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7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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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SF다. 분류가 청소년 문학으로 되어 있듯이 이야기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고, 로봇들이 쉽게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면 은근히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대사 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부분이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끝부분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활약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마법 언어를 사용해서 로봇을 만든다. 몸은 강철로 만들고, 피부를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마법 언어다. 그런데 이 마법을 이용해서 영혼을 불러와 로봇 속에 심을 수 있다. 이것을 정제 추진력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기술자는 필립 코미어가 유일하다. 하지만 끔찍한 사고 이후 자신이 만든 모든 로봇들을 파괴하고 은둔 생활을 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정제 추진력을 얻기 위한 블레이크 음모에서 비롯한다. 그의 아버지는 코미어와 함께 정제 추진력 기술로 로봇 군대를 만들려고 했었다. 이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 그 아들이 로봇 군대를 만들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자격 없는 로봇 기술자 압살롬의 조수다. 압살롬은 로봇을 팔 생각만 하고, 제대로 된 로봇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가 만든 잭, 둥글이 로버트, 그리퍼 등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잭은 크리스토퍼처럼 인간이 되고 싶다. 이들은 압살롬의 집에 머물면서 그의 돈벌이를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토퍼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때 크리스토퍼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는 바로 로봇이다. 법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가진 로봇은 금지되어 있다. 기관에서 압살롬을 찾아와 협박을 하고,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이들은 블레이크의 하수인일 뿐이다.

 

친구 크리스토퍼가 잡혀간 것을 본 잭 등은 그를 구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주인 압살롬을 떠나 로봇 피부를 만드는 에스텔과 함께 기관을 찾아가려고 한다. 그러다 코미어의 집에 도착한다. 그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인간과 동떨어져 로봇과 살고 있는 코미어는 이들의 방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 에스텔은 더 심하다. 둥굴이 로버트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뀐다. 코미어와 함께 있는 크리스토퍼의 사진을 본 것이다. 코미어가 만든 정체 추진력 로봇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고, 여기에는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제 이들은 크리스토퍼를 구하기 위해 기관으로 간다.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간 블레이크는 크리스토퍼가 기억하는 마법 언어를 얻길 바란다. 이것을 위해 고문도 저지른다. 로봇 군대에 대한 그의 강한 욕망은 비뚤어져 있다. 그는 악의 한 축으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고, 액션을 보여주고,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와 대결하는 코미어와 잭 일행의 모습은 아주 멋지다. 이때 잭 등이 보여주는 행동은 인간의 희생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로 만든다면 멋진 영상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반전 하나가 숨겨져 있다. 그것은 아주 잔혹한 응징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잭이 가장 인간적인, 아니 인간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을 연상하고 읽다보면 이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느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준다. 바로 인간을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것이다. 로봇은 불가능하지만 인간은 가능하다. 이 부분 때문에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과 마음을 떠올린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망 뒤에 가려진 마음의 실체는 어떤 것인지. 더 깊이 들어가면 철학적으로 어려워지겠지만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하는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잭을 비롯한 로봇들이다. 그나저나 <오즈의 마법사>는 언제 읽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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