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인물 중심의 소설이다. 강한 인상을 주는 두 인물이 중심을 잡고 그 주변에 그들과 연관된 한 여자가 있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시선으로 구성되어있다. 야스와 고나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야스의 이야기 마지막에 겐짱의 손에 이끌려 그녀가 야스의 집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고나쓰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야스와 겐짱에 대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이 드러난다.

 

강인 인상을 주는 두 인물은 야스와 겐짱이다. 처음 겐짱이 야스를 구타하는 장면을 보고 ‘뭐 이런 놈이 있어’하고 생각했지만 야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목에서 그가 끊임없이 겐짱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당혹스러웠다. 혹시 이 둘이 연인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이어서 나오는 겐짱의 안하무인 행동과 폭언들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거침이 없다. 하지만 주연 배우이고 멋진 매력을 가진 그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엑스트라들이 그에게 저항하는 것은 힘들다. 저항하기 힘든 그에게 빠져있는 인물이 야스다. 그래서 겐짱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고나쓰의 손을 잡고 야스의 방으로 들어와 고나쓰와 결혼하라고 했을 때 주저함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고나쓰에 대해 약간의 흠모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그에겐 그녀보다 겐짱이 더 중요하다.

 

초반이 야스의 시각에서 둘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이 둘을 보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의 관계이기도 한데 자신의 불편하고 짜증나는 감정을 야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푸는 겐짱과 그에게 얻어맞고 살지만 그가 가끔 던져주는 당근과 부드러운 시선들 때문에 그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야스가 있다. 일반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야스는 자신만의 시각과 잣대로 겐짱을 옹호하고 그리워한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사실 이 소설의 어떤 부분은 불편하고 쉽게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

 

고나쓰의 시선에서 본 야스와 겐짱은 또 다르다. 겐짱의 매력에 굴복하고 항상 그를 그리워하는 그녀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 때문에 겐짱이 야스를 멀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진다. 일반적이라면 야스가 고나쓰를 버린 겐짱을 욕하고 열등감에 휩싸여 고나쓰에게 폭력을 휘둘러야 하겠지만 그는 겐짱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폭음과 그녀에게 폭언을 휘두른다. 그의 애정과 삶의 중심엔 항상 겐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가 매우 강한데 어쩌면 피지배자인 야스의 일방적인 집착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야스가 겐짱을 흉내 내는 장면이나 비슷하게 닮아가는 장면은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에서 피지배자였던 사람이 다른 약자에게 다시 지배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한 엑스트라의 모습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읽게 한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나 열 번 괴롭힘을 당하다가 한 번 잘해주는 행동에 감동하는 등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불편하다. 주연이 되지 못하고 주연을 뒷받침하는 엑스트라의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삶에 익숙한 사람에게 주연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오랫동안 새장에 갇힌 새는 새장을 열어주어도 날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야스의 삶은 겐짱이라는 새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허세나 폭언이나 폭음이 더욱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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