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1 - 모든 꿈이 조각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기사에 한 여자의 죽음이 보도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직접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그녀의 이름이 마츠코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펼쳐지는 그녀 삶의 전반기는 가끔은 그녀의 잘못으로 보이고, 가끔은 운명이란 힘의 위력을 느끼게 만든다. 왜 그녀는 그렇게 불쌍한 삶을 살았고, ‘혐오스런’ 이라 수식어를 달아야 했을까? 그 삶을 들여다보면 차라리 ‘불쌍한’이 더 어울리는 여자인데.

 

책은 두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마츠코 본인이고, 다른 하나는 마츠코의 조카 쇼의 시점이다. 쇼는 30년 전 가출한 고모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상경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된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그녀의 집을 정리하러 간다. 그의 옆에서 마츠코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그를 충동질하는 여자 친구 아스카가 있다. 여기서 왜 아스카는 그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궁금하다. 어딘가 마츠코와 접점이 있는 것일까? 그녀와 관련된 인물들이 한 명씩 나오고 쇼도 고모의 삶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죽인 범인과 원인을 쫓아간다.

 

쇼의 시점이 현재라면 마츠코는 과거로부터 시작한다. 중학교 교사로 한참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꿈에 부풀어 있던 그녀다. 하지만 그녀는 한때 우리 영화나 소설에 자주 나왔던 신파의 한 장면처럼 농락당한다. 인격자로 믿었던 교장에게 강간당하고, 잘 처리해보려고 마음먹었던 일이 꼬이며 평범한 삶과 멀어진다. 그 후 이어지는 삶들도 결코 무난하지 않다. 사랑에 버림받고 믿음에 배신을 당하고 그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왜 ‘혐오스런’이란 단어가 붙은 것일까? 그녀의 가출로 그녀의 집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고 부모님이 죽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잘못보다 그녀가 달아남으로써 발생한 여러 가지 일들 때문이다. 그녀가 달아나기까지 벌어지는 몇 가지 상황은 보는 나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왜 그렇게 편법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 하는 안타까움과 자신들만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자로 몰아가는 교장, 교감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또 당당하게 싸우기보다 달아나길 선택한 마츠코의 선택에 분노와 연민을 느낀다.

 

모두 두 권으로 나누어진 소설이다. 한 권만 읽은 상태라 그녀를 죽인 범인을 알 수 없다. 이미 영화로 나왔으니 영화를 본다면 알 수 있겠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츠코의 삶을 더 책으로 보고 싶다. 사랑에 버림받았지만 사랑을 좇는 그녀를 보며 불안감을 느낀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삶과 범인을 추리하면서 책을 덮었다. 이 소설의 부제인 “모든 꿈이 조각난 여자”를 보고 마츠코의 기구한 삶에 관심이 생기고 동시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낀다. 약간 신파적인 삶을 산 그녀의 이야기에 조카의 개입은 일방적인 감정의 흐름을 끊고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과거의 인물을 현재 만나면서 끊어진 삶의 다른 면을 보게 한다. 불쌍하면서도 아둔해 보이는 그녀의 삶을 다음 권에선 어떻게 만나게 될까? 그리고 범인은 과연 내가 예측하는 그일까 ? 아니면 새로운 등장인물일까? 이것은 또 다른 재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로알드 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이미 영화로도 보았지만 영화의 이미지가 책으로 보면서 색다른 모습으로 살아났다. 대부분 영화를 보고 난 뒤 책으로 접하면 영화의 이미지에 압도당하거나 원작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데 이 소설은 그것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한 편의 소설로 다가왔다. 아니 두 가지 다른 매체가 상승효과를 내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 작가의 추리소설가로써의 명성 덕분이지만 최소한 이 책에 관해서만은 아동서적에 대한 작가의 이름을 인정해야겠다. 세계적인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과거에도 한 번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의 영화만 보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움파룸파 사람들을 둘러싼 이야기와 노래에 대한 것은 영화만으로 부족했는데 충분히 그 의미와 해학을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가 비교적 원작의 이미지를 충실히 재연하였다면 원작은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묘한 비판과 유머를 선보였다. 단순히 한 번의 우연이 행운으로 이어지지 않고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찰리의 공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나 자식들의 소원을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황금빛 초대장을 찾는 부모의 모습과 이를 이용한 매스컴의 모습은 다시 보아도 대단하다. 그리고 찰리가 만들어낸 많은 초콜릿과 껌 등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기발한 과자 등을 떠올려주었다. (이 부분에선 해리포터의 작가가 조금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만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는 분량도 많고 약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학년도 부모의 도움을 조금만 받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책이고 많은 것이 담겨있는 책이다. 왜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로 손꼽히는지와 그가 대단한 작가인지를 알게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은 후 영화를 본다면 혹은 그 반대로 본다고 해도 색다른 재미가 함께 할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인물 중심의 소설이다. 강한 인상을 주는 두 인물이 중심을 잡고 그 주변에 그들과 연관된 한 여자가 있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시선으로 구성되어있다. 야스와 고나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야스의 이야기 마지막에 겐짱의 손에 이끌려 그녀가 야스의 집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고나쓰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야스와 겐짱에 대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이 드러난다.

 

강인 인상을 주는 두 인물은 야스와 겐짱이다. 처음 겐짱이 야스를 구타하는 장면을 보고 ‘뭐 이런 놈이 있어’하고 생각했지만 야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목에서 그가 끊임없이 겐짱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당혹스러웠다. 혹시 이 둘이 연인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이어서 나오는 겐짱의 안하무인 행동과 폭언들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거침이 없다. 하지만 주연 배우이고 멋진 매력을 가진 그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엑스트라들이 그에게 저항하는 것은 힘들다. 저항하기 힘든 그에게 빠져있는 인물이 야스다. 그래서 겐짱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고나쓰의 손을 잡고 야스의 방으로 들어와 고나쓰와 결혼하라고 했을 때 주저함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고나쓰에 대해 약간의 흠모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그에겐 그녀보다 겐짱이 더 중요하다.

 

초반이 야스의 시각에서 둘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이 둘을 보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의 관계이기도 한데 자신의 불편하고 짜증나는 감정을 야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푸는 겐짱과 그에게 얻어맞고 살지만 그가 가끔 던져주는 당근과 부드러운 시선들 때문에 그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야스가 있다. 일반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야스는 자신만의 시각과 잣대로 겐짱을 옹호하고 그리워한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사실 이 소설의 어떤 부분은 불편하고 쉽게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

 

고나쓰의 시선에서 본 야스와 겐짱은 또 다르다. 겐짱의 매력에 굴복하고 항상 그를 그리워하는 그녀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 때문에 겐짱이 야스를 멀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진다. 일반적이라면 야스가 고나쓰를 버린 겐짱을 욕하고 열등감에 휩싸여 고나쓰에게 폭력을 휘둘러야 하겠지만 그는 겐짱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폭음과 그녀에게 폭언을 휘두른다. 그의 애정과 삶의 중심엔 항상 겐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가 매우 강한데 어쩌면 피지배자인 야스의 일방적인 집착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야스가 겐짱을 흉내 내는 장면이나 비슷하게 닮아가는 장면은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에서 피지배자였던 사람이 다른 약자에게 다시 지배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한 엑스트라의 모습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읽게 한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나 열 번 괴롭힘을 당하다가 한 번 잘해주는 행동에 감동하는 등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불편하다. 주연이 되지 못하고 주연을 뒷받침하는 엑스트라의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삶에 익숙한 사람에게 주연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오랫동안 새장에 갇힌 새는 새장을 열어주어도 날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야스의 삶은 겐짱이라는 새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허세나 폭언이나 폭음이 더욱 가슴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하게 내려오기 - 인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샤론 다디스.신디 로저스 지음, 김유태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삶에 대한 이야기 중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거나 “시한부 인생”이란 표현을 자주 만나게 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고 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 끝에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끝에 다다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공평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린 그 끝에 도착하기 전에 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마지막 무대에 대한 조언이 있으니 참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구성 자체도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 짧은 하나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조언을 하고 마지막으로 작은 실천할 것을 말하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작가의 직접,간접 경험에 의한 것인데 너무 짧은 이야기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느 순간 적응을 하고 하나의 사연을 읽고 나면 죽음을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에 놀라고,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고, 해야 할 수많은 일들에 약간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모두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의 행복하게 내려오기 위한 방법임을 생각하면 천천히 곱씹어 봐야 할 부분도 자주 만나게 된다.

 

정확히 모두 33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각 이야기가 독립적이고 다른 감정과 실천을 담고 있기에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삶이 있음을 생각하면 또 당연하다. 자신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거나 죽는다는 것에 분노나 두려움이나 암담함을 느끼거나 추억을 회상하면서 마지막을 준비하거나 희망으로 죽음과 맞서거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후까지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조금씩 존경하는 마음이 싹튼다.

 

우린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천국이나 지옥 같은 곳이나 윤회 등의 믿음을 가질 것이고 사후세계 등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이나 그 세계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죽음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것이다. 방법과 가는 길은 다르지만 그 최후의 순간엔 행복하고 편안하길 바란다. 그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살아온 것만큼이나 살아가는 날이 많은 사람에게도 이런 사람들의 경험이나 방법은 배울 점이 많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며, 조금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삶의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ove or Like -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이시다 이라 외 지음, 양억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말이 유행가 가사처럼 너무 흔해 말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너무 쉽게 내뱉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가슴 떨린 말은 ‘너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처음 그 말을 하는 순간의 긴장과 두근거림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단계이거나 깊은 절망으로 빠지는 구렁텅이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그냥 좋아하는 것의 차이가 묘한 경우 이 두 단어의 느낌은 그 경계가 더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일본 작가 6명의 각각 다른 Love 또는 Like 이야기다. 익숙한 작가가 있는 반면에 생소한 작가도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그것은 아마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겪어본 것이고 누리고 있거나 생각한 것들이 이 두 단어 Love 와 Like 가 아닌가 한다. 듣고 싶고 하고 싶은 그 단어들이 살짝 아름다운 이야기로 나를 유혹한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늘 좋아하거나 약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그것은 아마 앞 소설에서 받은 느낌과 문장 탓에 뒤 소설이 낯설게 느껴진 듯하다.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는다면 색다른 느낌과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데 이번엔 “DEAR"가 그런 경우다.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세 명이 한 전학 온 여학생을 좋아하고, 그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이 초반에 몰입하지 못하면서 놓친 몇 가지 사실 때문에 약간 지루한 느낌을 주었지만 다시 앞부분을 읽으면서 뒤 이야기가 풀려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순정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두 소설 “허밍 라이프”와 “바닷가”는 이 소설집에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허밍 라이프”는 우연히 들여다본 나무 속에서 시작한다. 그 속에 남겨진 메모 하나에서 시작된 인연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그 과정은 약간 진부할 수도 있지만 발랄한 대사와 문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누군가의 행위가 아무 관계도 없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문장이 이 소설을 가장 멋지게 이어준다. “바닷가”의 시작은 기적으로부터다. 식물인간이었던 화자가 5년 만에 깨어나고 그 사라진 5년과 그 이전 시간을 돌아보며 현재의 자신과 주변을 말한다.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식물인간이 된 소녀와 그 소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소년의 이야기가 상처받은 소년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다른 빛깔을 품어낸다.

이시다 이라의 “리얼 러브?”는 짧지만 굉장히 인상적이다. 서로 바라는 다른 사람이 있지만 섹스를 하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이 소설집의 제목인 “Love or Like”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좋아하는 1순위가 깨어지는 순간 그 연애 관계도 아닌 그냥 친구 사이가 마지막 문장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갈림길”과 “고양이 이마”는 앞의 소설들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10대 소년을 등장시킨 “갈림길”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과 누군가의 친구라는 사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짝 엿보게 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주춤거리는 한 소년 이야기가 재미있다. “고양이 이마”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마유코의 학창시절과 친구들을 통해 과거가 결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계속 이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과거와의 결별을 통해 자신만의 성을 이룬 그녀가 느끼는 행복감이 조금씩 밀려와 좋은 느낌으로 끝을 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