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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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조선 정조의 비밀 편지를 바탕으로 그 시대를 새롭게 해석한 팩션이다.

주인공은 얼굴 표정 변화를 통해 진실을 알아채는 재겸이다.

현대 스릴러 소설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소설들이 나오고 있다.

재겸은 이 능력 때문에 정조의 비밀 편지 전달자인 팽례가 된다.

단순히 편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편지 뒤에 숨겨진 사실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와 벽파의 거두 심환지 사이에서 재겸은 많은 위기를 겪는다.

이런 위험은 재겸이 10년 전 있었던 개성 상단의 단주 살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생겼다.


10년 전 단주 살인 사건 현장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단주는 재겸에게 이번 상행 이후 동생과 함께 노비 문서를 파기해주겠다고 약조했다.

하지만 대행수 길평의 배반으로 단주 부부 등이 모두 죽고, 재겸은 범인으로 지목된다.

이 이후 재겸은 길평을 잡기 위해 유밀한 목격자인 행수를 찾아 투전판을 돌아다닌다.

이 투전판에서 그는 갈고 닦고 공부한 얼굴 읽기로 계속 승리한다.

상대가 좋은 패를 쥐었는지, 나쁜 패를 쥐었는지 알게 되면 승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의 이런 능력을 먼저 주목한 인물이 있다. 바로 정약용이다.

투전판에서 형조의 검률에게 잡혀 한 사건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라는 명을 받는다.

이 사건을 그는 표정 읽기와 날카로운 질문 등을 섞어 멋지게 해결한다.


그의 이런 능력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와 동생이 떠벌리고, 투전판에서 계속 이기다 보니 알려지지 않을 수 없다.

정약용이 그를 잡은 것도 이 때문이고, 정조에게 그를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투전판을 돌던 그를 금의위가 와서 정조 앞에 데리고 간다.

정조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심환지가 보낸 밀서의 정확한 의도다.

정조 편이 되겠다고 말하는 그의 진짜 속내를 정확하게 알고 싶은 것이다.

단지 편지만으로 알 수 없기에 왕은 재겸을 평례로 보내 표정을 읽게 한 것이다.

늦은 밤 재겸은 말을 달려 삼청동 심환지 집으로 달려간다.

한 세력의 수장인 심환지는 오랜 정치 활동과 반쪽 마비된 얼굴로 그 복심을 읽기가 쉽지 않다.

재겸이 실수하면 그 목숨이 바로 사라질 수 있는 순간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 정조, 심환지 등.

그들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표정을 읽고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정체를 알고, 순간 잘못되면 목이 달아날 수밖에 없다.

팽례로 오가는 밤 심환지의 집에서 나오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 재겸.

그들을 뒤쫒으면서 길평을 발견한다. 개성 상단과 심대감은 어떤 관계일까?

왕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 왕의 편에 서겠다고 말한 심환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이런 벽파의 거두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의문을 품고 있는 정조의 불안한 마음.

이 둘 사이에서 불안하고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재겸.

이런 재겸에게 좋은 멘토가 되는 정약용의 존재. 잘 구성되어 있다.


팩션으로 어느 정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한 가지 인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바로 영화 <관상>이다. 재겸은 관상가처럼, 아니 좀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읽는다.

재겸이 얼굴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읽는 장면은 아주 현대적이다.

이 얼굴 읽기를 통해 성공하지만 위기 상황에 놓이는 것도 비슷하다.

여기에 작가는 제3의 인물을 중간 이후 끼어 넣는다.

이 인물에 대해 오해를 계속 했는데 마지막에 그 정체가 드러날 때 깜짝 놀랐다.

역사적 사실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세세한 부분에서 나의 취향을 살짝 벗어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아주 좋고 재밌다.

‘작가의 말’에 나온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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