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술 혁명 - 축구 명장들의 지략 대결로 읽는
다쓰오카 아유무 지음, 이지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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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축구를 ‘감독의 게임’이라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시절이라 그냥 무지했었다.

잘 하는 선수를 열한 명 뽑아 내보내면 그냥 이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한다.

물론 이 열한 명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축구장은 넓고, 골대는 좁고, 절대적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술이 필요하고,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현대의 감독들은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 선수들을 열심히 훈련시킨다.


현대 축구에서 유명한 감독들은 이 책에서 한 번씩 다루어진다.

그 시작은 펩 과르디올라다. 그의 이력은 아주 화려하다. 현재 최고의 감독이다.

펩의 축구 철학은 FC 바로셀로나에서 배운 것이다. 그 시발점은 요한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이다.

요한 크루이프는 흔히 말하는 토탈사커의 시조다.

천재였던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과 팀 운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이 전술의 문제도 나온다. 전술의 핵 자리에 들어갈 크루이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도 이 전술을 분석해 자신들의 전술을 수정한다. 아주 치열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축구 감독 투톱은 펩과 무리뉴로 대변된다.

이 둘의 특징으로 공과 공간으로 나눈 것은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공의 소유를 우선한 펩과 공간을 지켜 이기려고 하는 무리뉴.

이 둘의 대결에서 우위에 선 감독은 펩이다.

그리고 무리뉴의 문제 중 하나로 ‘3년 사이클’을 꼽는데 선수의 본능을 억제하는 전술 탓이라고 한다.

아직 축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타토 펩의 기수 중 다른 한 명이 클롭이다. 저자는 질서와 무질서로 나누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클롭의 전술이 펩과 상극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독일 리그와 잉글랜드 리그에서 이 둘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한다.

단순히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펩이 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의 무리뉴라고 말하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전술을 읽으면서 놀랐다.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인지 알면 놀란다. 그의 최고 연봉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술을 읽으면서 바깥을 버리는 공간 관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흔히 신계의 두 팀을 항상 앞서가지 못하는 현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마르셀로 비엘사,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등은 솔직히 낯설다.

그들은 빅 클럽의 감독들이 아니지만 그 팀에 맞는 전술을 잘 구사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월클이 없는 팀들이 리그 1위 팀을 어떻게 이기는지 보여준다.

어떤 대목에서는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머니볼이 생각난다.


카를로 안첼로티를 최고의 조율사라고 부른다.

그의 성공에는 항상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선수가 한 명 있다.

팀의 월클들을 아주 잘 운영해 우승 청부사로 변신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네딘 지단은 챔피언스리그를 3연패했다.

대단한 업적이다. 펩도, 무리뉴도, 클롭도, 시메오네 등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이 업적만 가지고 그의 감독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의 전술이 기대된다.

율리안 나겔스만. 유럽의 명문 구단이 감독을 바꿀 때면 항상 나오는 이름 중 하나다.

현재 바이레른 뮌헨의 감독인데 하이브리드형 축구의 기수라고 부른다.

깊이와 폭의 양립이라고 하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미래가 기대되는 감독이다.


이야기가 뒤로 넘어가면 ‘최고의 선수’애 대한 글이 나온다.

쉽게 말해 메시나 호날두가 최고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발롱도르를 통해 살펴본다는 전제가 있지만 축구 전술과 엮여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문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축구를 접하는 나에게 기억을 더듬게 하는 글이다.

작가는 판타지스타란 일본식 조어를 사용해 월클급 이상의 선수를 이야기한다.

이들이 필요한 이유로 전술의 틈을 파고들 개인 역량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개인 역량이 항상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단단한 전술이 있고 난 다음에 그 역량이 더 빛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시다.

저자는 미래의 축구 전술로 펩의 바르셀로나 마지막 시즌을 꼽는다.

그 당시 팀이 구사했던 3-7-0 포메이션으로 궁극의 포털 풋볼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주 잘 읽히고,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쉽게 설명한다.

그냥 공을 따라 달리거나, 옆으로 패스한다고 생각한 것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얼마나 많은 경기를 봐야 이런 전술들이 눈에 들어올까?

축구가 더 재밌게 다가온다. 다른 시각에서 경기를 본다는 즐거움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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