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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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낯선 작가 이름이다. 영화 <킹콩>의 원작 초안을 썼다는 소개글을 보지 못했다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코난 도일과 애거스 크리스티와 동시대 추리소설 작가라고 하지만 크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아마도 대중적으로 흔히 알려진 대표 작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킹콩>을 내세웠을 것이다. 실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큰 긴박감이나 기발한 트릭이 주는 놀라운 재미를 받지는 못했다. 현대 추리소설에 비해 구성이 꼼꼼한 것도 아니다. 시대를 감안하고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그러면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1916년 작품이다. 당연히 이 시대는 지금처럼 통신이 발전하지도 않았고, 교통수단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과학 수사란 것도 아직 태동하지 않았던 시기다. 지문이 이제 막 수사에 적용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처럼 과학수사를 위한 조직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머릿속에 두고 읽어야 한다. 범죄자의 수준도 수사와 발전과 함께 발전한다. 수사와 범죄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아간다. 이 소설 속 악당인 레밍턴 카라의 행위는 현대의 시점에서 본다면 초보적이다. 그의 대척점에 선 런던 경시청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서 있다. 그렇다고 카라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추리 소설가 존 렉스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는 카라의 친구다. 그의 아내 그레이스는 카라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와 결혼했다. 외모나 재산 등을 생각하면 카라가 월등히 나은 배우자다. 하지만 카라가 가진 내면의 어둠과 공포를 알고 있던 그녀는 렉스맨을 선택했다. 이것이 자존심 강한 카라를 자극했다. 그는 이 부부를 공포와 파멸로 인도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로 렉스맨을 살인자로 만든다. 렉스맨의 친구인 티엑스는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찾는다. 렉스맨의 증언을 증명할 수 있는 총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티엑스는 카라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 둘의 대결이다.

 

둘의 대결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듯하다가 카라가 죽는다. 실제 이 소설의 트릭은 여기서 생긴다. 카라가 죽은 방에서 발견된 양초와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작가는 이 살인이 생기는 과정에 또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밸린다 메리와 집사 피셔 등이다. 이들의 등장은 범인을 특정 짓는 것을 방해한다. 각자의 의도가 행동으로 이미 조금씩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지?’라는 의혹을 던진 채 장면을 전환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사건의 의혹이 풀리는 것은 렉스맨의 설명을 통해서다. 이어지는 작은 반전은 솔직히 과한 설정이다. 앞에 하나의 장치를 통해 가능성을 던져두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이 부분이 카라의 잔혹함을 더 잘 표현해주기는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엄밀함이나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솔직히 부족하다. 현대 추리소설의 속도를 따라가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홈즈나 미스 마플처럼 매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그 시대를 감안하고 표현이 지금보다 정제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티엑스가 지닌 정보 등을 생각하면 작은 FBI 후버 국장이 떠오른다. 런던이란 지역에 한정할 때이지만 그가 모르는 일은 거의 없다. 잘 다듬었다면 아주 멋진 캐릭터가 되었을 것 같다. 이런 아쉬움들 속에서 나름 속도감 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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