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1
이디스 워튼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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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1, 402권이다.

미국 도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여성의 몰락을 그려낸다.

주인공의 이름은 릴리 바트다. 아주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이 미모가 그녀의 강력한 무기이지만 이 무기를 그녀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 미모가 다른 사람의 오해와 질투를 불러와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문제가 생기기 전 그녀가 순간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그 문제가 되는 인물은 그녀가 사랑했던 셀던이다.

이 둘의 엇갈림과 서로 다른 인식과 오해 등은 끝까지 이어진다.

읽는 내내 왜 좀더 쉽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독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상류층의 삶은 아주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릴리는 그 돈을 감당할 만큼 부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뒷받침해주지도 못한다.

아버지는 먼저 죽고, 어머니와 세계를 떠돌아다녔을 뿐이다.

어머니가 죽은 후 고모집에 머물면서 상류층의 모임에 나간다.

그녀의 미모에 혹한 남자들이 나오지만 그녀는 도도하고 감성적이다.

작가는 그 시대 상류층의 사치와 향락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사회에 속하려면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당연히 의상 등의 높은 비용도 포함된다.

상류층 파티에 자주 불려가지만 그녀는 부자의 아내가 되어 부를 누리지는 못한다.

현대의 좀더 속물적인 여성이라면 아마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부를 쌓거나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나서 배운 것들이 그녀의 삶을 더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게 한다.


단숨에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천천히 조금씩 읽다가 장문의 문장이 없어지면 또 쑥 달려나간다.

작가가 풀어내는 릴리와 셀던의 심리 묘사는 섬세하다.

그래서 어떤 대목에서는 그 정도까지 생각하면서 행동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릴리가 보여준 호의를 자신의 욕망을 위해 행동하는 남자 때문에 그녀의 삶은 조금씩 망가진다.

그녀의 미모에 겁을 먹은 상류층 여성이 오히려 그녀를 비방한다.

소문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녀의 평판을 무너트린다. 사랑의 가능성도.

이런 상황을 한꺼번에 뒤집을 기회가 그녀에게는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기회를 조용히, 단호하게 흘려버린다. 안타깝다.


미모를 수단으로 부자와 결혼한다면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녀에게 빠진 부자들에게 그녀가 손만 제대로 내민다면 인생 역전이 펼쳐졌을 것이다.

아니 자신에 대한 추문을 역전시킬 편지라도 풀어내었다면 어땠을까?

투자의 성공으로 알고 쓴 돈이 빚이란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릴리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 돈을 소비로 탕진하다 질려 작은 도움의 손길에 보탠 결과가 나중에 나온다.

이 장면을 보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작가는 현실에 더 비중을 둔다.

상류층 부자의 감각과 현실 노동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장면은 또 어떤가.

소설은 상류층의 삶을 집중적으로 비추어주지만 더 낮은 곳에서 희망차게 살아가는 사람도 보여준다.

묵직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읽는 내내 머릿속을 흔들고, 릴리의 삶을 안타까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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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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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조선 정조의 비밀 편지를 바탕으로 그 시대를 새롭게 해석한 팩션이다.

주인공은 얼굴 표정 변화를 통해 진실을 알아채는 재겸이다.

현대 스릴러 소설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소설들이 나오고 있다.

재겸은 이 능력 때문에 정조의 비밀 편지 전달자인 팽례가 된다.

단순히 편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편지 뒤에 숨겨진 사실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와 벽파의 거두 심환지 사이에서 재겸은 많은 위기를 겪는다.

이런 위험은 재겸이 10년 전 있었던 개성 상단의 단주 살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생겼다.


10년 전 단주 살인 사건 현장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단주는 재겸에게 이번 상행 이후 동생과 함께 노비 문서를 파기해주겠다고 약조했다.

하지만 대행수 길평의 배반으로 단주 부부 등이 모두 죽고, 재겸은 범인으로 지목된다.

이 이후 재겸은 길평을 잡기 위해 유밀한 목격자인 행수를 찾아 투전판을 돌아다닌다.

이 투전판에서 그는 갈고 닦고 공부한 얼굴 읽기로 계속 승리한다.

상대가 좋은 패를 쥐었는지, 나쁜 패를 쥐었는지 알게 되면 승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의 이런 능력을 먼저 주목한 인물이 있다. 바로 정약용이다.

투전판에서 형조의 검률에게 잡혀 한 사건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라는 명을 받는다.

이 사건을 그는 표정 읽기와 날카로운 질문 등을 섞어 멋지게 해결한다.


그의 이런 능력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와 동생이 떠벌리고, 투전판에서 계속 이기다 보니 알려지지 않을 수 없다.

정약용이 그를 잡은 것도 이 때문이고, 정조에게 그를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투전판을 돌던 그를 금의위가 와서 정조 앞에 데리고 간다.

정조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심환지가 보낸 밀서의 정확한 의도다.

정조 편이 되겠다고 말하는 그의 진짜 속내를 정확하게 알고 싶은 것이다.

단지 편지만으로 알 수 없기에 왕은 재겸을 평례로 보내 표정을 읽게 한 것이다.

늦은 밤 재겸은 말을 달려 삼청동 심환지 집으로 달려간다.

한 세력의 수장인 심환지는 오랜 정치 활동과 반쪽 마비된 얼굴로 그 복심을 읽기가 쉽지 않다.

재겸이 실수하면 그 목숨이 바로 사라질 수 있는 순간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 정조, 심환지 등.

그들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표정을 읽고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정체를 알고, 순간 잘못되면 목이 달아날 수밖에 없다.

팽례로 오가는 밤 심환지의 집에서 나오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 재겸.

그들을 뒤쫒으면서 길평을 발견한다. 개성 상단과 심대감은 어떤 관계일까?

왕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 왕의 편에 서겠다고 말한 심환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이런 벽파의 거두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의문을 품고 있는 정조의 불안한 마음.

이 둘 사이에서 불안하고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재겸.

이런 재겸에게 좋은 멘토가 되는 정약용의 존재. 잘 구성되어 있다.


팩션으로 어느 정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한 가지 인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바로 영화 <관상>이다. 재겸은 관상가처럼, 아니 좀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읽는다.

재겸이 얼굴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읽는 장면은 아주 현대적이다.

이 얼굴 읽기를 통해 성공하지만 위기 상황에 놓이는 것도 비슷하다.

여기에 작가는 제3의 인물을 중간 이후 끼어 넣는다.

이 인물에 대해 오해를 계속 했는데 마지막에 그 정체가 드러날 때 깜짝 놀랐다.

역사적 사실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세세한 부분에서 나의 취향을 살짝 벗어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아주 좋고 재밌다.

‘작가의 말’에 나온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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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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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무인 사진관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사진관의 사장 연주는 무인 사진관에 소원을 들어주는 무지개 노트를 놓아두고 있다.

단 이 소원은 연주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사연이어야 한다.

이 노트에 손으로 정성스럽고 흥미로운 사연을 적으면 사장이 보고 선택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수경은 조금 수상한 회사의 면접 합격을 바라면서 프로필 사진을 원한다.

이 회사의 규칙이 조금 수상하지만 진짜라고 믿고 사진을 찍어준다.

당연히 합격이고, 이 회사는 간단하지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연주이고, 그 회사의 실체가 밝혀진다.


취준생 수경이 취업 사기를 당한 후 무지개 무인 사진관에서 알라를 한다.

연주의 배려이자 자신 대신 사진관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수경은 무지개 노트에 적힌 사연을 보고 연주에게 알려주고, 그 소원을 들어준다.

그런데 이 소원들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어떤 여자도 선택할 것 같지 않은 증명 사진을 요구하거나, 늙지 않은 외모를 가지길 바라거나.

그리고 이런 사연들은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어느 순간 무지개 무인 사진관은 다양한 사람들의 쉼터이자 고민해결소가 된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사연을 깊숙하게 파고들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간결하게 처리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와 수경이 서로 나누는 톡을 보면 살짝 썸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자존감이 낮다는 것인데 서로가 위로하면서 점점 높아진다.

남편에게 이혼 당한 서용정의 사연과 행동은 또 어떤가.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부분이 보이지만 뛰어난 음식 실력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작가는 서용정에게 자신의 사연 일부를 녹여낸 것 같다.

서용정이 아플 때 곁에서 그녀를 도와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 일부다.


은퇴한 전직 공무원과 그 아내의 사연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이야기다.

밖으로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사연이 나온다.

자신의 과거 지위를 생각하면서 다른 일을 하지 않는 남편.

집 밖으로 나가 친구를 만나거나 뭔가를 배우거나 일을 하는 아내.

갈등과 오해는 연주 앞에서 서로가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당연히 이 문제가 하룻밤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작가도 시간을 두고 간결하게 풀어간다.

이 노인이 온 것도 이 무인 사진관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소문 때문이다.

물론 연주가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은 마법으로 뽕~하고 바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노력하게 하면서 이룬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무지개 무인 사진관의 사장 연주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사연은 미스터리처럼 꽁꽁 숨겨져 있다가 후반부에 조용히 드러난다.

왜 그녀가 무지개 무인 사진관을 차리고, 흥미로운 사연을 모으고 있는지.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빠르게 마무리한다.

미스터리 작가의 본능이 그대로 작용한 듯한데 아쉬운 대목들이 많다.

연주의 미스터리가 풀렸지만 이 무무사에서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살짝 연작의 가능성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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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술 혁명 - 축구 명장들의 지략 대결로 읽는
다쓰오카 아유무 지음, 이지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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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축구를 ‘감독의 게임’이라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시절이라 그냥 무지했었다.

잘 하는 선수를 열한 명 뽑아 내보내면 그냥 이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한다.

물론 이 열한 명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축구장은 넓고, 골대는 좁고, 절대적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술이 필요하고,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현대의 감독들은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 선수들을 열심히 훈련시킨다.


현대 축구에서 유명한 감독들은 이 책에서 한 번씩 다루어진다.

그 시작은 펩 과르디올라다. 그의 이력은 아주 화려하다. 현재 최고의 감독이다.

펩의 축구 철학은 FC 바로셀로나에서 배운 것이다. 그 시발점은 요한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이다.

요한 크루이프는 흔히 말하는 토탈사커의 시조다.

천재였던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과 팀 운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이 전술의 문제도 나온다. 전술의 핵 자리에 들어갈 크루이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도 이 전술을 분석해 자신들의 전술을 수정한다. 아주 치열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축구 감독 투톱은 펩과 무리뉴로 대변된다.

이 둘의 특징으로 공과 공간으로 나눈 것은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공의 소유를 우선한 펩과 공간을 지켜 이기려고 하는 무리뉴.

이 둘의 대결에서 우위에 선 감독은 펩이다.

그리고 무리뉴의 문제 중 하나로 ‘3년 사이클’을 꼽는데 선수의 본능을 억제하는 전술 탓이라고 한다.

아직 축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타토 펩의 기수 중 다른 한 명이 클롭이다. 저자는 질서와 무질서로 나누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클롭의 전술이 펩과 상극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독일 리그와 잉글랜드 리그에서 이 둘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한다.

단순히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펩이 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의 무리뉴라고 말하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전술을 읽으면서 놀랐다.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인지 알면 놀란다. 그의 최고 연봉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술을 읽으면서 바깥을 버리는 공간 관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흔히 신계의 두 팀을 항상 앞서가지 못하는 현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마르셀로 비엘사,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등은 솔직히 낯설다.

그들은 빅 클럽의 감독들이 아니지만 그 팀에 맞는 전술을 잘 구사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월클이 없는 팀들이 리그 1위 팀을 어떻게 이기는지 보여준다.

어떤 대목에서는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머니볼이 생각난다.


카를로 안첼로티를 최고의 조율사라고 부른다.

그의 성공에는 항상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선수가 한 명 있다.

팀의 월클들을 아주 잘 운영해 우승 청부사로 변신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네딘 지단은 챔피언스리그를 3연패했다.

대단한 업적이다. 펩도, 무리뉴도, 클롭도, 시메오네 등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이 업적만 가지고 그의 감독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의 전술이 기대된다.

율리안 나겔스만. 유럽의 명문 구단이 감독을 바꿀 때면 항상 나오는 이름 중 하나다.

현재 바이레른 뮌헨의 감독인데 하이브리드형 축구의 기수라고 부른다.

깊이와 폭의 양립이라고 하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미래가 기대되는 감독이다.


이야기가 뒤로 넘어가면 ‘최고의 선수’애 대한 글이 나온다.

쉽게 말해 메시나 호날두가 최고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발롱도르를 통해 살펴본다는 전제가 있지만 축구 전술과 엮여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문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축구를 접하는 나에게 기억을 더듬게 하는 글이다.

작가는 판타지스타란 일본식 조어를 사용해 월클급 이상의 선수를 이야기한다.

이들이 필요한 이유로 전술의 틈을 파고들 개인 역량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개인 역량이 항상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단단한 전술이 있고 난 다음에 그 역량이 더 빛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시다.

저자는 미래의 축구 전술로 펩의 바르셀로나 마지막 시즌을 꼽는다.

그 당시 팀이 구사했던 3-7-0 포메이션으로 궁극의 포털 풋볼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주 잘 읽히고,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쉽게 설명한다.

그냥 공을 따라 달리거나, 옆으로 패스한다고 생각한 것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얼마나 많은 경기를 봐야 이런 전술들이 눈에 들어올까?

축구가 더 재밌게 다가온다. 다른 시각에서 경기를 본다는 즐거움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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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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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앤솔로지에는 낯익은 작가가 세 명이나 있다.

다른 두 명, 배예람, 김수륜 등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앤솔로지에 그들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다가온 이름은 진산이다.

나에게 진산은 그의 남편 좌백과 함께 한국 무협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이번 단편도 무협 세계를 그려내었는데 어떻게 보면 한상운의 향기가 살짝 난다.

그리고 이번 앤솔로지에서 다루는 장르는 다양하고, 주제는 약간 취향을 벗어나 있다.


처음 만난 배예람의 <수직의 사랑>은 설정이 낯익다.

배명훈의 <타워>가 떠오르는데 자세한 부분까지 기억나지 않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의 환경 오염과 건물의 층수에 따라 신분이 갈리는 설정은 아주 직관적이다.

철저하게 계급과 신분이 나누어진 이 세계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상하위층 아이들이 펜팔을 한다.

하층민 하영은 환상을 품고, 살아남기 위해 일한다.

상층민인 상미는 하층민 조직에 납치되어 하층으로 내려오는데 다음이 눈에 들어온다.

단편 속에 간결하게 엮이고 꼬이는 설정은 왠지 모르게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이수현의 <여우 구슬은 없어>는 판타지 소설이다.

인간과 요괴가 함께 공존하는 문제를 다루지만 깊숙하게 파고드는 정도는 아니다.

판타지의 액션은 최소한으로 나오고, 이선과 여은화의 관계와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기레기 언론의 왜곡된 기사와 편협한 인간의 뒤틀린 시각이 결합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선의 흔들리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추억을 더듬으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이수현의 소설이라 괜히 반갑다.


아밀의 <하나뿐인 춤>은 SF 판타지 설정을 가지고 와 성 정체성 문제를 풀어낸다.

무성 쌍둥이로 태어나 자라면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어지는 설정은 재밌다.

동물인가 곤충인가 하는 생명체에서 양성으로 변하는 것이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쌍둥이 릴카는 여성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카릴은 아직 성징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쌍둥이 둘 모두 같은 성별로 분화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카릴을 남성으로 생각한다.

작가는 춤과 성 정체성을 엮으면서 일반적 상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춰야 하는 졸업무도회의 마지막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수륜의 <누가 진짜 언니일까?>는 으스스한 공포물이다.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의 양평 집에 들어간다.

이 집에는 새언니가 살고 있는데 상견례에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아니다.

화가가 정원을 걷다 “이 집에서 여자들이 계속 죽어 나간다”란 말을 듣는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언니가 말하는 것 중 이상한 것도 있다.

서늘한 공포가 천천히 다가온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을 넘어 간다.

후반부에 살짝 풀어놓은 화자의 성 정체성과 이 결혼의 실체는 예측 가능한 것이다.


진산의 〈협탐: 좁은 길의 꽃〉은 무협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도검이 난무하고 권장이 부딪히는 무협이 아니다.

무협의 탐정을 협탐이라 부르고, 협탐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림의 분쟁이 강호신제와 무림천후 부부의 노력으로 거의 종식된 세계를 그린다.

이런 현실에서 주인공의 사매인 무림천후가 사건을 의뢰한다.

유산과 남편의 외도 등을 엮으면서 풀어가는 와중에 살짝 엇갈린 감정이 흘러나온다.

강호신제 바람의 정체가 드러날 때는 약간 충격을 받았고, 진짜 목적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산은 이번 소설을 연작의 두 번째라고 했는데 언젠가 한 권으로 묶여 나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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