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The Hate U Give)은 인종차별을 노래한 투팍(2pac)의 말에서 가져왔다. 투팍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아 내몰린 사람들을 가리켜 ‘THUG LIFE(폭력배의 삶)’이라고 칭했다. THUG는 제목의 머리글자를 모은 것이다. 제목과 투팍에 대한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이 소설이 지향하는 바를 아주 잘 함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미국의 총기 규제 문제로 의식은 넘어간다. 기본적인 문제는 인종차별이지만 만약 총기류를 쉽게 구할 수 없다면 경찰들이 과연 그렇게까지 행동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 부분을 말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조금 아쉽다.

 

증오는 주인공 스타가 혼자 만들지 않았다. 제목처럼 백인들이 준 것이다. 인종차별과 선입견과 공포로 무장한 경찰은 과잉진압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칼릴이 경찰의 총격에 죽게 된 것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이다. 미등이 나갔다고 차를 세우고, 흑인이라고 더 강력하게 대처하고, 그의 작은 몸놀림에 총을 쏜다. 이것도 인상적인데 더 놀라운 것은 열두 살 딸에게 아버지가 경찰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쳤다는 점이다. 오해를 살만한 작은 행동 하나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잘 알기에 그랬다. 칼릴이 만약 그렇게 행동했다면 최소한 총에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 말에는 자신이 없다.

 

스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녀가 자란 동네와 다니는 학교는 다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해서 이 지역을 벗어나길 바란다. 아빠는 이 지역 마약 두목의 아들이었고, 자신도 감옥에 들어 갔다왔다. 하지만 단호하게 갱에서 벗어났다. 자식들을 위해 그는 노력했고, 또 노력한다. 자신이 감옥에 들어가서 딸의 평범한 일상을 보지 못한 것이 큰 상처로 작용했다. 작은 동네 마트를 운영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칼릴도, 딸도, 아들도 이 마트에서 잠시 일했고, 일한다.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두 날개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간호사인 엄마다. 고정 수입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카를로스 외삼촌은 경찰이다. 처음 칼릴이 죽었을 때 삼촌은 스타가 경찰서에 와서 진술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모른 것이 하나 있다. 그 경찰이 스타에게 총을 겨누었다는 사실이다. 그날 밤에 있었던 그 사건은 아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 것도 충격인데 첫사랑이자 친구가 죽었다. 열 살에 친구가 죽은 것까지 감안하면 두 번째다.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죽었다. 그런데 부모들은 그녀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아이가 더 상처받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삼촌과 아빠의 경찰 진술을 둘러싼 논쟁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스타는 학교에 몇 없는 흑인이다. 친한 친구는 중국계 마야와 백인 헤일리다. 셋은 몰려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헤일 리가 스타를 언팔했다. 이유는 스타가 올린 사진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보통의 백인들이 그들의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실보다는 순간적인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흑인들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다. 수많은 미국 소설에서 백인과 흑인의 죽음을 다르게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친구니까 넘어가다가 칼릴의 죽음으로 완전히 갈라진다. 헤일리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쉽게 하면서 농담이라고 뭉뚱그린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도 못한다. 백인들의 사고방식 중 일부가 잘 드러난다.

 

스타의 남자 친구는 백인이다. 둘은 사랑하지만 인종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사랑이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사건은 이것을 더욱 부각시킨다. 차별은 당하고 있는 사람과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아주 크다. 남친 크리스는 그래도 알려고 하지만 헤일리는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다른 피부색의 커플이 흔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현실이다. 흑인 예수를 믿고, 블랙팬서 등을 추종하는 아빠가 있다면 아주 심각해질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이 사실을 숨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친구의 죽음은 공포와 두려움과 구토와 불신 등을 그녀에게 던져준다. 이것을 견디면서 사실을 진술한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이 있지만 소설은 그녀의 일상과 현실을 더 많이 보여준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환경의 지배를 받는 흑인 소년들의 미래를 말한다. 칼릴도 그 중 한 명이다. 공권력은 언제 어디서나 스타를 겁줄 수 있다. 침묵을 강요한다. 흑인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시대 속에 쌓인 분노를 토해내는 하나의 방편이다. 하지만 흑인 가게는 건드리지 않는다. 소설 후반부에 가면 스타가 말한다. 이 증오는 당신들이 남긴 것이라고. 흑인 가족의 삶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사건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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