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기쁨 1 - '신의 물방울' 저자 아기 다다시
아기 다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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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맛을 잘 모른다. 체질적으로 술을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붉어지기 때문이다. 술자리는 자주 간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나에게 끝없이 술을 권하지만 않는다면이란 전제 조건이 붙는다. 이런 내가 와인에 대해 알 턱이 없다. 선물로 들어오는 것이나 선물로 주면서 같이 마신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마시고 싶어 산 적도 없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 수많은 와인들 중에 과연 어떤 와인이 내 입맛에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라도 소주처럼 싸다면 사놓고 마시면서 선택하겠지만 그 가격이 만만하지 않음을 생각하면 더욱 어렵다.

 

기억 속에 참 맛있게 먹은 와인이 두 병 있다. 하나는 동생이 프랑스 출장 다녀오면서 사온 것이고, 하나는 와인판매점에서 추천 받아 마신 칠레산 와인이다. 불행하게도 와인 병들이 귀찮아 치우면서 상표명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게 먹은 프랑스 와인의 경우 이 책의 저자가 말한 천지인이 결합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나의 입맛에 맞았다. 이때부터 선물로 들어오면 한잔한잔 마시다보니 집에 병들이 제법 모이기도 했다.

 

이때 먹은 여파와 친구 아내가 생일 등의 이유로 모이면 와인 한 잔씩 하자고 하여 사들고 간 칠레 와인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보졸레 누보에 대한 광고 때문에 한 번 사들고 갔는데 샴페인처럼 가벼운 맛에 다음부터 쳐다보지 않았던 기억이나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후 오히려 그 와인의 가격이 더 올라간 것을 보면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조금은 식어갔다.

 

그렇게 식어가는 중에 서점에 가니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가 히트를 치고 있단다. 뭐지? 하고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비싼 와인에 대한 이야기란 것을 알고 관심을 끊었다. 그렇다고 와인에 대한 관심과 마시는 것을 완전히 그만 둔 것은 아니다. 그러다 우연히 ‘신의 물방울’ 9권을 사게 되었다. 이유는 책 뒤에 나오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대의 맛있는 와인에 대한 설명은 다시 불을 붙였다. 해외에 나가면 한 병 사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역시 그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은 외울 수 없어 그냥 들어왔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렇게 나의 경험을 많이 늘어놓는 것은 이 책이 저자의 경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에 대한 풍부한 정보도 있지만 와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고 경험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최고로 치는 와인을 제외하면 머릿속에서 싼 가격의 좋은 와인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와인에 대한 갈증과 기억만 살아있다. 그래서 다시 목차를 한 번 보니 와인에 대한 기초 정보도 충실하다. 디캔팅에 대한 것이나 라벨 읽는 법이라거나 와인산지에 대한 정보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내가 와인에 대해 암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이런 정보는 책을 들고 다니거나 필요한 것만 메모하여 가지고 있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와인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이 글을 쓴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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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비룡소 걸작선 49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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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고 난 후 역자 후기에 이전에 다른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 번 찾아보았다. ‘이쉬타르의 문’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표지가 비슷했다. 개인적으론 이전 표지가 마음에 든다. 이번 표지에선 왠지 모르게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표지를 찾아 비교하면 닮은 점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아마 그림자처럼 처리된 인물과 박물관이란 이름이 섞이면서 이런 상상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이런 재미난 상상을 하게 하면서 소설은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줄거리만 따라 간다면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 담겨 있는 세계관을 생각하면 나와 맞지 않다. 친유대적이고 성경에 너무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친유대적이란 의미는 내가 유대인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소설 속에 나오는 기본 바탕이 유대의 경전에서 말하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다른 나라의 전설이나 신화를 여기에 맞추어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악당 크세사노와 그를 물리치려는 쌍둥이 남매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경찰이 아버지가 도둑이라고 하면서 집을 조사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지? 이렇게 그들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고 있었다. 집에 있는 사진들이나 일기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일부 찾지만 전체적인 것들을 완전히 떠올리지는 못한다. 아버지 일기에서 힌트를 얻은 그들은 아버지 찾기에 나서고 그 도중에 남동생 올리버는 크바시나라는 잊어버린 기억의 세계로 넘어가고, 현세에 남은 제시카는 미리엄이라는 학자의 도움으로 잊어버린 아버지와 동생과 세계를 구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쌍둥이라는 인물과 현세와 환상의 세계를 동시에 그리면서 상황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짐작하게 한다. 두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크바시나는 동생 올리버가, 베를린은 누나 제시카가 있으면서 비밀을 풀고 세계와 자신들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개는 양 세계를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이런 평범한 구성이지만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특히 크바시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환상소설이 주는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동료들을 만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그 친구들이 특이하다. 페가수스나 유리로 만든 벌새 니피나 나폴레옹의 망토였던 코퍼나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엘레우키데스에 붓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말하는 생명체가 아닌 존재도 이곳에선 살아 움직이고 존재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특이한 동료들과 함께 어려운 일들을 겪은 후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성은 약간 흔하지만 역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새롭게 만들어낸 다른 존재들로 재미를 준다. 대상이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라면 진부하다는 표현을 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올리버가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험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환상적이다. 반면에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조사 과정은 아이들에겐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한다. 크세사노의 정확한 이름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역사를 끌어오고, 유대 성전에 나온 기록과 연결시키는 일들이 굉장히 정밀하고 많은 자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소설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너무 아이들을 낮추어 본 건가?

 

미하엘 엔데가 ‘모모’에서 시간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은 ‘기억’을 다룬다. 기억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놓으면 역사가 될 것이다. 가까이는 르완다로 대표되는 아프리카의 대학살이나 나치의 인종말살 정책 등의 무시무시한 것들이고, 더 멀리 가면 구약에 기록된 것들일 것이다. 특히 “지난 수천 년간 사람들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우주관을 만들어 냈지. 특별히 견고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통해 인간들은 성경이 요구하는 의무를 회피할 수 있었지. 불행히도 인간들은 그것 때문에 자기 자신의 과거를 죽여 버렸지.” (2권 60쪽)라는 문장은 앞에서 말한 유대적인 종교 색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느낌을 준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이나 독일의 수많은 반체제 인사나 장애인들을 학살했다고 하면서 잊지 말라고 하는 부분에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학살되는 현실을 말하지 않은 점에선 아쉬움을 느꼈다.

 

또 하나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면서 인류가 전설이 자기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하면서 다시 성경을 말한다. 이 부분도 역시 개인적 생각과 너무 갈리는 부분이다. 원리주의자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저자가 유대인이 아닌가 의문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런 종교적 상징과 강조가 남발하면서 개인적인 사상과 충돌하였다면 두 남매가 펼치는 모험은 빠져들게 만든다. 구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역사로 더 재미있을 것이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남매가 두 세계에서 벌이는 모험과 조사로 충분한 재미를 누릴 것이다.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아쉬운 점이 있었기에 글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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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권력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 이용주 옮김 / 알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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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유럽은 지도 상단에 표시되어 있고 아프리카는 지도 하단에 표시되어 있을까? ’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뭔가가 머리를 후려치는 듯했다. 만약 어린 아이들이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겐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와 반복적인 교육에 의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지도 작성 방법 속에 그 시대의 이권과 지배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은 못했다. 그래서 지구를 이러 저리 굴려보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놀라운 광고문구 때문인지 모르지만 약간은 지도와 권력이라는 제목에서 좀더 격렬하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전개와 예시를 기대했다. 하지만 원제인 투영의 힘(The Power of Projections)에서 알 수 있듯이 지도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제작을 위한 탐험 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하나의 지도가 그 시대를 어떻게 대변하는지와 어떤 목적으로 제작되고 이용되는지 보여준다. 처음 기대한 발상전환의 공격도 사람을 잡아당기는 상황들도 거의 없다.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몇 번 나오는데 그것은 남북한 분단과 독도 문제와 서해 문제가 하나의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럽의 관점에서 진행된 이야기들이라 낯선 지명과 생소한 인물들로 속도는 더디게 진행된다. 그런 중에도 날카로운 지적과 지도 제작을 둘러싼 의도와 목적과 역사는 재미를 준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역사 속 지도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자주 지도 제작자가 위치, 방향, 거리, 크기, 모양 등의 외부세계를 부정확하게 묘사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지도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지도 제작자의 의도를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투영도법에 따라 유럽대륙이 실제보다 크게 부각되고, 날짜 변경선등이 정해지는 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지도를 ‘시간에 펼쳐진 공간의 지성화’라고 규정한 한 것은 놀라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우린 일상생활에도 지도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목적지를 찾아가거나 소유지 분쟁 등의 개인적인 부분에서 국경선 등의 영토 분쟁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그 한 예인 독도가 민족감정과 함께 반드시 사수해야할 영토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해양자원에 대한 경제적 이익이 깔려있음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쟁이 발생한 것도 저자가 지적하듯이 일본에 의해 식민지가 된 이후 일본해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간도 문제까지 엮어 생각하면 지도 제작이 국력과 일치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모험과 도전과 경제적 수탈과 이데올로기는 이 책 속에 잘 나와 있다. 특히 베트남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이 남북 베트남 군사 경계선을 새로운 국경으로 간주하고 미국 개입을 정당화 하였다는 대목에선 현재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다른 분쟁 지역에서 지도가 어떤 모양으로 구분되어지는가가 그 나라들의 목적과 연결됨을 생각하면 그냥 단순히 볼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면적에 상관없이 보이는 것에 의해 미국이 크니 중국이 크니 소련이 크니 하고 다툼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함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숨겨진 의도에선 무서움을 느낀다.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냉전 이후 인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가들이 급증함에 따라 피와 문화가 지도 단위의 이미지를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쿠르드 족이나 티베트가 독립된 국가가 아니지만 마음 속 지도엔 그 영토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분산된 나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위해 독립을 추구하지만 실제는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유럽 연합이나 아프리카 연합처럼 연방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블록화를 생각하면 동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였던 투영도법에 의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저자의 문장을 인용함으로써 아쉬움을 달래려고 한다. “투영도법은 지도학, 영화(제작)학, 심리학뿐 아니라 국제정치학과도 관련된 개념이다. 국가는 식민지와 기지 그리고 군사적 권리를 탐색하면서 해외로 ‘권력을 투영’하는 일에 관여한다. 따라서 메르카토르 투영도법은 유럽의 팽창과 쌍을 이루며, 지도는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적 계획과 연관되었다. 한 지역에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곳에 영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며, 여행 경로에 대한 정보는 군사 작전과 영리 사업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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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 - 단 하루도 거르지 않게 만들어주는 혁명적 플랜기술
와타나베 미키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더&리더(리더앤리더)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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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이다. 사실 나는 플래너가 뭔지도 모르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근데 왜 이 책을 읽었냐고? 약간 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하면 답이 될까? 회사 일을 하면서도 일일, 주간, 월간 업무 보고를 하고 계획표를 간단히 작성한 경우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나만의 계획표를 별도로 만든 적은 없다. 다만 탁상달력에 그때마다 할 일과 해야 할 일과 약속 등을 적어놓고 관리한 것이 전부다.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 중요성을 부여한 이 책이 또 하나의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자기계발서를 기껏 몇 권 읽지 않는 나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에 약간 거부감도 있었다. 허나 몇 쪽 넘기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본 후 단순한 플래너 작성을 넘어 실천을 옮기기 위한 실무서적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정신을 강조하는 수많은 책들과 달리 구체적인 작성과 기본 전략에 충실한 구성은 소위 말하는 남는 것이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실행하기 쉬운 만큼만 부탁합니다’ 이 문장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을 짜고 실천하라고 말하니 특별한 것이 없을지 모른다. ‘고작 하루뿐인데’하면서 자신을 용서하는 모습에 과거가 겹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를 읽는 즐거움만을 즐기고, 멋진 플래너를 고르는 일만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라는 지적에서 왜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서가 출판되고 비슷한 내용의 책들을 읽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이런 날카로운 지적과 더불어 이어지는 ‘체크와 기록하는 습관’은 필수적이면서 기본적이란 것과 ‘자기의 현실 파악’이란 대목에선 허황되고 과장된 것이 아닌 실현 가능한 계획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또 성급하고 빠른 것보다 ‘슬로우 슬로우’라는 와타미 플랜의 모토처럼 기초를 다지고 체크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완전히 몸에 붙인 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나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미지화하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선 ‘시크릿’을 연상하게 된다. 여기서 이미지화도 ‘슬로우 슬로우’여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자세와 습관화를 플래너와 더불어 익혀가면서 후반부 핵심사항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보다 이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정도 동조했지만 설명을 듣고 난 후는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플래너 작성 및 실행 방법에 대한 것은 책을 통해 혹은 별책으로 딸려온 실천력 트레이닝 노트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책 속에 설명한 수많은 개념과 해석과 설명보다 역시 더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 점이다. 단지 이 책은 그 길을 가는 나를 도와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실천을 빼고 읽는 것에 중독되는 그런 미련한 행동을 반복하는 한 어떤 좋은 책도 그냥 지나가는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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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08-01-1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요새 플래너? 다이어리 철인데... 이 책 저도 서점에서 봤는데, 살까말까 했는데 상걸 그랬나...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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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의 대부분이 소설이고 가끔 인문서적을 읽는 나에게 산문은 약간은 생소한 장르다. 박경철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의 이름을 자주 접한 기억은 있다. 그래서 이전에 그의 출세작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구입하였다. 하지만 다른 책들에게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이사하면서 다른 곳에 묻혀버리면서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나의 손에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그에 대해 조금은 알아보자고 하여 읽었다. 결과는 반은 만족이다.

 

반은 만족이라고 한 것은 잔잔하고 삶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자 한 생각과 달리 약간 작위적이고 뒤끝이 약간 남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을 기반을 두었다고 하지만 그 구성이나 전개에서 풍기는 느낌이 감동이라는 점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소설가들의 산문집을 읽다보면 삶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나 사소한 것 속의 관찰이 조용히 스며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에세이는 뚝 끊어지거나 끓어오르게 한다. 어쩌면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그런 느낌을 더 자아내는지 모르겠다.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울린 것은 3부였다. 부제가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이나 정(情)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나라면 욕했을 영민이 할머니의 영악한 삶이나 정규 씨의 모자람을 이용하는 회사 사람과 그의 안타까운 현실이나 가발 할머니의 애처로운 사연이나 할아버지의 꽃 같은 눈물이나 모두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없이 사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서로를 아끼는 삶에서 부러움을 느끼고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다.

 

물론 다른 부분에서도 좋은 글이나 가슴에 와 닿거나 아프게 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그래도 엄만데 하고 말하며 자신을 자책하는 한 여성의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 시대가 만들어 놓은 환상의 한 자락을 보는 듯하였고, 자신이 힘들 때 도와준 두 친구의 이야기는 부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아들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가서 자신의 불치병을 발견한 이야기나 일말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기대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엔 나도 기도하고 싶어졌다. 불과 10년 전이면 그냥 감동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읽고 지나갔을 이야기가 이젠 하나의 못이 되어 가슴에 박히고,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많은 사연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본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이 풍족함과 거리가 멀다.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사가 처방하는 것이 평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는 것 자체가 굶어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의학의 한계에 의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들의 삶이 지닌 무거움이 더 힘겹게 느껴진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 때문인지 괜히 그를 탓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너무 비약한 듯하다. 단숨에 읽기엔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에 너무 무겁다. 하지만 그의 다른 책을 빨리 찾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불끈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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