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
김민기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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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란 이름 낯설다. 하지만 그의 여자 친구 홍윤화는 낯익다. 이제 TV를 잘 보지 않으면서 몇몇 아주 유명하거나 가끔 보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을 빼면 잘 모른다. 개그맨 신인들은 더 낯설다. 사실 김민기는 신인도 아니다. 다만 홍윤화보다 인지도가 낮을 뿐이다. 아마 그의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한다면 아주 가끔 본 <웃찾사>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지도 몇 년 되었다. 그래도 포털에 올라온 검색어 때문에 이 커플의 존재는 알았다. 당연히 이 인식은 그때뿐이었다. 그런데 김민기가 에세이를 내었다고?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홍윤화의 독려에 그는 밍키월드란 블로그를 운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들어가 봤다. 그들의 연애사가 간단한 만화로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책 속에 이 만화들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없었다. 둘이 찍은 사진과 그들의 연애사를 풀어낸 글뿐이었다. 조금은 아쉽다. 김민기의 재능 중 하나를 묵혀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읽어나가면서 이 아쉬움은 점점 사라졌다. 그가 풀어내는 그들의 연애사와 연애에 대한 그의 단상들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가 잘 한다는 기승전결에 작은 반전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글 곳곳에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9년 연애. 주변에 보면 이런 커플들이 한둘은 꼭 있다. 잘 된 커플도, 깨진 커플도 꽤 많다. 시간과 사랑은 보통 교차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떤 커플은 꽈배기처럼 꼬인 연애를 하기도 한다. 나도 김민기 주변 사람들처럼 이 커플들에게 말한 적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처럼 대답한 적 없다. 아마 그런 대답을 들었다면 감탄과 함께 의문을 동시에 가졌을 것이다. 이들의 꽁냥꽁냥한 연애사를 그냥 읽기만 했다면 그냥 보통의 연애사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 김민기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글솜씨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이 김민기, 홍윤화 커플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웃음은 행복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 개그맨 커플답게 평범한 컷들보다 연출한 사진이 더 많다. 그런데 보기 참 좋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글들은 개그맨의 편집을 거치면서 재밌게 바뀌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글을 읽으면 옛 추억이 소록소록 샘솟는다. 만남이 길어지면 다툼도 생긴다. 하지만 이들은 현명하게 자신들만의 화해방법을 발견했고 잘 이용한다. 멋지다. 오랜 연인의 내공이 힘을 발휘한다. 읽다보면 우리가 연애하면서 자주하는 단어들이 보인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는 것이다.

 

실수하고, 실수하고, 고치려고 하고, 실수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자신들이 한 발 물러서면서 상대에게 한 발 더 다가간다. 글을 읽다보면 이런 콩깍지도 없다. 나까지 홍윤화가 엄청 귀여워 보인다. 갑자기 든 생각 하나가 있다. 홍윤화의 입장에서 그들의 연애담을 쓰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남녀 버전의 연애사 말이다. 어떤 다른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들의 결혼 소식이 있다. 새로운 현실 세계로 들어왔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진심으로 이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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