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아줌마는 세계 어디에 가도 아줌마인 모양이다.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아줌마의 수다에서 우리의 어머니와 같은 아줌마를 만나기 때문이다. 글 속에 담긴 사랑과 일상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긴 여운과 즐거움을 준다. 어느 글에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킥킥 웃고, 어느 장면에선 어머니들의 깊고 넓은 사랑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일상이라는 것은 늘 반복되는 하루다. 그 하루가 매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습을 띄기 때문에 우린 일상이라고 부른다. 그 일상적인 삶에서 지겨워하고 짜증내고 웃고 욕하고 화내고 울고 즐거워한다. 이 감정들의 복잡함이 변함없는 듯한 하루들 속에서 벌어진다. 그 변화는 일상이란 단어에 빠지면 그냥 하루의 해프닝이 되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끄집어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그런 일상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아주 재미있고 즐겁고 사랑 넘치면서 날카롭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마주하는 것들 중 과거의 경험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불과 며칠 전 친구집에서 학교 입학하는 아들과 가방을 사러 간 친구네가 비싸고 좋은 가방보다 만화가 그려진 더 싼 가방에 아들이 좋아라하기에 낼름 사줘 가계에 보탬이 되었다는 일이 고급식당에서 싼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연결되고, 아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부모에게 주지만 세련됨과 아이들의 유치함이 충돌한다거나 가족 중 누가 뭘 해줬으면 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엄마라거나 하는 사연들은 과거 나의 경험들이다. 이런 경험이 만나면 나도 모르게 웃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차리지만 본인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모습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집안 정리를 하는 모습이나 아이 없는 여성과의 대화에서 아이들에게 이용당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모습에선 강한 사랑을 느낀다. 이런 사랑과 함께 가족이 자신의 노력을 몰라줘 화를 내고 20년을 같이 산 남편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이 어릴 때 상상했던 미래와 현재가 전혀 다른 모습임에도 순순히 납득하는 모습에선 짠~한 감정이 밀려온다.

 

재미있는 장면으로 광고에 나온 것들을 실험하는 듯한 장면과 연출은 현실과 다른 이미지 세계에 대한 풍자로 다가오고,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주문하고 만들고 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아줌마임을 깨닫게 한다. 엄마와 아내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한다는 말처럼 이 수다 속에서 만나는 아줌마는 경험 이상으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어디에 있어도 아줌마는 아줌마라는 말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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