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탈출하는 방법 - 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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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한 부분을 정리해서 출간한 책이다. 경제사회학자 조형근 씨가 이 험난한 각자 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가지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열 개의 장으로 나눠 진행되는데 읽다 보면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많이 나온다. 협력하는 경제에서 시작하여 참여계획경제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요약하고 현재 진행사항과 대안을 제시한다. 그 바탕에는 항상 민주주의가 깔려 있다. “새로운 대안 경제를 꿈꾸는 일은 새로운 민주주의를 꿈꾸는 실천과 결함되어 있다.”란 말에서 잘 드러난다.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출퇴근하면서 주로 듣는데 부족한 시사 상식이나 경제나 정치 지식을 잘 채워준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팟캐스트 먹는 것에 대한 것이다.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다른 일을 하다가 집중력이 깨져 제대로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기는데 책으로 나오면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기억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팟캐스트는 소설에 편중되어 있는 나의 독서편력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는데 도움을 준다. 헬조선의 현실에서 자꾸 눈을 돌리려는 나의 마음을 현실로 다시 데리고 오는 역할도 한다.

 

처음 이야기의 문은 대안 경제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연다. 대안을 우리가 바라는 꿈이란 말로 바꾸고, 다시 이것을 경제성장, 분배, 삶의 의미란 세 가지 틀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경제성장과 분배 문제는 늘 보수와 진보가 다른 주장을 한다. 학교에서 배웠던 GNP와 1인당 GDP의 허구를 짚어주면서 넘어간다. 통계가 주는 허점을 간략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 대안경제에서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기적인 존재과 이타적인 존재에 대해 인간은 두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몇 가지 예를 든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그렇게 많이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비교적 쉽게 시작한다. 여기서 다시 강조되는 것은 역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다.

 

사회주의를 실패한 대안이라고 하면서 구 소련의 혁명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데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몇 가지 지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나중에 다시 체크하고 공부해야 할 대목이다, 사회주의 모델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주는데 그것이 상당히 날카롭다. 유고슬라비아와 소련의 관계와 이 두 나라 사이에 다르게 발전한 사회주의가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 들려줄 때 대안 경제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독일의 노동자의 기업 경영 참여 등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풀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이 하나의 제도나 정책이 어떤 역사와 그 나라의 특수성을 가지고 발전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스웨덴에 대해 알고 있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쳤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고루한 논쟁을 이 스웨덴은 분배 우선으로 풀어내었고, 이것이 높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좌우의 정권교체 속에서 정책이 더 보완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직 우리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스웨덴 복지나 경제의 문제점을 짚어주는데 그 중 하나가 지속적인 고도성장이다.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스웨덴이 모델 중 하나는 깊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복지 때문에 잘 산다는 피상적인 내용 전달이 아니라.

 

2부로 넘어가면 조금 내용이 어려워진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제활동의 가능성을 묻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 핵심은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반드시 영리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정의한다. 협동조합에 대해 알고 있던 피상적인 지식을 확장시켜주고,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현황과 문제도 같이 말해준다. 특히 놀라운 것은 서구의 협동조합이 사내 유보 이익을 청산시 사회로 환원한다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협동조합이 운영되면서 그 이익이 해산 당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합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놀랍다. 그리고 자본주의 틀 안에 있다 보니 생기는 폐해도 같이 지적한다.

 

흥미로운 현실 중 하나가 지역화폐다. 대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운동은 재미있고, 의미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어떻게 그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 한계가 지역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고, 한때 MB정권이 내세운 미소금융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다시 한 번 더 떠올리게 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설명은 크게 공감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지역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인구수나 상황들이 우리와 너무 다르다. 하지만 제도나 예산 등을 잘 정비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 다루는 참여계획경제는 괜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팟캐스트도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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