첫날부터 매일 밤늦게까지 편의점에 앉아 있는 그 아이가 이상하다.

홍구는 혹시 하는 마음에 인터넷검색을 하는데 아동학대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확신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는데 몸 어디에도 학대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 민준의 말을 들으면 단순히 부모가 늦게 들어와 혼자 있기 무서워 편의점에 있는 것이다.

민준은 자신의 부모가 가난해 늦게까지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민준의 부모는 시의원과 대학교수다.

다만 아이를 방치하고 제대로 돌보지 않을 뿐이다.

아이의 착각, 부모의 방치, 집에 홀로 있는 두려움 등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부모님의 일상을 진한 여운과 함께 전달한다.


박하령의 <역방향으로 원 스텝!>는 SF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작가는 처음인데 쓴 책 중에 낯익은 제목이 보인다.

AI와 노인문제를 엮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무시무시한 미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작가가 곳곳에 풀어놓은 AI우울증이나 미래의 모습은 장편이 된다면 더 멋질 것 같다.

시간되면 집에 있는 책을 찾아 한 번 읽어봐야겠다.


허진희의 <호 탐정의 조수가 되고 싶어>는 부녀 관계를 이야기한다.

딸 나리는 현실 속 아이돌콘서트를 바라지만 아버지는 미래의 부를 쫓는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재건축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이 올라가길 바란다.

부동산 앱 <부동산은 미다스>에 어느 날 자신들 아파트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아빠는 이 인물을 7층에 사는 사람이 미다스의 딸이라고 단정하지만 나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할머니를 도와준 7층 여성의 정체는 탐정이다.

그녀는 탐정 직업을 좋아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상한 인물이다.

호 탐정은 나리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면서 미다스의 딸을 찾으려고 한다.

마지막에 미다스의 딸 정체가 드러나는데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한데 장편이나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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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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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정말 읽는 내내 나의 회사 생활을 돌아봤다.

공감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그럴 것이다.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책으로 나왔다.

한 컷 만화가 이런 재미를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읽으면서 신문의 시사만평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컷 안에 핵심을 콕 집어넣어 크게 공감하게 한다.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도 ‘한국이라면 가능할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직장인에게 퇴사욕구는 당연한 욕망이다.

아닌 직장인이 있다면 그 직장인은 회사에 세뇌된 직장인이다.

아니라면 자신의 직장이 주변 사람들보다 월등히 좋은 복리와 급여를 주거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속된 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계속 다닌다.

취준생들이 듣는 자아실현이니 하는 헛소리는 경영인들의 바람이다.

아니라고? 자아실현 중이라고? 그럼 당신은 그들이 바라는 좋은 직장인이다.

장기근속하는 직장인에 대한 작가의 표현은 너무 적확하다.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에 실패한 직원이다.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면 이런 직원(나 포함)들을 많이 본다.


예전에 비해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당연한 듯하던 야근이 거의 없어진 듯하지만 아닌 회사도 많다.

야근을 보는 상사의 시선과 평가가 엇갈리는 만화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빨리 퇴근해라고 말하고, 카톡으로 일거리를 주는 상사로 가득한 회사로 변했다.

직원과 회사의 변화 싸움에서 회사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이 오피스툰 그대로다.

회사 생활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기에 오래 다닌 직장인일수록 더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의 회사가 최신 변화를 수용했다면 ‘나때는 말이야’를 말하겠지만.

영업전략 편에서 매출하락의 핑계들은 정말 익숙한 핑계들이다.

아마 몇 년만 회사를 다녔다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일 것이다.


처음 그림체를 보고 미국 그래픽노블 <슈퍼맨>이 떠올랐다.

이 낯선 그림체로 직장 실태를 그려내었기에 약간 거리를 두고 더 웃을 수 있었다.

남의 동네 같지만 나의 직장 생활이란 부분에 더 공감한다.

올드한 느낌의 그림체이지만 섬세한 표정이나 동적 표현이 아주 좋다.

어떤 그림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를 틀린 그림 찾기처럼 찾는 재미도 준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것일까?

이제 몸이 무거워 회사에 속박되어 있는 몸이지만 한때는 매일 퇴사를 외친 적이 있다.

가슴속에 퇴사의 꿈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틴 날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의 무거움에 그 꿈은 사그라지고 이런 오피스툰의 위안으로 버틴다.

회사 휴식시간에 이 오피스툰을 감히 볼 수 없어 집에서 몰래 조금씩 봤다.

혹시 집안밖의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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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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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헤세의 글을 읽었다.

이 책은 헤세의 글을 폴커 미헬스가 엮었다.

헤세의 에세이뿐만 아니라 소설의 일부와 시, 편지들을 같이 엮었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발췌해서 엮었는데 좋은 글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아포리즘 같은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취향을 많이 탈 것 같다.

좋은 글, 의미심장한 문장 등을 모으는 독자에게는 딱 맞을 듯하다.

오래 전 읽었던 그의 소설들을 생각하고 다가 간 나에겐 소설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를 좀더 잘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읽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데 갑자기 중략된 부분이 나온다.

소설의 일부를 인용한 글이라 생략한 듯하다.

아주 오래 전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소설의 제목도 보인다.

한때 <데미안>에 빠져 그의 소설을 열심히 찾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소설들은 나의 취향과 동떨어져 있었는데 이번에 그 이유 중 일부를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나의 취향이 바뀌고, 생각도 바뀐 것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부분에 대한 글은 많이 공감한다.

만약 어릴 때 이런 글을 읽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헤세의 긴 세월 동안 쓴 글들을 편집한 이 책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


헤세가 살았던 시기에 두 번의 세계 대전이 있었다.

1차 대전 이후에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이 무너졌는지는 그후 문학에서 자주 나온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은 지식인이라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갖 폭력과 야만이 판쳤던 그 시기는 지금 생각해도 암울하다.

이런 시기를 겪은 탓인지, 인도 철학 등의 영향 탓인지 개인에 천착한다.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글은 공감할 부분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혁명에 대한 반감이 드러날 때 나의 시선도 살짝 날카로워진다.

헤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에 이 반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다시 헤세의 소설을 읽게 된다면 조금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헤세는 삶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면서 살았다.

삶의 고난과 고통, 욕망과 즐거움에 대한 글들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종교와 깨달음에 대한 글들은 진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가슴보다 머릿속에 담아 두고 공부한다면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질 것이다.

개인에 오롯이 집중한 그의 글들은 사람이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개인의 고유성에 대한 이 부분은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인의 지혜에 대한 글은 요즘 같은 시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늙으면서 점점 추악해지는 인간들을 볼 때면 늙는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늙으면서 덜 추악해지기 위해서는 배우고 닦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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