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
존 번햄 슈워츠 지음, 김원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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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커녕 결혼조차 아직 하지 않은 내가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 다만 나에게 내려진 부모님의 사랑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 짐작만으로도 이 소설의 설정을 이해하는데 충분히 가슴 아프다. 가끔은 이해의 한계를 넘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세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피해자의 부모인 에단과 그레이스, 뺑소니 가해자인 드와이트. 이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면서 가끔 겹치고, 헤어지고, 느끼고, 갈등하고, 아파한다.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의 수만큼 사연이 있다고 한다. 가해자인 드와이트가 그런 사고를 일으킨데는 사연이 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사고를 무시하고 평온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양심과 현실에서 느낀 그의 갈등을 조금은 이해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욕하고 비난해야할 그의 행동에 연민을 느낀다.

 

드와이트와 달리 에단과 그레이스는 자신들 삶의 한 축이 무너졌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사고로 그들의 세계는 산산조각 난 것이다. 누구의 실수도 잘못도 아니지만 그 상황과 결과는 너무나도 끔찍하고 도저히 잊을 수 없다. 하나의 상실에 대처하는 이 부부의 각각 다른 삶을 보면 나는 어떤 유형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범인에 대한 증오와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 받는 에단일까? 아니면 그 상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 속 사건과 연결하며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그레이스일까? 둘 중 누가 될지 모르지만 그들처럼 미래는 사라지고, 잃어버린 아이와의 추억과 과거에 빠질 것이다.

 

책을 쥐고 단숨에 읽으려고 했다. 많은 분량도 아니고 생각보다 매끄럽게 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정한 나의 마음과 소설에 담긴 아픔 때문인지 단숨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새롭게 이어 읽다보니 그 상황을 넘어 그들 각각의 마음과 아픔과 괴로움이 조금씩 가슴에 다가왔다.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받아들임으로 아픔을 풀어낸 것이다. 책의 결말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모습으로 끝났고 너무 급한 마무리는 여운이 많이 남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결말 이후 각각의 가족 모습을 작가가 보여주길 바랐던 것이다. 단순히 내가 상상한 것과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는 하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각 화자들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느낀다면 재미있는 소설이 될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가슴과 부딪히는 충돌을 느낀다. 하나의 사고로 각각이 느끼는 죄의식과 갈등과 고통과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다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이 끝난 이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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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과 신하, 부국강병을 논하다
신동준 지음 / 살림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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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국강병을 서로 의논하는 내용은 어디에 있나? 궁금하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부국강병을 위해 왕과 신하가 어떻게 정책을 펼치고 이를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내용보다 저자는 군약신강(君弱臣强)을 기본 전제로 조선왕조 500년을 풀어내고 있다. 이전부터 조선왕조의 유학자의 나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더욱 강하게 성리학자들의 나라로 변하면서 조선이 망하게 되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몇몇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것이 왜곡된 통치구조의 문제인지는 더 많이 논의되어야 할 대목이고 개인적으론 반대 입장이다.

 

기본 전제 조건이 군약신강이다보니 왕권 강화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작가의 시각이 보인다. 그리고 명청의 엄청난 황권과 비교하여 전개하는 곳을 볼 때마다 그 제국의 수명이나 수많은 문제점들이 먼저 생각이 났고, 이후 저자가 세도정치를 다룬 장에서 이를 비교한 대목은 차이를 위한 비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세도정치가 왕권을 내세우지 않았고,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명대의 척신정치와 다르다고 하지만 황권을 자신들 마음대로 휘두르고 황제마저 바꾸었다는 사실을 보면 긍정하기가 힘든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느끼는 몇 곳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기존에 읽은 책들과 상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세조와 연산군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부분이 있지만 납득하기 힘든 무리수도 많다. 세조의 왕위 찬탈은 선양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말하지만 단종의 죽음이나 김종서 등의 역모설을 그대로 주장하는 것은 분석의 틀을 군약신강에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이 세조를 무도한 사람으로 보게 된 것을 이광수의 ‘단종애사’라는 소설 탓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약간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 세조의 왕위 찬탈을 두고 다른 평가를 내린 이덕일이 조선왕조의 잘못이 여기서부터라는 대목을 생각하면 너무 다른 분석이다. 아마 저자가 왕권 강화를 통치의 정론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연산군에 대한 저자의 다른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에 나온 내용만으로 저자의 의견에 동조하기는 어렵다. 반정세력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패도가 불러온 단순한 사림의 반격이라는 논리엔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저자가 “객관적으로 볼 때 연산군이 내세운 ‘신강=망국’이 더 근원적인 망국 논리이다” 대목에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림이 정권을 잡고, 붕당으로 당파싸움이 벌어지고, 조선 후기 세도정치 등으로 이어지며 망국으로 끝나지만 과연 신하들의 세력이 강했다고 나라가 망했다는 논리엔 거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하게 보아 황권이 그렇게 강했던 명나라가 더 짧은 시간에 망한 것이나 다른 왕조들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역사서도 개인적인 이론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새로운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사실에 놀라고, 거부 반응도 생기긴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나 시대에 대한 것이지 왕조 전체인 경우는 드물다. 특히 이 책을 보면서 놀란 것은 실록에서 다룬 많은 모반에 대해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안평대군, 남이, 정여립 등의 모반설이다. 민란이야 명확한 실체가 있고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지만 이들의 역모설은 아직도 논쟁 중이거나 부인하는 사가들이 많음을 생각할 때 저자 자신도 혹 군강을 위해 무시하고 지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통 책을 집어면 단숨에 읽어나간다. 한 자리에서 모두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책만 읽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기본적인 분석틀이 나와 맞지 않았고, 가끔 나오는 문장에 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지 않나 의심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륜의 운하설이 부국강병책의 고심이라는 대목이나 서울의 수도가 중국의 북경이나 일본의 도쿄에 비해 역사가 짧다는 매목 등이다. 어쩌면 나의 과민한 반응일 수 있다.

 

쉽고 빠르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분석의 틀에 동의하지 않지만 장점은 있다. 방대한 왕조사 전체를 다루면서 새롭게 생각하고 논의할 대목을 많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몇몇 사람에게 집중된 연구나 그대로 믿어온 사건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지게 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역시 제목에 불만이 있고, 조선 왕조 역사에 대한 입문서로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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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의 거짓말 - 식품과 약이 어떻게 당신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가?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 신현승 옮김, 김양중 감수 / 시공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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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많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나 의심은 했지만 그래도 믿었던 것들로부터 내침을 당하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세계적인 제약회사 등과 관료주의에 대해 분노한다.

 

책 속에 공포와 불안을 약품 판매에 이용하였다는 예가 나오는데 이 책 또한 엄청난 공포를 준다. 이 책대로라면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것에 이미 유해 합성화학물질이 몸속 깊숙이 침투하였다. 저자 자신의 경험이나 다른 검사 결과를 보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 하나가 있다. 화장실 벽장 속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약병들이다. 진통제를 비롯해 다양한 약병들은 약물중독인지 아니면 일상적인 삶에 늘 벌어지는 것인지 호기심이 생겼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었다. 합성화학물질에 중독되어 병을 얻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심각한 약의 과다사용의 결과 때문인지 캘리포니아 주의 강과 개울의 60%에서 높은 비율의 의약물질들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남은 처방약품을 하천이나 화장실에 버렸기 때문이라 한다.

 

이 책은 합성화학물질의 광범위한 사용과 그 부작용에 대해 조사하고 추적한 결과물이다. 부제는 식품과 약이 어떻게 당신의 건강을 해치고 있을까? 인데 역시 핵심은 합성화학물질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회사와 이에 협력하는 비양심적 과학자들이다. 또 우리가 흔히 미국 FDA가 인정한 의약품이라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도 깨버린다. 이미 다른 곳에서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신약 등에 FDA가 하는 것이 검사가 아닌 대부분 제약회사 등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하는 정도라는 사실과 의혹을 덮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합성화학물질에 의한 전 지구적 오염에 대한 예로 나온 것 중 북극곰이 양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염물질이 대기를 타고 날아가 북극에 안착하고, 이로 인해 먹이사슬의 상단에 있는 곰이 중성화되었다는 것이다. 남극이나 북극이 청정지역일 것이라는 믿음이 깨어진다. 또 8살 정도의 여아들이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하거나 남자들이 유방축소수술을 받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기록은 단순히 호숫가나 바다에서 잡힌 이상한 물고기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한다.

 

책 첫 부분에 나온 끔찍하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만약 우리가 식인종이라면 인육은 십중팔구 식용에 부적합하며 판매금지 당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수많은 합성화학물질에 중독되어 있다는 표현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에는 순정식약품법으로 형성된 믿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여 삶의 통제권을 산업자본에 넘겼고,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거짓과 통념에 우리가 휘둘린 결과이기도 하다. 또 정부가 이 믿음의 통로로 이용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한다.

 

이런 합성화학물질에 대한 저자의 조사결과에 동의하지만 몇 부분에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서양의학의 실패라는 부분과 고대동양의학에 대한 과신이다. 과학과 통계로 인해 현대의학이 어떻게 수많은 발전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결여되어있고, 고대의학에 대한 몇 가지 특이사항을 너무 부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 서양의학에서 제약회사와 결합한 의사들이 과도한 처방전과 한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가장 유용한 의학수단이다. 또 고대동양의학의 신비를 너무 부각한 부분은 검증의 단계를 충분히 거치지 않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연구하고 그 장점을 취하는 것이다.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들이 만들어지지만 이에 대한 검사가 없거나 하나의 화학물질이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일으키는데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연구조차 방해를 받거나 나온 결과마저 왜곡되는 현실은 무섭다. 다른 의학 관련 서적에서 현대인들의 수명연장이나 건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전보다 개선된 상하수도 등의 생활환경개선과 풍부한 식생활을 말했는데 역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덜 오염된 곳에서 덜 오염된 식품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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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을 믿지 마라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송미정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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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다’가 예상외의 대박을 터트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온 가타야마 교이치. 그 후 몇 편 다른 작품을 읽어보았지만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다. 그의 베스트셀러 작품조차 나에겐 그냥 평범하였다. 영화로 만들어진 일본 것과 한국 것 모두 보았지만 나에겐 그냥 그런 영화였다. 차라리 다른 소설이 좀더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소설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존 레논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제목과 이벤트 때문이다. 비틀즈에 열광하는 팬은 아니지만 그들이 현대 음악에 미친 영향을 알고 나름대로 좋아하고 존 레논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때문이다. 덕분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한 번 더 읽기도 하였다. 그 소설 역시 나에겐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감성이 메말랐다기보다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가타야마의 소설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나와의 접점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나는 이 소설이 나타내고자 하는 감성이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상상 속의 존 레논이 주인공과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이나 과거와 현재의 여자 친구에 대한 감성 등의 모두가 가슴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동시에 펼쳐지지만 그 두 세계 어디에도 나는 쉽게 접속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존 레논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더 가졌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레이와 유리코에 대한 이야기에서 약간의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두 여자가 화자와 연결되고 감정들을 표출하지만 왠지 건조함만이 나에게 전해진다. 애절한 느낌이나 상쾌한 느낌도 없다. 즐거움도 슬픔도 없는 회색지대에 선 듯하다. 화자를 중심으로 무미건조함이 펴져나가는 느낌이다.

 

많지 않은 분량에 비교적 쉬운 문장이라 읽기 편했는데 나의 이성 한 곳을 건들이고 가는 문장이 있다. 화자 앞에 나타난 존 레논이 자신의 죽음을 아우슈비츠보다 끔찍하다고 한 대목이다. 이유가 아내의 눈앞에서 죽고 자식에게 이별의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흥분하는 것은 일본사람들의 저변에 깔린 인식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으로 당한 피해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그들이 가한 폭력에 대해 입 다물고 있는 현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관동대지진이나 남경대학살이나 731부대의 인체실험 등 특별한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종군위안부나 강제인력동원이나 여러 지역에서 보여준 학살에 대한 반성보다 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더 강하게 주장하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의 피해가 유전으로 이어지고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사전 작업이 없이 너무 했다는 피해의식만 강조하는 모습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작가의 한 문장에 내가 흥분하여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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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나라 1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8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책세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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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구성과 진행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성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이럴 줄은 몰랐다. 복잡하고 어려운 구성이라기보다 낯설고 독특하다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이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기에 큰 당황은 없었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야할지 지금도 어렵다.

처음엔 추리소설 분위기가 풍겨 가볍게 넘어가겠는데 하는 순간 갑자기 모옌과 리이또우의 편지가 끼워들고 또 리이또우의 단편소설들이 실린다. 이것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분명하고 쉽게 읽겠지만 리이또우의 소설이 모옌이 엮어가는 이야기에 중요한 소재가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진행은 묘옌의 ‘술의 나라’가 빠르고, 이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리이또우의 소설로 나오는데 가상의 도시를 전제로 만들었다지만 상당히 혼란스럽다.

기본 줄거리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검찰청 특급 수사원 띵꼬우다. 주꾸어에서 아이고기를 먹는다는 편지가 오면서 수사하기 위해 도착했는데 이 인물이 전혀 특급 수사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자꾸 권하는 술에 취하고,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상실하면서 자신감도 잃어버린 것이다. 추리소설 같은 분위기로 시작한 초반을 한밤중의 괴이한 모험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명확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보다 환상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하면서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리이또우의 편지와 소설이 주꾸어의 대한 정확한 실체를 잡는데 어려움을 준다. 개별적인 이야기지만 결코 독립적으로 볼 수 없는 소설들이 띵꼬우의 행동과 맞물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모옌이 직접 등장하면서 더 섞여버린다. 리이또우가 작가의 또 다른 분신이거나 문학청년의 모습이고, 띵꼬우가 작가가 창조한 인물임을 알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수많은 술 이름과 괴상한 요리와 아이고기가 실재하는가 등의 문제로 머릿속은 이미 복잡하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고,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세계는 녹녹하지 않다.

술의 나라라는 제목처럼 술에 대한 예찬과 엄청난 주량을 가진 인물이 나오고, 술이 빠진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윤곽을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 자체를 즐기려고 하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여기부터는 띵꼬우의 이야기보다 모옌과 리이또우의 이야기와 리이또우의 소설이 새로운 재미를 준다. 주꾸어에 대한 리이또우의 소설은 그 도시의 참모습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미로를 헤매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마지막 장면은 단절감을 느끼게 하는데 참으로 특이한 재미와 어려움을 준다. 역자와의 대화에서 본 그에 대한 글들은 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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