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탈출하는 방법 - 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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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한 부분을 정리해서 출간한 책이다. 경제사회학자 조형근 씨가 이 험난한 각자 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가지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열 개의 장으로 나눠 진행되는데 읽다 보면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많이 나온다. 협력하는 경제에서 시작하여 참여계획경제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요약하고 현재 진행사항과 대안을 제시한다. 그 바탕에는 항상 민주주의가 깔려 있다. “새로운 대안 경제를 꿈꾸는 일은 새로운 민주주의를 꿈꾸는 실천과 결함되어 있다.”란 말에서 잘 드러난다.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출퇴근하면서 주로 듣는데 부족한 시사 상식이나 경제나 정치 지식을 잘 채워준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팟캐스트 먹는 것에 대한 것이다.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다른 일을 하다가 집중력이 깨져 제대로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기는데 책으로 나오면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기억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팟캐스트는 소설에 편중되어 있는 나의 독서편력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는데 도움을 준다. 헬조선의 현실에서 자꾸 눈을 돌리려는 나의 마음을 현실로 다시 데리고 오는 역할도 한다.

 

처음 이야기의 문은 대안 경제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연다. 대안을 우리가 바라는 꿈이란 말로 바꾸고, 다시 이것을 경제성장, 분배, 삶의 의미란 세 가지 틀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경제성장과 분배 문제는 늘 보수와 진보가 다른 주장을 한다. 학교에서 배웠던 GNP와 1인당 GDP의 허구를 짚어주면서 넘어간다. 통계가 주는 허점을 간략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 대안경제에서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기적인 존재과 이타적인 존재에 대해 인간은 두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몇 가지 예를 든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그렇게 많이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비교적 쉽게 시작한다. 여기서 다시 강조되는 것은 역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다.

 

사회주의를 실패한 대안이라고 하면서 구 소련의 혁명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데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몇 가지 지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나중에 다시 체크하고 공부해야 할 대목이다, 사회주의 모델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주는데 그것이 상당히 날카롭다. 유고슬라비아와 소련의 관계와 이 두 나라 사이에 다르게 발전한 사회주의가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 들려줄 때 대안 경제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독일의 노동자의 기업 경영 참여 등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풀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이 하나의 제도나 정책이 어떤 역사와 그 나라의 특수성을 가지고 발전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스웨덴에 대해 알고 있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쳤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고루한 논쟁을 이 스웨덴은 분배 우선으로 풀어내었고, 이것이 높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좌우의 정권교체 속에서 정책이 더 보완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직 우리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스웨덴 복지나 경제의 문제점을 짚어주는데 그 중 하나가 지속적인 고도성장이다.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스웨덴이 모델 중 하나는 깊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복지 때문에 잘 산다는 피상적인 내용 전달이 아니라.

 

2부로 넘어가면 조금 내용이 어려워진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제활동의 가능성을 묻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 핵심은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반드시 영리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정의한다. 협동조합에 대해 알고 있던 피상적인 지식을 확장시켜주고,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현황과 문제도 같이 말해준다. 특히 놀라운 것은 서구의 협동조합이 사내 유보 이익을 청산시 사회로 환원한다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협동조합이 운영되면서 그 이익이 해산 당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합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놀랍다. 그리고 자본주의 틀 안에 있다 보니 생기는 폐해도 같이 지적한다.

 

흥미로운 현실 중 하나가 지역화폐다. 대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운동은 재미있고, 의미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어떻게 그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 한계가 지역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고, 한때 MB정권이 내세운 미소금융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다시 한 번 더 떠올리게 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설명은 크게 공감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지역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인구수나 상황들이 우리와 너무 다르다. 하지만 제도나 예산 등을 잘 정비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 다루는 참여계획경제는 괜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팟캐스트도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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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의 국경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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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연애 소설이란 말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유희가 보여주는 일탈과 방황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간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이 이성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 남자 다니엘이 한 달 후 나타나 결혼하자고 했을 때 그녀가 내세운 섹스 파트너는 현실적인 최상의 대안이다. 그녀의 청소년 시절 성적 판타지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였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런 장면들이 조금씩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시댁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그녀는 아직 유부녀였다.

 

유부녀지만 그녀는 이혼을 원한다. 시댁은 남편의 정계 진출을 위해 1년만 이혼을 미루자고 한다. 대신 노른자위 땅에 있는 건물을 위자료로 주겠다고 한다. 이 제안이 그녀를 뒤흔든다. 이것을 위해 시어머니가 각서까지 준다.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이것이 하나의 미끼임이 드러난다. 각서는 그녀의 아버지가 정치에 대해 한 말의 아주 좋은 표본이다. 가슴 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욕망과 현실이 그녀의 자유를 해치지만 아직 그것을 깨닫기에는 세상을 너무 모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연하남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민중이다.

 

별거중이고 이혼을 앞둔 상태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재료다. 책 후반부에 가서 이것은 아주 큰 분노를 불러온다. 정치와 정치검사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연애 소설에서 피가 곤두서는 분노를 느낀 것은 작가의 치밀한 연출과 기소권 독점을 가진 검찰에 대산 불신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국민을 위하지 않고 소수 권력자에게 봉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읽으면서 가장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이혼하려고 별거중인 그녀도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로 일한다. 한끼의 밥은 생존의 필수품이다. 이 일상은 그녀가 감정에 매몰되는 것을 그만두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다. 이 또한 정치 술수에 능통한 시댁에게는 아주 좋은 재료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솔직한 감정은 이 상황과 관계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이 관계를 잘 풀어주지만. 삶이 곧 정치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유희는 아직 자신의 감정도 정체성도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다.

 

아버지 현우는 소설가다. 문학상을 수상하고 일 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상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호쾌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베스트셀러 한 편 없는 수많은 소설가 중 한 명이 된다. 다행이라면 인문학 붐으로 문화센터 강의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 설명한다. 그것은 국경에 대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국경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정치가들이 인위적으로 나눈 경계선인 국경은 후반부에 가면 하나의 미스터리처럼 다가온다. 읽으면서 현우의 모습에 작가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유희의 영문은 pleasure이다. 여기서 이중적으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주인공의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기쁨이다. 그녀가 다니엘을 통해 성욕을 깨닫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더 분명해진다. 국경은 그녀가 넘어가야 할 하나의 경계이기도 하다. 그녀가 성욕과 감정에 더 순응할수록 이 국경은 희미해진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연애 소설이란 생각은 현우가 풀어내는 학설과 이야기 때문에 조금씩 무거움을 더한다. 특히 가상의 나라에 대한 설정과 설명은 정말 탁월하다. ‘희망이 있다면 사랑뿐이다.’ 이 한 문장을 위해 참으로 암울한 한국의 현실과 진한 사랑 이야기를 길게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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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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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서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여섯 명을 살해한 도끼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이 도끼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다. 미궁으로 빠진 살인 사건을 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충실하게 시대상을 그려내고 논리적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와 비슷한 형식의 소설로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다알리아>다. 단순히 생각하면 상상력으로 범인을 추정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지만 이 작업이 그렇게 쉬울 리 없다. 더 쉽다면 아마도 많은 작가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을 것이다.

 

두툼하다. 약 580여쪽에 달하는 장편이다. 한 명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가지 않고, 세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파헤친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피해자들을 늘어놓고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그 시대의 모습과 연결시키면서 하나의 개연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 그 장소를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배분해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어느 정도란 표현을 쓴 것은 내가 그 시대와 장소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세 명의 인물은 현직 경찰인 마이클, 부패경찰로 감옥에서 복역한 루카, 핑커턴 탐정사무소 직원 아이다 등이다. 여기에 조연으로 루이 암스트롱이 등장한다. 그는 아이다와 함께 이 사건의 한 축을 파헤친다. 루이 암스트롱이 아직 명성을 얻기 전이다. 1919년 뉴올리언스는 재즈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재즈에 관심이 많다면 흥미로운 묘사가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 경찰, 부패, 권력, 원한, 성공 등이 엮이면서 뉴올리언스의 기이한 역사가 풀려나온다. 내가 읽었던 몇 권의 소설 속 뉴올리언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보니 이들의 접점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클을 교육시킨 것이 루카지만 그는 마피아 마트랑가 일가와 연결되어 있는 부패경찰이었다. 마이클의 내부 고발로 감옥에 5년 동안 있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루카의 복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끼 살인마다. 시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줘 담당 형사 마이클에게 압력이 가해진다면 출소한 루카에게 이 연쇄살인마를 잡으라고 한 인물은 마트랑가 보스 카를로다. 마피아 보스가 왜 연쇄살인마를 잡고 싶을까? 이것이 미스터리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이 단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추적한 것을 바탕으로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이어진다.

 

시대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내면서 각자의 삶도 같이 보여준다. 마이클에게는 흑인 아내와 그 사이에 난 자식이 둘 있다. 이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에는 이 시대 분위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대외적으로 가정부라고 속이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내부 고발자였던 이력은 루카의 동료였던 경찰들에게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가 도끼 살인마를 추적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경찰 방식이다. 아일랜드 고아 출신의 케리가 가져온 과거의 유사사건 파일은 또 다른 가능성을 조사하게 만든다. 여기에 하나씩 던져지는 정보는 그가 이 모든 사건의 퍼즐을 풀 수 있는 한 조각에 다가가게 한다.

 

아이다는 홈즈의 열성팬이다. 그녀는 탐정이 되고 싶지만 단순 사무원으로 살고 있다. 이 도끼 살인마가 반등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조사한다. 그녀의 곁에는 루이스가 있다. 흑인이지만 그냥 보면 전혀 흑인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다.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탐정 사무소에서 하나의 단서를 들고 나와 살인마를 잡으려고 한다. 그녀의 추적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 또한 퍼즐의 한 조각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은 결코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

 

루카. 출소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피아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부패경찰일 때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범인에게 다가간 인물이다. 그에게 주어진 단서와 관찰력이 덧붙여지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추리까지 더해지면서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간다. 도끼 살인마가 등장하게 된 이유를 밝혀내지만 이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다른 퍼즐과 맞춰져야만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하나의 사건이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고, 어떤 싸이코패스가 저지른 살인이 아니라면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다. 작가가 주목한 부분도 아마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루카의 이야기가 뼈대를 만들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찾아낸 사실들은 힘줄과 살들일 것이다.

 

미해결 사건을 다룬 다른 작품들에게 가끔 살인마의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약간 아쉬운 대목이지만 섣부른 작업은 현실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 뼈에 살을 붙이고, 그 시대의 상황을 조사하고 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니 아주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액스맨의 재즈란 것도 실제 살인마가 보낸 편지에서 유래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실제 자료를 곳곳에 넣어서 사실성을 높이고,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내면과 행동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앞부분에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뒤로 가면서 가독성이 높아진다. 이 세 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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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연말을 정신없이 보냈다. 연초도 마찬가지다.

이런 바쁜 나의 일상과 상관없이 좋은 책은 계속 나온다. 그 중에서 몇 권 추려본다.

1. 화재감시원 : 코니 윌리스

 작가 이름만 놓고 보면 낯설다. 하지만 그의 장편 <둠즈데이 북>을 감안하면 아주 익숙하다.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로 아직까지 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만 보아도 말이다. 최고의 작가라는 호칭을 받는 sf작가의 작품집이라면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예전보다 비록 sf를 더 적게 읽고 있다고 해도.

 

 

2. 낙원의 캔버스 : 하라다 마하

<카후를 기다리며>란 말랑말랑한 소설은 쓴 작가의 작품이 미스터리 소설 랭킹에 올라갈 정도라면 놀랍지 않은가. 물론 다른 작가들도 이런 모습을 가끔 보여준다. 반대로 역시! 루소와 피카소의 비밀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3. 그들 : 조이스 캐롤 오츠

1970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이 두툼한 분량을 생각하면 쉬운 도전은 아니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후보에 오르고 있고, 엄청난 다작 속에서도 좋은 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소설이 출간될 때다마 눈길이 간다. 1937년 여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격동의 삶을 살아낸 한 가족의 연대기가 현재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4. 스타타이드 라이징 : 데이비드 브린

개인적으로 스페이스오페라 장르를 좋아한다. 여기에 휴고 상과 네뷸러 상까지 동시에 수상했다면 정말 대단하다. 적지 않은 규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과연 나의 상상력이 그곳까지 도달할지 모르겠다. 지성화우주 시리즈란 것도 궁금한데 이 작품으로 더 많은 소설이 번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5. 울지 않기 : 리디 살베르

2014년 콩쿠르 상 수상작이다.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작가가 에스파냐 내전 당시 프랑스로 망명한 부모를 두고 있다. 부모의 경험이 과연 어디까지 이 소설 속에 녹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좀더 사실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데올로기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수많은 비극 중 하나가 이 책에서 잘 나온다니 요즘 우리 사회와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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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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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이다. 쌍을 이루고 있는 두 편의 중편 소설을 한 권으로 묶어 내놓았다. 표제작인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과 그 후속작인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 이렇게 두 편이다. 전작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후속작은 그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전작이 개론적인 부분이 있다면 후속작은 그 개론서의 한 부분을 좀더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전작에서 짐작했던 것과 전혀 다른 그의 성장과 삶이 들어 있다. 이 두 편에 녹아 있는 감정들은, 생각들은 간결한 문장과 함께 빠르게 읽히고 가슴 한 곳에 조용히 파고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장과 속도감이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작품 해설에서 역자가 그 당시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감정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 중편이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준 것은 분명하다. 열 명의 자식을 두었고, 2차 대전 중에 운 좋게 살아남은 그 가족이 어떤 시련을 겪었고, 이사를 한 후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줄 때 한국의 대가족 모습이 살짝 겹쳐졌다. 자신이 살았던 트랑의 집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가족에 대한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 이 소설은 격렬함보다 잔잔한 감정의 여운을 전해준다. 집에 대한 회상 부분은 내가 한때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을 갑자기 떠올리게 만든다.

 

열 명의 자식을 뒀다고 부모가 사랑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피임에 실패한 것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을 열심히 키운다. 그런데 이 부부가 싸우는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이 기억은 어린 아이에게 아주 나쁘게 각인된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가 떠올린 추억 둘은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 대가족이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사소한 모험과 일상이 간결하게 그려지고, 그의 삶도 빠르게 설명한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누이의 죽음이 가져다 준 강한 충격이 잔잔했던 이야기에 진한 그리움과 아픔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죽었던 나이와 같은 나이가 된 화자는 산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모두와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중편은 전작의 성공과 오해와 아버지의 편지가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가 잘 몰랐던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 이야기가 나오고, 한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고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고뇌와 홀로서기를 다룬다.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신부가 되는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과 종교의 교조화 등은 그로 하여금 고뇌하게 만든다. 알제리에 대한 부채의식이 군복무를 그곳에서 하게 만들지만 그의 삶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간 곳에서 배운 것들이 그의 내면을 뒤흔든다. 그리고 밥 딜런. 딜런에 대한 광적인 팬심은 적지 않은 분량 속에 풀려나온다.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이다.

 

중편이란 분량 속에서 젊음은 역시 간결한 문장과 핵심을 파고드는 내용으로 빠르게 풀려나온다. 그가 기독교인이라고 했을 때 공감하는 것은 신학을 공부하고 믿었던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대 지식인들에게 일본 선불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았을 때 다시 한 번 놀란다. 하이쿠에 대한 예찬과 선불교와의 연관성은 낯설게 다가온다. 68혁명에 대한 수많은 성공을 들었지만 그 성공에 매몰되지 않고 그 후 현실을 더 이야기한다. 이 또한 낯설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열정이다. 신에 대한 열정, 사회 개혁에 대한 열정, 딜런에 대한 열정 등. 다시 집의 추억으로 돌아가고, 아버지를 추억한다. 삶은 멈춰있지 않고 전진한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란 말처럼 헤어지지만 그 추억은 조용히 가슴 한 곳에 내려앉아 있다. 언젠가 더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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