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or Like -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이시다 이라 외 지음, 양억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말이 유행가 가사처럼 너무 흔해 말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너무 쉽게 내뱉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가슴 떨린 말은 ‘너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처음 그 말을 하는 순간의 긴장과 두근거림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단계이거나 깊은 절망으로 빠지는 구렁텅이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그냥 좋아하는 것의 차이가 묘한 경우 이 두 단어의 느낌은 그 경계가 더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일본 작가 6명의 각각 다른 Love 또는 Like 이야기다. 익숙한 작가가 있는 반면에 생소한 작가도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그것은 아마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겪어본 것이고 누리고 있거나 생각한 것들이 이 두 단어 Love 와 Like 가 아닌가 한다. 듣고 싶고 하고 싶은 그 단어들이 살짝 아름다운 이야기로 나를 유혹한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늘 좋아하거나 약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그것은 아마 앞 소설에서 받은 느낌과 문장 탓에 뒤 소설이 낯설게 느껴진 듯하다.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는다면 색다른 느낌과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데 이번엔 “DEAR"가 그런 경우다.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세 명이 한 전학 온 여학생을 좋아하고, 그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이 초반에 몰입하지 못하면서 놓친 몇 가지 사실 때문에 약간 지루한 느낌을 주었지만 다시 앞부분을 읽으면서 뒤 이야기가 풀려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순정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두 소설 “허밍 라이프”와 “바닷가”는 이 소설집에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허밍 라이프”는 우연히 들여다본 나무 속에서 시작한다. 그 속에 남겨진 메모 하나에서 시작된 인연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그 과정은 약간 진부할 수도 있지만 발랄한 대사와 문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누군가의 행위가 아무 관계도 없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문장이 이 소설을 가장 멋지게 이어준다. “바닷가”의 시작은 기적으로부터다. 식물인간이었던 화자가 5년 만에 깨어나고 그 사라진 5년과 그 이전 시간을 돌아보며 현재의 자신과 주변을 말한다.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식물인간이 된 소녀와 그 소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소년의 이야기가 상처받은 소년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다른 빛깔을 품어낸다.

이시다 이라의 “리얼 러브?”는 짧지만 굉장히 인상적이다. 서로 바라는 다른 사람이 있지만 섹스를 하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이 소설집의 제목인 “Love or Like”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좋아하는 1순위가 깨어지는 순간 그 연애 관계도 아닌 그냥 친구 사이가 마지막 문장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갈림길”과 “고양이 이마”는 앞의 소설들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10대 소년을 등장시킨 “갈림길”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과 누군가의 친구라는 사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짝 엿보게 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주춤거리는 한 소년 이야기가 재미있다. “고양이 이마”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마유코의 학창시절과 친구들을 통해 과거가 결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계속 이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과거와의 결별을 통해 자신만의 성을 이룬 그녀가 느끼는 행복감이 조금씩 밀려와 좋은 느낌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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