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이다 -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대왕 세종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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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한국 사람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엄청나게 많지만 ‘한글’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겐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데 그 시대를 들여다보면 다른 엄청난 업적들이 널려 있다. 그 하나하나를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후대에 끼친 영향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그 업적은 다른 군주들과 차별화된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역사서에서 한결같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엄청난 독서가이자 일 중독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책을 손에서 놓기를 거부할 정도라고 하는데 인용되는 이야기들은 거의 비슷하다. 충녕대군시절 병이 났지만 계속 책을 읽자 태종이 걱정한 나머지 책들을 모두 빼앗아버렸지만 유일하게 남은 <구소수간(歐蘇手簡)>을 읽고 또 읽었다는 이야기다. 읽은 횟수에 대해서는 30번이다 1000번이다 등 다른 주장이 있지만 책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잘 알게 해준다.

 

이런 책에 대한 사랑과 함께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히는 훈민정음 창제와 자격루나 혼천의 등의 과학기구와 예악의 정비 등은 단순히 그 시대에 나온 치적이 아닌 세종 자신이 많은 부분 함께 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 방대한 일들을 단순히 지시하고 전문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고 지시하면서 이루었다고 한다. 그 엄청난 일을 혼자 이루지는 못한다. 그러나 방외자로서 머물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업무 양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짐작할 수 있고, 그 바탕에 엄청난 독서가 있었음을 알게 한다.

 

책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왕이 되기까지 과정에서 만나는 이도 세종과 태종과 그의 형들이다. 이전에 읽은 다른 역사서와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그냥 평범한 기술이다. 세종이 전혀 왕권에 관심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전설이나 설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반박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차라리 태종의 역할을 좀더 부각하고 심도 있게 표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두 번째는 전문가의 시대로 평하며 삼정승과 세종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장영실, 이천, 박연 등에 대한 평가를 적고 있다. 그리고 집현전과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간략하게 말한다. 인물들에 대한 평은 개인적으로 여기저기에서 본 것이지만 이렇게 정리된 것을 보지 못해 약간 신선하였지만 훈민정음이나 북방정책 등에 대해서는 깊이가 부족하다. 훈민정음에 창제에 관한 일본 측 주장인 문창살 이야기를 가볍게 언급하며 부인하지만 창제 원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하고, 최근에 많이 말해지는 세종대왕 훈민정음 독창설에 대한 논박이 너무 두루뭉술하다. 북방정책에 대해서는 고구려, 백제의 역사를 정립하여 신라 단독 역사관을 배제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대목이다.

 

이후 두 부분은 찬란했던 세종의 빛 속에 숨겨져 있던 어두운 그림자들에 대한 것들이다. 여기서도 역시 인물들에 대한 평가들로 이어지는데 제목에 비추어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가 조선시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와 이후 그 영향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서술이라 그 시대를 전문적으로 파고들었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세종대왕을 다룬 몇 권의 역사서에서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시대를 해석하는 것이야 각각 다르겠지만 일본어나 영어의 사용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영어가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을 점유하면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최소한 세종과 관련된 이야기에선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사내대장부로서의 일대 목표가 한껏 ‘가오’를 잡는 것(200쪽)이라고 표현 글에선 심한 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 세종에 대한 평가로 저자는 선량한 독재자라고 했는데 이는 그 시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선왕인 태종이 비록 많은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정리했다지만 아직 왕조 초기로써 많은 불안 요인을 안고 있던 시기를 생각하면 그가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른 것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여기선 다른 역사서와 조금 엇갈리는 듯하다. 그리고 세종이 조선임을 보여주는 명확하고 논리적인 서술과 증거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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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의학, 과학을 초대하다 1
다나카 마치 지음, 이동희 옮김, 정해관 감수 / 전나무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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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독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있다고 하여도 뉴스를 통해서 만난다. 정확히는 만난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복잡한 문장을 쓰냐 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독들이 우리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책에 나온 정보들을 보면 우린 독을 섭취하고, 독극물에 휩싸여 생활하고 있다.

 

무서운 환경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이 의미를 알게 된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독이 약으로도 독으로도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어떻게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저자는 독을 구분하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간결하게 설명한다. 실제 독이 사용되어 피해를 입힌 사례를 보여주면서 그 독의 무서움과 사람들의 잔인함도 같이 보여준다. 

 

이 부분은 이전에 다른 책에서 읽어 특별함이 없지만 이번처럼 정리된 책은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읽은 책들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이다. 이 기회에 좀 더 일목요연하게 보게 되었다. 복잡한 화학식과 구조에 대한 설명은 지식 부족으로 충분히 소화를 시키지 못했지만 몇몇 익숙한 용어와 사례들은 전문적인 서적이 주는 딱딱함을 풀어주기 충분하다.

 

독을 크게 생물 독과 무생물 독으로 나눈다. 생물 독은 동물성과 식물성으로, 무생물은 광물과 화학 독으로 나누는데 재미있는 것은 동물 독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헌데 이 동물 독의 경우 통제의 어려움이 있어 화학병기로 실전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로 신문지상에서 만나는 것은 화학병기인 독가스다. 화학병기로 사용되는 독가스 외에도 우리 주변에선 지용성으로 작용하는 많은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런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저자가 넘어가지 않는다. 약간 아쉬운 대목이다.

 

생물 독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복어나 독사나 버섯이나 보톡스에 사용되는 보툴리누스 등이 아닌 피망에 대한 것이다. 그 쓴맛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하는데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독”으로 본다고 한다. 이 부분은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과 “약=독”이란 기본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어른이 되면서 미각이 점점 둔해져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뇌의 발달에 따라 미각의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다행스럽게 피망에 들어있던 소량의 알칼로이드 성분은 요리하는 과정에  사라진다고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의학에선 독과 약은 그 경계가 사용량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현대의학에서 독으로 생각한 물질에서 약으로 추출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을 보면 그 경계는 더욱 약해진다. 대표적인 진통제인 모르핀의 경우 그 사용량이 많으면 중독되고 죽지만 적당하게 잘 사용하면 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 담배의 니코틴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또 유아가 2개비만 먹어도 죽는다니 주변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있는 독극물이다. 이런 독에 대한 지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다보면 독보다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임을 알게 된다.

 

전문서적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추리소설이나 언론 등을 통해 독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겐 좋은 교양서가 아닌가 한다. 세분화된 독의 작용에 대한 설명과 통설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도 하지만 독이 사람마다 작용하는 시간이 다르다 하여도 빨리나 조속히 같은 단어보다 몇 시간이나 몇 분 등의 비교적 정확한 시간을 표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앞으로 독극물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를 만나면 괜히 아는 척하지 않을까 미리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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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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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쳐들고 만난 저자의 글에서 홋카이도 동부의 자연에 대한 40여 년에 걸친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사로 사로잡은 것은 목차와 함께 나온 한 장의 사진이다. 하얀 눈밭에 하얀 동물이 두발을 들고 서 있는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한참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렇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 책은 이야기가 4월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왜 4월부터일까? 한 해의 시작은 1월인데... 생각은 먼저 일본의 새학기가 4월부터 시작한다는 기억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저자가 복수초 꽃이 피면 한 해가 시작한다는 아이누족 이야기로 이런 나의 생각을 바로 잡아주었다. 복수초 꽃은 4월에 피어난다. 그리고 첫 이야기는 고로쇠나무인데 저자의 표현의 빌면 동물들의 찻집이다. 우리가 봄이 되면 지방 특산물처럼 마시는 이 물이 여기선 운치 있게 표현된다. 이렇게 사소한 정보와 관찰들을 시작으로 나는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긴 시간을 통해 얻은 자연과의 대화에 빨려 들어갔다.

 

한 해를 통해 홋카이도 동부 자연을 펼쳐 보여주는 이 글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와 닿은 것은 사진이다. 눈밭을 걸어가는 붉은 여우나 큰 백조가 북쪽으로 떠나는 광경이나 흰 꽃이 핀 것처럼 나무를 뒤덮은 상제나비 떼나 숲 속이나 호수 위나 바다에서 만나는 수많은 동식물의 사진은 가슴속으로 찐한 감동을 준다. 그 광경을 묘사한 글들로 사진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또 사진으로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읽기를 중단하고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지 생각하면 그에게 고마움과 대단함을 느낀다.

 

사진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면 긴 세월 동안 마주한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잔잔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직업이 수의사이기 때문인지 부상당한 동물들을 받아 보살피는 현실의 어려움과 즐거움에서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풀어내는 많은 이야기는 한두 해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긴 세월의 연륜을 느끼게 한다.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물며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관찰하며 살아온 그를 보면 문득 부럽기도 하다. 그 관찰을 통해 자연과 대화하고 조금씩 이해하는 그의 보면 부러움은 더욱 커진다. 단순히 책으로 인한 이해와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약 중독으로 새들이 죽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친환경 흙을 만들거나 숲의 완성을 보지 못하는 나이지만 자연림을 만들려고 하거나 바다사자의 행동으로 피해를 보지만 무의미한 살생을 막자고 하는 이들을 보면 훈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조금 더 좋은 수확을 위해 추수날짜를 늦추다 수확을 못하거나 먹지도 않을 동물과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가진 욕심에 얼굴이 붉어진다.

 

홋카이도 동부지방 한 해 동안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시간은 40년 이상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과 식물들의 모습을 함께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도 다루고 있다. 천연기념물 덕분에 산업으로까지 발전한 모습에선 자연도 하나의 문화상품임을 깨닫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여 진한 여운과 감동으로 마무리한다. 홋카이도를 긴 시간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산업화된 관광을 통해서가 아닌 생활 속에서 느껴보고 싶다. 간결하고 잘 정리된 문장은 이런 기분을 더욱 부채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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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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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우리는 과연 공평한가? 이 물음에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공평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왜 이런 ‘법 앞의 평등’이란 원론적 사항에 의문을 제기할까? 법이 만인 앞에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고 가진 자들에게 봉사하는 현실 때문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과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법을 보면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삼성이나 재벌들의 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여기저기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외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회사다. 법무법인이 아니라 법률사무소라니 뭔 말인가? 내가 알고 있는 국내 로펌 순위 일위인 김앤장이 법무법인이 아닌 법률사무소라고 한다. 그 차이가 뭐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저자들은 그 의미를 풀어내고 가공할 위력을 가진 이 괴물집단의 한 면을 파헤친다. 그 속에서 만난 김앤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투명하지 않은 운영 등은 진실한 실체를 가름하기 어렵게 만든다.

 

김앤장에 대한 실체가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외환은행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법무법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들의 세부적인 사항이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이 거대한 존재에 대한 저자들의 묘사에서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된다. 삼성의 잘못된 행태에 비판적 시선을 가지지만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일에 반대하는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김앤장은 비판은커녕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존재가 가진 위력의 한 면을 보게 되는 순간이다.

 

두 저자가 몇 가지 실례를 통해 김앤장이 어떻게 우리사회에서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하였는지 보여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큼직한 인수합병을 둘러싼 공모와 불법적인 행동들이나 법이란 무기를 손에 쥐고 자신들을 반대하는 혹은 파헤치는 사람들을 조용히 협박하는 모습은 ‘불법의 제왕’이란 소설 제목을 떠올려준다. 법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뒤로 하고 공격적인 법해석과 권력과 밀착하여 펼쳐 보이는 사례들은 놀라움을 넘어 공포감마저 심어준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 ‘보이지 않는 권력’이 커지는 문제라는 지적처럼 그들은 그 실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음지의 그림자처럼 존재하면서 은밀하게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권력이 너무나도 거대하여 삼성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는 삼성을 뛰어넘었다는 표현에 경악하게 된다.

 

그들이 이 엄청난 권력과 이익을 누리는 과정이나 결과를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너무 많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표 김영무 변호사의 소득과 대기업 같은 거대한 조직이란 점과 각각 포진한 고문들이나 영입인사들이 정부 고위 관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다시 관료로 임용된다는 점이다. 저자가 ‘회전문인사’라고 표현한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너무 자주 벌어져 나의 상식을 비웃는다. 학연 지연 등으로 수직적 수평적으로 맞물려 있는 한국사회를 생각하면 저자의 표현처럼 언제 다시 그들의 윗자리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의 청탁에 자유로울 수 없다. 고위직에 있던 사람일수록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다시 더 좋고 높은 자리의 관료로 되돌아오는 현실을 마주하면 이미 권력은 그들의 손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단순히 김앤장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 행정조직과 다른 법무법인들의 문제도 같이 지적한다. 민간근무휴직 제도의 악용이나 법리 해석을 김앤장에게 의뢰하고 그 답으로 일을 진행하거나 낮은 자문료로 법률서비스를 받지만 그 정보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가 부족한 점 등이다. 또 변호사협회가 김앤장이 지닌 불법을 알고 있지만 묵인하는 것이나 그들이 같은 동업자임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권력 앞에 무력해지는 가진 자들의 실체를 잘 알게 된다.

 

 

김앤장이 우리나라 최고 법률회사임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당시도 일위였지만 지금은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와 같은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한 것은 IMF사태 이후라고 한다. 그 엄청난 권력 때문에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되었다고 생각했었다. 현재에 놀라 과거마저 윤색되어진 모양이다. 얼마 전 삼성이 자신들의 법무팀을 법무법인 수준 이상으로 만들려고 한 일을 기억한다. 그 당시는 단순히 회사 내부 외부적 소송들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너무 놀랍고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만 그 실체를 좀처럼 머릿속에서 그려내지 못하고 있기에 글로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더 많은 생각과 자료들로 좀 더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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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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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세계 어디에 가도 아줌마인 모양이다.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아줌마의 수다에서 우리의 어머니와 같은 아줌마를 만나기 때문이다. 글 속에 담긴 사랑과 일상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긴 여운과 즐거움을 준다. 어느 글에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킥킥 웃고, 어느 장면에선 어머니들의 깊고 넓은 사랑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일상이라는 것은 늘 반복되는 하루다. 그 하루가 매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습을 띄기 때문에 우린 일상이라고 부른다. 그 일상적인 삶에서 지겨워하고 짜증내고 웃고 욕하고 화내고 울고 즐거워한다. 이 감정들의 복잡함이 변함없는 듯한 하루들 속에서 벌어진다. 그 변화는 일상이란 단어에 빠지면 그냥 하루의 해프닝이 되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끄집어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그런 일상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아주 재미있고 즐겁고 사랑 넘치면서 날카롭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마주하는 것들 중 과거의 경험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불과 며칠 전 친구집에서 학교 입학하는 아들과 가방을 사러 간 친구네가 비싸고 좋은 가방보다 만화가 그려진 더 싼 가방에 아들이 좋아라하기에 낼름 사줘 가계에 보탬이 되었다는 일이 고급식당에서 싼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연결되고, 아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부모에게 주지만 세련됨과 아이들의 유치함이 충돌한다거나 가족 중 누가 뭘 해줬으면 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엄마라거나 하는 사연들은 과거 나의 경험들이다. 이런 경험이 만나면 나도 모르게 웃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차리지만 본인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모습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집안 정리를 하는 모습이나 아이 없는 여성과의 대화에서 아이들에게 이용당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모습에선 강한 사랑을 느낀다. 이런 사랑과 함께 가족이 자신의 노력을 몰라줘 화를 내고 20년을 같이 산 남편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이 어릴 때 상상했던 미래와 현재가 전혀 다른 모습임에도 순순히 납득하는 모습에선 짠~한 감정이 밀려온다.

 

재미있는 장면으로 광고에 나온 것들을 실험하는 듯한 장면과 연출은 현실과 다른 이미지 세계에 대한 풍자로 다가오고,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주문하고 만들고 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아줌마임을 깨닫게 한다. 엄마와 아내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한다는 말처럼 이 수다 속에서 만나는 아줌마는 경험 이상으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어디에 있어도 아줌마는 아줌마라는 말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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