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7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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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SF다. 분류가 청소년 문학으로 되어 있듯이 이야기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고, 로봇들이 쉽게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면 은근히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대사 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부분이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끝부분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활약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마법 언어를 사용해서 로봇을 만든다. 몸은 강철로 만들고, 피부를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마법 언어다. 그런데 이 마법을 이용해서 영혼을 불러와 로봇 속에 심을 수 있다. 이것을 정제 추진력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기술자는 필립 코미어가 유일하다. 하지만 끔찍한 사고 이후 자신이 만든 모든 로봇들을 파괴하고 은둔 생활을 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정제 추진력을 얻기 위한 블레이크 음모에서 비롯한다. 그의 아버지는 코미어와 함께 정제 추진력 기술로 로봇 군대를 만들려고 했었다. 이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 그 아들이 로봇 군대를 만들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자격 없는 로봇 기술자 압살롬의 조수다. 압살롬은 로봇을 팔 생각만 하고, 제대로 된 로봇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가 만든 잭, 둥글이 로버트, 그리퍼 등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잭은 크리스토퍼처럼 인간이 되고 싶다. 이들은 압살롬의 집에 머물면서 그의 돈벌이를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토퍼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때 크리스토퍼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는 바로 로봇이다. 법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가진 로봇은 금지되어 있다. 기관에서 압살롬을 찾아와 협박을 하고,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이들은 블레이크의 하수인일 뿐이다.

 

친구 크리스토퍼가 잡혀간 것을 본 잭 등은 그를 구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주인 압살롬을 떠나 로봇 피부를 만드는 에스텔과 함께 기관을 찾아가려고 한다. 그러다 코미어의 집에 도착한다. 그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인간과 동떨어져 로봇과 살고 있는 코미어는 이들의 방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 에스텔은 더 심하다. 둥굴이 로버트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뀐다. 코미어와 함께 있는 크리스토퍼의 사진을 본 것이다. 코미어가 만든 정체 추진력 로봇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고, 여기에는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제 이들은 크리스토퍼를 구하기 위해 기관으로 간다.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간 블레이크는 크리스토퍼가 기억하는 마법 언어를 얻길 바란다. 이것을 위해 고문도 저지른다. 로봇 군대에 대한 그의 강한 욕망은 비뚤어져 있다. 그는 악의 한 축으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고, 액션을 보여주고,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와 대결하는 코미어와 잭 일행의 모습은 아주 멋지다. 이때 잭 등이 보여주는 행동은 인간의 희생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로 만든다면 멋진 영상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반전 하나가 숨겨져 있다. 그것은 아주 잔혹한 응징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잭이 가장 인간적인, 아니 인간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을 연상하고 읽다보면 이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느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준다. 바로 인간을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것이다. 로봇은 불가능하지만 인간은 가능하다. 이 부분 때문에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과 마음을 떠올린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망 뒤에 가려진 마음의 실체는 어떤 것인지. 더 깊이 들어가면 철학적으로 어려워지겠지만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하는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잭을 비롯한 로봇들이다. 그나저나 <오즈의 마법사>는 언제 읽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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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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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서점 직원과 책 이야기를 다룬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어 하고 흥미로운 소재다. 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 서점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한국도 이것과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년 전 한국의 서점 총판 한 곳이 부도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때는 그 여파를 잘 몰랐다. 유통 구조의 문제는 생각보다 늘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책과 좋은 서점 이야기라면 어떨까? 학창 시절이나 그 후에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늘 서점 앞이나 안에서 만났던 기억을 가진 나에게 한 대형서점이 부도로 사라진 것은 아주 큰 충격이었다.

 

이제 책을 대부분 인터넷서점에서 산다. 실물을 보고 사는 경우는 현저히 줄었다. 많은 책을 읽고, 사지만 주로 작가나 출판사를 보고 산다. 할인에 포인트까지 쌓이니 인터넷서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서점을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모순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가끔 가는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들을 보고, 새로운 신간의 진열을 보면서 강한 구매욕구가 생긴다. 이런 서점 방문도 외출이 줄면서 점점 줄어든다. 아쉽다. 그런데 내가 무심코 본 서점의 진열에 서점 직원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단순히 광고비를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잇세이는 어릴 때 부모와 누나를 잃었다.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었고, 대학 때부터 알바를 한 긴가도 서점 직원으로 10년을 일했다. 하지만 책을 훔친 소년을 좇다가 소년이 차에 치인다. 비난은 소년을 좇은 잇세이에게 집중된다. 서점과 백화점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퇴사한다. 오랫동안 서점에서 일했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도 맺지 않은 그는 홀로 외롭게 시간을 보낸다. 이런 그지만 온라인 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두 명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오후도 서점의 점장이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그는 그 서점을 찾아간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여기까지가 초반이겠지만 이 소설은 중반에 해당한다. 잇세이 한 명이 아닌 긴가도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잇세이의 별명은 보물찾기 대마왕이다. 그가 이번에 관심을 둔 작품은 예전에 TV드라마를 쓴 작가의 <4월의 물고기>다.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교정본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이 책에 매혹된다. 좋은 책을 많이 팔고자 하는 것은 서점인의 기본 마음이다. 이 책을 잘 팔기 위해 긴가도 서점 직원들은 모두 힘을 모은다. 이런 마음의 바탕에는 좋은 책이란 것도 있지만 잇세이의 열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잇세이를 사모하는 여직원도, 그의 온라인상 정체를 몰랐던 여직원도, 그와 좀더 가까워질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점장과 부점장도 이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좋은 서점이란 어떤 것인지 잘 느낄 수 있었다.

 

한 서점인의 책 사랑하는 마음과 작은 서점이 주는 감동은 아주 조용히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오후도 서점에 점장이 병들었을 때도 고객들은 기다려주었다. 작은 서점의 매출은 정기 간행물 구독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생긴다. 작은 한국을 생각하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되지만 일본의 택배비가 어떤지 모르니 쉽게 이것을 이용하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실물 책을 보고 책을 산다는 것과 인터넷으로 올라온 정보만 보고 책을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서점의 분위기 또한 책을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주 다녔던 서점을 떠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순히 서점과 책 이야기라면 조금 딱딱했을 것이다. 작가는 잇세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연을, 감정을 조용히 풀어놓으면서 독자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다. 불행했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엮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말하고, 작은 연대를 보여준다. 여기에 고양이 앨리스를 등장시켜 판타지 같은 재미도 살짝 더했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책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로맨스를 살짝 연결하는 듯하지만 직접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지만 덕분에 책과 서점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날에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 오후도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산다면 어떨까? 표지처럼 화사한 이미지가 마음속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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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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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낯선 작가 이름이다. 영화 <킹콩>의 원작 초안을 썼다는 소개글을 보지 못했다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코난 도일과 애거스 크리스티와 동시대 추리소설 작가라고 하지만 크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아마도 대중적으로 흔히 알려진 대표 작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킹콩>을 내세웠을 것이다. 실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큰 긴박감이나 기발한 트릭이 주는 놀라운 재미를 받지는 못했다. 현대 추리소설에 비해 구성이 꼼꼼한 것도 아니다. 시대를 감안하고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그러면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1916년 작품이다. 당연히 이 시대는 지금처럼 통신이 발전하지도 않았고, 교통수단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과학 수사란 것도 아직 태동하지 않았던 시기다. 지문이 이제 막 수사에 적용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처럼 과학수사를 위한 조직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머릿속에 두고 읽어야 한다. 범죄자의 수준도 수사와 발전과 함께 발전한다. 수사와 범죄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아간다. 이 소설 속 악당인 레밍턴 카라의 행위는 현대의 시점에서 본다면 초보적이다. 그의 대척점에 선 런던 경시청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서 있다. 그렇다고 카라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추리 소설가 존 렉스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는 카라의 친구다. 그의 아내 그레이스는 카라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와 결혼했다. 외모나 재산 등을 생각하면 카라가 월등히 나은 배우자다. 하지만 카라가 가진 내면의 어둠과 공포를 알고 있던 그녀는 렉스맨을 선택했다. 이것이 자존심 강한 카라를 자극했다. 그는 이 부부를 공포와 파멸로 인도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로 렉스맨을 살인자로 만든다. 렉스맨의 친구인 티엑스는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찾는다. 렉스맨의 증언을 증명할 수 있는 총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티엑스는 카라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 둘의 대결이다.

 

둘의 대결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듯하다가 카라가 죽는다. 실제 이 소설의 트릭은 여기서 생긴다. 카라가 죽은 방에서 발견된 양초와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작가는 이 살인이 생기는 과정에 또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밸린다 메리와 집사 피셔 등이다. 이들의 등장은 범인을 특정 짓는 것을 방해한다. 각자의 의도가 행동으로 이미 조금씩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지?’라는 의혹을 던진 채 장면을 전환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사건의 의혹이 풀리는 것은 렉스맨의 설명을 통해서다. 이어지는 작은 반전은 솔직히 과한 설정이다. 앞에 하나의 장치를 통해 가능성을 던져두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이 부분이 카라의 잔혹함을 더 잘 표현해주기는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엄밀함이나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솔직히 부족하다. 현대 추리소설의 속도를 따라가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홈즈나 미스 마플처럼 매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그 시대를 감안하고 표현이 지금보다 정제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티엑스가 지닌 정보 등을 생각하면 작은 FBI 후버 국장이 떠오른다. 런던이란 지역에 한정할 때이지만 그가 모르는 일은 거의 없다. 잘 다듬었다면 아주 멋진 캐릭터가 되었을 것 같다. 이런 아쉬움들 속에서 나름 속도감 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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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
김민기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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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란 이름 낯설다. 하지만 그의 여자 친구 홍윤화는 낯익다. 이제 TV를 잘 보지 않으면서 몇몇 아주 유명하거나 가끔 보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을 빼면 잘 모른다. 개그맨 신인들은 더 낯설다. 사실 김민기는 신인도 아니다. 다만 홍윤화보다 인지도가 낮을 뿐이다. 아마 그의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한다면 아주 가끔 본 <웃찾사>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지도 몇 년 되었다. 그래도 포털에 올라온 검색어 때문에 이 커플의 존재는 알았다. 당연히 이 인식은 그때뿐이었다. 그런데 김민기가 에세이를 내었다고?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홍윤화의 독려에 그는 밍키월드란 블로그를 운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들어가 봤다. 그들의 연애사가 간단한 만화로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책 속에 이 만화들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없었다. 둘이 찍은 사진과 그들의 연애사를 풀어낸 글뿐이었다. 조금은 아쉽다. 김민기의 재능 중 하나를 묵혀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읽어나가면서 이 아쉬움은 점점 사라졌다. 그가 풀어내는 그들의 연애사와 연애에 대한 그의 단상들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가 잘 한다는 기승전결에 작은 반전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글 곳곳에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9년 연애. 주변에 보면 이런 커플들이 한둘은 꼭 있다. 잘 된 커플도, 깨진 커플도 꽤 많다. 시간과 사랑은 보통 교차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떤 커플은 꽈배기처럼 꼬인 연애를 하기도 한다. 나도 김민기 주변 사람들처럼 이 커플들에게 말한 적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처럼 대답한 적 없다. 아마 그런 대답을 들었다면 감탄과 함께 의문을 동시에 가졌을 것이다. 이들의 꽁냥꽁냥한 연애사를 그냥 읽기만 했다면 그냥 보통의 연애사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 김민기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글솜씨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이 김민기, 홍윤화 커플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웃음은 행복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 개그맨 커플답게 평범한 컷들보다 연출한 사진이 더 많다. 그런데 보기 참 좋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글들은 개그맨의 편집을 거치면서 재밌게 바뀌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글을 읽으면 옛 추억이 소록소록 샘솟는다. 만남이 길어지면 다툼도 생긴다. 하지만 이들은 현명하게 자신들만의 화해방법을 발견했고 잘 이용한다. 멋지다. 오랜 연인의 내공이 힘을 발휘한다. 읽다보면 우리가 연애하면서 자주하는 단어들이 보인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는 것이다.

 

실수하고, 실수하고, 고치려고 하고, 실수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자신들이 한 발 물러서면서 상대에게 한 발 더 다가간다. 글을 읽다보면 이런 콩깍지도 없다. 나까지 홍윤화가 엄청 귀여워 보인다. 갑자기 든 생각 하나가 있다. 홍윤화의 입장에서 그들의 연애담을 쓰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남녀 버전의 연애사 말이다. 어떤 다른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들의 결혼 소식이 있다. 새로운 현실 세계로 들어왔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진심으로 이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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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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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The Hate U Give)은 인종차별을 노래한 투팍(2pac)의 말에서 가져왔다. 투팍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아 내몰린 사람들을 가리켜 ‘THUG LIFE(폭력배의 삶)’이라고 칭했다. THUG는 제목의 머리글자를 모은 것이다. 제목과 투팍에 대한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이 소설이 지향하는 바를 아주 잘 함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미국의 총기 규제 문제로 의식은 넘어간다. 기본적인 문제는 인종차별이지만 만약 총기류를 쉽게 구할 수 없다면 경찰들이 과연 그렇게까지 행동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 부분을 말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조금 아쉽다.

 

증오는 주인공 스타가 혼자 만들지 않았다. 제목처럼 백인들이 준 것이다. 인종차별과 선입견과 공포로 무장한 경찰은 과잉진압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칼릴이 경찰의 총격에 죽게 된 것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이다. 미등이 나갔다고 차를 세우고, 흑인이라고 더 강력하게 대처하고, 그의 작은 몸놀림에 총을 쏜다. 이것도 인상적인데 더 놀라운 것은 열두 살 딸에게 아버지가 경찰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쳤다는 점이다. 오해를 살만한 작은 행동 하나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잘 알기에 그랬다. 칼릴이 만약 그렇게 행동했다면 최소한 총에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 말에는 자신이 없다.

 

스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녀가 자란 동네와 다니는 학교는 다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해서 이 지역을 벗어나길 바란다. 아빠는 이 지역 마약 두목의 아들이었고, 자신도 감옥에 들어 갔다왔다. 하지만 단호하게 갱에서 벗어났다. 자식들을 위해 그는 노력했고, 또 노력한다. 자신이 감옥에 들어가서 딸의 평범한 일상을 보지 못한 것이 큰 상처로 작용했다. 작은 동네 마트를 운영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칼릴도, 딸도, 아들도 이 마트에서 잠시 일했고, 일한다.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두 날개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간호사인 엄마다. 고정 수입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카를로스 외삼촌은 경찰이다. 처음 칼릴이 죽었을 때 삼촌은 스타가 경찰서에 와서 진술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모른 것이 하나 있다. 그 경찰이 스타에게 총을 겨누었다는 사실이다. 그날 밤에 있었던 그 사건은 아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 것도 충격인데 첫사랑이자 친구가 죽었다. 열 살에 친구가 죽은 것까지 감안하면 두 번째다.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죽었다. 그런데 부모들은 그녀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아이가 더 상처받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삼촌과 아빠의 경찰 진술을 둘러싼 논쟁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스타는 학교에 몇 없는 흑인이다. 친한 친구는 중국계 마야와 백인 헤일리다. 셋은 몰려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헤일 리가 스타를 언팔했다. 이유는 스타가 올린 사진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보통의 백인들이 그들의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실보다는 순간적인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흑인들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다. 수많은 미국 소설에서 백인과 흑인의 죽음을 다르게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친구니까 넘어가다가 칼릴의 죽음으로 완전히 갈라진다. 헤일리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쉽게 하면서 농담이라고 뭉뚱그린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도 못한다. 백인들의 사고방식 중 일부가 잘 드러난다.

 

스타의 남자 친구는 백인이다. 둘은 사랑하지만 인종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사랑이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사건은 이것을 더욱 부각시킨다. 차별은 당하고 있는 사람과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아주 크다. 남친 크리스는 그래도 알려고 하지만 헤일리는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다른 피부색의 커플이 흔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현실이다. 흑인 예수를 믿고, 블랙팬서 등을 추종하는 아빠가 있다면 아주 심각해질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이 사실을 숨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친구의 죽음은 공포와 두려움과 구토와 불신 등을 그녀에게 던져준다. 이것을 견디면서 사실을 진술한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이 있지만 소설은 그녀의 일상과 현실을 더 많이 보여준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환경의 지배를 받는 흑인 소년들의 미래를 말한다. 칼릴도 그 중 한 명이다. 공권력은 언제 어디서나 스타를 겁줄 수 있다. 침묵을 강요한다. 흑인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시대 속에 쌓인 분노를 토해내는 하나의 방편이다. 하지만 흑인 가게는 건드리지 않는다. 소설 후반부에 가면 스타가 말한다. 이 증오는 당신들이 남긴 것이라고. 흑인 가족의 삶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사건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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