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의 수수께끼 밀리언셀러 클럽 82
아베 요이치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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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 단편선 중 하나 남은 마지막이다. 이 책을 백색이나 흑색보다 먼저 구해놓고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헤매다 얼마 전에 찾았다. 원래 출간 순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순서가 깨어지면서 조금은 느긋해진 것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그것은 아마 책을 읽으면서 집중력이 가장 좋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상황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다섯 편이 실려 있다. 다른 이야기들과 직업들이 나오면서 각각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의 작가를 다시 만나 반가웠다. 그리고 색다른 직업이 주는 흥미와 아직 읽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품을 기대하고 만들고, 읽는 동안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될까?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근래에 읽은 단편 중에서 취향에 가장 맞다고 해야 할까?  

 

 <푸른 침묵>은 개인적으로 이 단편선에서 가장 취향과 맞지 않다. 충분히 집중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는 사치에와 그녀를 둘러싼 상황들이 왠지 모르게 잘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단순히 금전 문제로 자살한 커플에서 시작하여 점점 규모가 커지는 그 과정이 긴장감을 키우기보다 겉도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장편으로 바꾸면서 각각의 세부상황과 갈등 구조를 더 키운다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다나에>는 오랜만에 읽은 후지와라 이오리의 작품이다. 사실 작가의 이름보다 그의 출세작인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이 작품을 읽고 얼마나 즐거워했던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엔 화가와 전시회에서 발생한 황산 테러를 중심으로 인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비록 중반에 범인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지만 잔잔하게 감동을 준다. 로마 신화에서 빌려온 사건이 현재에 적용되면서 만들어내는 상황은 인간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고, 그 과거를 현재에 진실하게 받아들일 때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안사라는 직업을 다룬 <터닝 포인트>는 색다른 느낌이다. 백화점에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을 몰래 잡아내는 직업인데 우리가 자주 가는 백화점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실수를 연속적으로 저지른 친구 대신 교관에서 실무로 돌아온 야기의 활약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도둑질과 사기행각은 읽는 즐거움을 준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로맨스의 분위기는 다음 이야기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이버 라디오>의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라디오 주파수 맞추듯이 연결하는 초능력자를 등장시켰다. 근데 이 능력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정보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정보 능력이 만들어내는 사기 행각은 대단하다. 우연히 자신의 라디오에 잡힌 목소리와 단어를 통해 숨겨진 비밀을 펼쳐나가는 그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다.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전직 은행원의 경험을 살린 대목에선 대단히 현실적이다.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웃기는 작품이 <온천 잠입>이다. 여배우로서 성공을 바라는 치구사와 거구에 약간 어리숙한 모키치를 등장시켜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만들었다. 처음엔 약간 그 상황들이 작위적이라 짜증이 났지만 읽다보니 그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코믹함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죽은 시체를 옮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프닝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는 점에서 웃음을 자극한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대사와 의문들은 앞에 펼쳐진 해프닝들이 보여준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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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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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선의 제목이 엄청나게 긴 것도 시선을 끌지만 작가들은 더욱 시선을 끈다. 너무나도 유명한 닉 혼비나 닐 게이먼을 제외하고도 작가들의 책 제목을 보면 아! 하고 감탄을 자아낼 작가들로 가득하다. 책 제목을 보고 감탄을 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작가 이름을 외우는데 소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몇 권을 읽기 전엔 잘 기억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면 여기저기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주 말해 주거나 말이다.  

 

 이 책은 서문부터 특이하다. 처음엔 책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쓴 것인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전혀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다. 호기심을 잔뜩 불러놓은 상태로 이야기의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닉 혼비의 <작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를 무대로 한 소년과 축구를 이야기한다. 황당한 설정이지만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중국 고사성어 기우를 연상시키는 <라스 파프, 겁나 소심한 아버지이자 남편>로 넘어가고, <괴물>에선 왕따를 당하는 소년의 모습과 마주한 괴물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멍청하고 한심한 도적을 훌륭한 꾀로 물리치는 <카울릭에서 벌어진 시합>은 뻔하지만 유쾌하고, <시무어의 마지막 소원>은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소년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손자가 쓴 <그림블>은 부모가 자식을 저렇게까지 내놓고 키울 수 있나 의문을 자아내지만 닷새 동안 벌어지는 그림블의 짧은 여행이 즐거움을 준다. 실사와 만화를 결합하여 만든 <전장의 용사들>은 소년의 습작 같은 느낌을 주고, <태양새>는 과연 닐 게이먼이란 표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판타지를 만들어내었다. 미식가와 태양새를 연결하여 만드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반전은 대단히 재미있다. <이상한 전화>에서 한 소년이 핸드폰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이 눈길을 끌고, 사라진 뉴욕의 여섯 번째 주를 다룬 <여섯 번째 마을>은 대륙이동설에 기반을 두고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분량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어떤 이야기는 우화처럼 다가오고, 어떤 부분에선 작가의 취향이 묻어나기도 한다. 언제나 단편집을 읽다 보면 좋아하는 몇 편이 꼭 생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닉 혼비의 <작은 나라>, 클레멘트 프로이트의 <그림블>, 닐 게이먼의 <태양새>가 바로 그것들이다. 아직 제대로 닉 혼비의 장편을 읽은 적이 없는데 최근 호기심이 부쩍 많이 생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그림들이다. 다양한 형식과 그림체를 보여주는데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낯익은 그림체도 있는가 하면 어색하고 투박한 그림체로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 하나 더, 겉표지 뒤에 숨겨진 표지 사진은 가장 행렬을 보여주는 듯한데 아주 인상적이고 유쾌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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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 빈센트 람 소설
빈센트 람 지음, 이은선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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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나 병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늘 긴장감을 주고 흥미롭다. 그것은 아마도 긴급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작가는 이 상황들을 스릴러나 호러로 만들고, 다른 작가들은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실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다른 시각과 출발점이 다른 색깔을 띠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은 현직 의사가 자신의 삶을 참조로 하여 그려내었다.   

 

 장편 소설이 아니라 연작소설이다. 첫 몇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장편처럼 다가온다. 그렇지만 곧 이야기는 의사들만이 아닌 환자들의 현실로 뛰어 들어가고, 그들과 결합하고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한 명과 하나의 대학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첫 이야기인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을 볼 때만 해도 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보면서 놀란다. 한국의 현실에서 대입 한 방으로 결정되는데 여기선 의과대학 입학을 위해 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그 과정을 보면 의사가 된다는 것이 하나의 전문직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각 나라마다 방식이 다르니 약간 유보하자. 이때만 해도 의대에 들어가면 성공한 삶이고 밝은 미래가 보장된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의사란 직업이 만만하고 여유롭고 편안한 직업이 아님을 보여준다.  

 

 모두 열두 편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 밍과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만 하여도 의사에 대한 열정과 사람 이야기가 주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엔 맞다. 전문용어가 흘러넘치고, 의과대학의 풍경이 보이면서 전형적인 형식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곧 의대 생활을 넘어 그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현실이 의사의 입장에서 정리된 것도 있지만 환자의 시선에서 혹은 그 둘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그리고 각각의 분위기와 이야기 방식이 다르다. 어느 순간은 흥미로운 과거의 삶을 보여주고, 어떤 순간은 당혹스러운 마무리로 더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나 생각하게 한다.  

 

 열두 편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좋아하는 작품들이 나누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선호도는 스리의 할아버지 이야기이자 작가와 연관된 듯한 <기나긴 이동>과 급사한 남자의 가까운 과거를 다룬 <그 후>다. 이 둘은 모두 스리와 연관이 있다. 사실 스리가 화자도 등장한 두 편이기도 하다. 이 중국계 의사의 삶이 시선을 끈 것은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때문이다.   

 

 

 <기나긴 이동>은 위중한 병에 걸린 할아버지의 과거사가 주요 내용이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 만나게 되는 할아버지의 과거는 수많은 화교들이 세계 곳곳에 어떻게 자리를 잡고 뻗어나가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물론 이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의 삶속에 뿌리박고 있는 사고방식은 지극히 동양적이다. <그 후>가 흥미로운 것은 급사한 남자가 발견된 장소 때문이다. 그가 그곳에 가게 된 이유와 그곳을 찾아간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과 풍경이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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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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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리소설이다. 책 앞부분에 범인과 범행 장면이 먼저 나온다. 누가 범인인지 안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니 관심사는 왜 죽였나와 어떻게 이 범인을 찾아낼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을 읽다 보면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단서를 숨기고, 풀어내고, 이어가는 과정이 재미를 준다. 그 중심에는 범인인 후스미 료스케와 탐정 역인 우스이 유카가 있다. 이 둘의 대결은 끝까지 이어지고 숨겨져 있던 모든 비밀이 마지막에 풀린다.  

 

 사실 범인이 누군지 먼저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캐릭터가 힘을 발휘하게 된다. 범행을 숨기려는 범인과 이를 알지만 자백 받거나 정확한 증거를 찾으려는 탐정 등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 둘의 대립은 긴장감을 불러오고,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좇고 좇기는 심리적 추격전을 펼친다. 이때 탐정 등이 어떤 캐릭터냐에 따라 전체적인 흐름이 바뀐다. 만약 형사 콜롬보나 후루하타 닌자부로 같은 형사라면 약간 어리숙한 외모와 행동으로 범인을 안심시킨 후 날카로운 심문 등으로 한 방에 해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유카 같은 경우라면 어떨까? 그녀는 차갑고 냉철한 이성으로 그 답에 다가간다.  

 

 날카로운 직관과 냉철한 지성을 가진 두 인물인 후스미와 유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고,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둘은 아주 다른 성격의 소유자다. 이 차이가 둘이 하나의 연인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 후스미가 날카롭고 차가운 이성에 뜨거운 감성을 가진 반면에 유카는 감성마저도 이성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니 후스미가 그녀의 고백을 듣고도 선뜻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 차이가 둘을 범인과 탐정으로 나누어지게 만든다.  

 

 살인 장면으로 문을 열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대학 경음악부 ‘알코올중독분과회’의 멤버들이 동창회 모임을 위해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장소는 회원 중 한 명의 형님이 운영하던 고급 팬션이다. 이 모임은 모두 6명의 동창생과 예전부터 모임에 참석했던 회원 레이코의 여동생 유카를 포함해서 7명이다. 멋진 저택과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진다. 사람을 초대한 안도의 목적은 건강을 해친 형님의 부탁으로 빈집으로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동창생도 만나고, 집 청소도 하는 일석이조의 목적으로 그들을 불렀다. 그런데 이 즐거워야 할 모임이 후스미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다른 상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은 소설의 끝까지 후스미와 유카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은밀하면서도 지속적이고 치열한 심리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읽으면서 궁금함을 자아내는 것은 왜 죽였는가와 밀실처럼 꾸며서 시체 발견을 늦추려고 하는 지였다. 뒤로 가면서 살인 이유가 조금 느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요즘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이유가 정말 하찮은 경우도 많기에 무리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이 이유가 다음 의문에 대한 답이 되는 순간 잘 짜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그렇게 후스미가 방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는지 말이다. 작가는 이런 과정들을 수학적 정밀함을 가지고 이어간다. 감성의 영역을 최소화하고 이성으로 무장한 채 하나씩 드러나는 오류를 잡아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인간미가 가려져 조금 아쉽기는 하다.  

 

 한정된 공간과 많지 않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과거의 에피소드가 나오고, 몇 년 만의 만남을 즐거워하는 광경이 살인사건이 주는 무거움을 들어준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상황을 낙관하고 즐기는 그들에 비해 유카의 날카로운 이성의 압박은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에 긴장감을 이어가게 만든다. 이 날카로운 이성의 칼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위험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 후스미 밖에 없다고 하여도 말이다. 인간의 따뜻한 감성은 없지만 유카가 보여주는 능력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다른 등장을 기다리게 만든다. 다행히 작가가 도서 3부작의 두 번째 책에서 다시 그녀를 등장시킨다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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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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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노부라 노부오 같은 손재주가 있다면 어떨까? 신기하고 초능력 같은 그 능력을 글로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화폐나 동전의 금액 맞추는 것이야 이미 맹인들이 보여주었기에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지갑에 얼마나 들었는지, 걸어가는 사람의 서류가방을 몇 초만에 여는 모습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간 것들이다. 소설 속에서 노부오가 몇 번이나 급하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소매치기를 하는데 이를 보면서 그 능력에 감탄하고 부러워했다. 이런 주인공의 능력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발휘되니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어릴 때 자신의 손가락이 지닌 능력을 깨달은 노부오가 다른 사람을 돈을 훔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오락실에 갈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가 오락에 몰두하자 엄마가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용돈을 끊은 것이다.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연히 겁에 질려 소매치기를 했는데 상대방이 이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때부터 오락을 위한 조그마한 돈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장면을 같은 학교 학생 수학에게 들키고 만다. 학교에서 수학과 물리에서만 재능을 발휘하던 그가 이제 노부오의 능력에 감탄하며 자신이 세운 계획에 동참할 것을 강요한다. 당연히 그 계획이 쉬울 리가 없다.  

 

 약간 무모하고 위험한 계획임에 틀림없지만 성공한다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유명 사립대학의 시험지를 중간에 가로채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바로 학교로부터 빼앗지는 않는다. 그 시험지를 학교로부터 반출하는 것은 야쿠자다. 학교와 관련된 인쇄소 직원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여 시험 전에 문제를 밖으로 빼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아들을 합격시키고, 그 문제지를 팔아서 거액을 벌 생각을 한다. 그런 계획 중간에 들어가 몰래 문제지를 훔칠 계획을 수학이 세운 것이다. 겁도 없이 야쿠자를 상대로 말이다.  

 

 하나의 큰 목적을 향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노부오의 능력은 점점 발전하고 대담해진다. 그 사이에 노부오 이상의 능력을 가진 치사토 할머니를 만나 새로운 능력에 눈을 뜬다.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생 한 방’이란 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녀가 한 번의 큰 건으로 러브호텔을 소유하고, 자그마한 소매치기는 거의 손을 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의 욕심에 어디 끝이 있던가?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훌륭한 아이를 보았으니 그를 가르치고 키우는 재미 또한 대단하다. 이 수업을 보다 보면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그들이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소설에서 노부오를 제외하고 강탈 계획을 세운 수학과 그 정보를 제공한 기쿠치가 중요인물이다. 수학이야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을 준비한다면 기쿠치는 노부오의 사랑이자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소심하고 나약했던 그가 그녀를 통해 한 명의 남자로 성장하고 허세를 부리게 된다. 그리고 이 둘의 존재와 계획은 단순히 오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그마한 소매치기에서 인생을 건 거대한 승부로 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그러니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제목에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연상시킨다. 워낙 오래 전 만화나 어린이 소설로 읽었기에 세부적인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제목에서 자세히 알려주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치열한 입시전쟁을 마주한 수험생들과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수학이 세운 계획을 보면 위험하다. 비록 노부오의 손기술이 초능력에 가깝다고 하여도 한 번의 실수가 불러올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노부오의 청춘과 열정과 불안을 동시에 풀어낸다.  

 마지막 장에서 시험지 유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부오 등이나 야쿠자를 제외한다면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 양심을 팔고, 입학을 위해 돈을 먹이는 학부모의 모습이 똑같이 재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처리 과정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가 더 뻔뻔하다. 학교와 교육부란 복마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주하는 사실들은 노부오 등이 펼치는 계획이 결코 올바르지 않지만 짓눌린 그들의 청춘의 조그마한 탈출구 역할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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