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의학, 과학을 초대하다 1
다나카 마치 지음, 이동희 옮김, 정해관 감수 / 전나무숲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생활에서 독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있다고 하여도 뉴스를 통해서 만난다. 정확히는 만난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복잡한 문장을 쓰냐 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독들이 우리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책에 나온 정보들을 보면 우린 독을 섭취하고, 독극물에 휩싸여 생활하고 있다.

 

무서운 환경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이 의미를 알게 된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독이 약으로도 독으로도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어떻게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저자는 독을 구분하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간결하게 설명한다. 실제 독이 사용되어 피해를 입힌 사례를 보여주면서 그 독의 무서움과 사람들의 잔인함도 같이 보여준다. 

 

이 부분은 이전에 다른 책에서 읽어 특별함이 없지만 이번처럼 정리된 책은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읽은 책들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이다. 이 기회에 좀 더 일목요연하게 보게 되었다. 복잡한 화학식과 구조에 대한 설명은 지식 부족으로 충분히 소화를 시키지 못했지만 몇몇 익숙한 용어와 사례들은 전문적인 서적이 주는 딱딱함을 풀어주기 충분하다.

 

독을 크게 생물 독과 무생물 독으로 나눈다. 생물 독은 동물성과 식물성으로, 무생물은 광물과 화학 독으로 나누는데 재미있는 것은 동물 독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헌데 이 동물 독의 경우 통제의 어려움이 있어 화학병기로 실전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로 신문지상에서 만나는 것은 화학병기인 독가스다. 화학병기로 사용되는 독가스 외에도 우리 주변에선 지용성으로 작용하는 많은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런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저자가 넘어가지 않는다. 약간 아쉬운 대목이다.

 

생물 독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복어나 독사나 버섯이나 보톡스에 사용되는 보툴리누스 등이 아닌 피망에 대한 것이다. 그 쓴맛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하는데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독”으로 본다고 한다. 이 부분은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과 “약=독”이란 기본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어른이 되면서 미각이 점점 둔해져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뇌의 발달에 따라 미각의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다행스럽게 피망에 들어있던 소량의 알칼로이드 성분은 요리하는 과정에  사라진다고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의학에선 독과 약은 그 경계가 사용량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현대의학에서 독으로 생각한 물질에서 약으로 추출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을 보면 그 경계는 더욱 약해진다. 대표적인 진통제인 모르핀의 경우 그 사용량이 많으면 중독되고 죽지만 적당하게 잘 사용하면 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 담배의 니코틴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또 유아가 2개비만 먹어도 죽는다니 주변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있는 독극물이다. 이런 독에 대한 지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다보면 독보다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임을 알게 된다.

 

전문서적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추리소설이나 언론 등을 통해 독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겐 좋은 교양서가 아닌가 한다. 세분화된 독의 작용에 대한 설명과 통설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도 하지만 독이 사람마다 작용하는 시간이 다르다 하여도 빨리나 조속히 같은 단어보다 몇 시간이나 몇 분 등의 비교적 정확한 시간을 표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앞으로 독극물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를 만나면 괜히 아는 척하지 않을까 미리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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