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코드 - 모두에게 익숙한 소년과 처음 만나는 나 사이 생각학교 클클문고
이진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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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작가들이 ‘남자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스러움이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남자다움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다섯 작가 중 두 명이 남성 속에 갇힌 여성이나 동성애를 다루었다.

이것 이외에 사회 문화적으로 강요된 남성상에 짓눌린 소년들이 나온다.

이 분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존재는 흔들린다.

나다움을 찾아가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장르와 시대를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전건우의 <더블>은 공포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수혁은 자신 속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부인하고 없애려고 한다.

늦은 밤 화장실에 가서 허벅지를 찌른 후 자신의 여성성을 지우는 행위를 한다.

인터넷에 나온 방법인데 자신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남자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는 귀신 같은 여성이 그의 주변에 나타난다.

그가 버린 여성이 귀신으로 변해 찾아온 것이다. 서늘한 기분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워’란 반전을 마주한다.

남자와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반전은 없을 것 같다.


차무진의 <맹금류 오 형제>는 일본 애니 <독수리 오형제>의 패러디다.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애니를 비틀었다.

물론 공간은 한국으로 바뀌었고, 악당도 다른 이름이다.

이 코믹한 비틀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을 제외한 다른 네 남자의 행동이다.

1호와 2호가 서로 싸우다가 여성이 끼어들면 서로 합세한다.

용기와 만용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불새의 주체와 전혀 예상 못한 나머지 형제의 모습이 재밌다,


정해연의 <기둥>은 단어에 집착한 태수와 그 동생 태경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부탁한 ‘우리집의 기둥’이란 단어가 태수를 짓누른다.

여동생의 치마 길이를 탓하고, 늦은 밤 귀가 시간을 단속한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은 보통이 남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오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태경과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의 태수.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동생의 연인.

풋풋한 청춘들과 엄마의 새로운 기둥 해석이 눈길을 끈다.

가끔 이렇게 밝고 유쾌한 정해연의 소설도 좋다.


<소년에겐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조영주의 단편이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가 떠올랐다.

가벼운 도시 괴담과 은이란 고등학생과의 만남이 만들어낸 만남은 아주 강렬하다.

이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아주 멋지다.

그들이 만든 아지트가 또 다른 아지트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춘의 빛을 잠시 본다.

아주 어릴 때 나의 유치했던 동네 아지트를 잠시 떠올려본다.


이진의 <정거장에서>는 일제 강점기 이야기다.

지금보다 훨씬 남자다움을 강요하던 시절이다.

영수는 전차에서 한 소년을 보고 반한다. 그는 일본 학생이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국가와 성별이 따로 없다.

3대 독자 영수는 집안 어른들과 누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첫 사랑의 실패와 이 감정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는 예상 외로 재밌다.

영수의 짝사랑 상대가 영수의 방해 때문에 내뱉는 비하의 말과 행동은 그 시대의 한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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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세계들 문 너머 시리즈 1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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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 시리즈 1권이다.

세계 3대 SF판타지상을 수상했다.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라상 등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고, 화려한 수상 이력이 눈길을 강하게 끌었다.

그런데 취향 탓인지 아직 그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재미를 완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이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 대한 이해 부족은 집중력을 깨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그 재미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엘리노어 대안 학교는 문 너머를 갔다 온 아이들이 모인 학교다.

교장인 엘리노어는 다른 문을 여러 곳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문은 간단하게 말하면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다.

크게 고도의 로직 세계, 난센스의 세계로 나누어져 있다.

그 아래에 요정의 나라, 언더월드, 위키드의 세계, 캔디 랜드, 뱀파이어 세계 등 다양하게 있다.

소설의 주인공 낸시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막 돌아왔다.

부모님은 문 너머에서 돌아온 낸시를 엘리노어 대안 학교에 입학시켰다.

현실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직 문 너머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낸시는 현실 세계가 오히려 낯설다.

그 세계에서 낸시는 호흡과 움직임을 거의 없는 듯이 하면서 살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왕이 만진 다섯 가락을 빼고 모두 흰색으로 변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녀가 염색한 줄 안다.

이런 그녀가 밝고 정신없는 듯한 스미의 룸메이트가 된다.

그런데 다음 날 스미가 손목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된다.

누가 스미를 죽였을까? 그리고 살인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학교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하고, 학생들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정해 안심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판타지 세계와 살인 사건에 대한 추리를 엮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다녀온 문 너머의 세계를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한다.

그들이 다녀온 다양한 세계는 충분한 설명이 없지만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한 번 본 곳들이다.

각자의 경험이나 상상력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문 너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엘리노어의 현실 나이와 외모가 달라 보이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살인 사건이 덧붙여지고, 각자 경험한 문 너머의 세계가 나오면서 조금씩 조각이 맞추어진다.

각자 그 세계에서 배운 마법이나 과학 등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리즈가 더 늘어나면 색다른 재미도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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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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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내용의 3분의 1정도를 덜어내었다고 한다.

덜어낸 만큼 가독성이 좋아졌겠지만 어떤 대목들이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비약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버스터의 탈출과 동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아쉽다.

감옥에 갇힌 최악의 테러범 아이버스터가 탈출하고, 다시 테러를 계획한 부분이 더욱 그렇다.

아무리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광범위하고 강대하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속도감과 흥미로운 설정은 절로 눈길이 간다.


휴머노이드 경찰과 푸른 살이 거의 잠식한 형사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레미는 푸른 살이 커져 청나무로 변한 존재를 제거하는 휴머노이드다.

드레스덴은 남들보다 커다란 푸른 살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인간 형사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지만 레미 납치 사건 후 조금씩 연결된다.

레미가 납치되기 전 청나무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가 엄마를 보호하려는 인간 아이 동수를 만난다.

동수는 엄마를 죽이지 않기 위해 레미를 공격한다.

피부에 상처를 남길 지 모르지만 그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나무를 제거하고 복귀하려는 그를 인디고 탈주범들이 납치한다.

아이와 휴머노이드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디고 탈주범들이 탄 항공기에 열 명의 과학자들이 타고 있다는 이유로 폭파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이 과학자들은 모두 죽었다.

세 명의 인디고만 살아 도망치고 있는데 혹시 이 중에 최악의 테러범 아이버스터가 있을 수 있다.

아이버스터는 섬광의 대학살로 2억 명을 죽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사형하지 않고 감옥 섬에 격리시켰다. 그런데 탈출했다.

감옥의 폭발로 정확하게 누가 탈출했는지 밝혀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정말 대단한 연쇄살인범이다.

여기서 이 소설의 세계관 하나가 또 드러난다.


2035년 아프리카대륙 남단에 운석이 떨어진다.

이 운석에 묻어온 외계생명체가 인간의 뇌에 기생한다.

재밌는 점은 인간의 폭력성이 드러나면 종양처럼 푸른 살이 커진다.

이 푸른 살이 너무 커지면 청나무로 변한다.

이 청나무는 인간 크기가 아니라 실제 거대한 나무로 자란다.

그런데 온몸이 푸른 살로 가득 찬 인간들이 있다. 바로 인디고다.

원래대로라면 청나무로 변해야 하지만 이들은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다.

섬광의 대학살은 2억 명이 청나무로 변해 죽은 사건이다.

이때 드레스덴의 어머니와 연인이 죽었다.


푸른 살의 범위는 그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척도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인간들은 푸른 살을 보고 그 사람의 선악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정부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강력 범죄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푸른 살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부자들이 선택한 것은 휴머노이드로 자신의 몸을 대체하는 것이다.

인간 뇌와 전자 뇌의 공존. 강력하고 매끄러운 몸.

하지만 이런 대체는 거액이 필요하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서 푸른 살 제거 수술을 받는데 이때 죽는 사람들이 많다.

부자들과 정부에 편리하고 유리한 디스토피아 세계가 만들어졌다.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푸른 살로 폭력성이 통제되는 사회.

한국의 금환일식은 폭력성을 내보여도 푸른 살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시간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작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 시기를 모든 사건의 종착지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하나씩 흘러나오는 왜곡된 정보, 진실, 뒤틀린 욕망들.

작가는 이야기를 억지로 비틀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 각자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놓는데 조금 더 나왔으면 어땠을까?

재밌지만 아직 거친 느낌이 가득하다.

이 흥미로운 설정의 세계를 더욱 확장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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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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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의 속편이라고 한다.

전편을 읽지 않았지만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모두 읽은 지금 전편이 궁금해지기는 한다.

미쓰야 형사의 특이하고 기발한 접근법 등이 강한 인상을 준다.

하나의 죽음, 여기서 파생된 과거의 살인 사건. 예상하지 못한 과거.

과학 수사에 익숙한 독자에게 미쓰야 형사의 접근법은 비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법인 잡이에만 집착하는 형사가 아니다.

그의 개성 강하고 특이한 접근법은 동행하는 형사 다도코로에 의해 설명된다.


크리스마스 이브. 빈 건물 1층에 여자가 죽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노숙인처럼 보이는 그녀의 복장이 흐트러져 있고, 두부는 둔기에 맞은 흔적이 있다.

경찰들의 수사에 의해 그녀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녀의 이름은 마쓰나미 이쿠코, 50대의 중년 여성이다.

지문 조회 결과 1년 전에 죽은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가방에 지문이 찍혀 있다.

하나의 죽음이 두 개의 사건과 연결되는 순간이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 둘의 접점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녀가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살인자란 단서는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이 사건의 수사팀에 미쓰야와 다도코로 콤비가 들어 있다.

평범한 형사 다도코로는 미쓰야가 가끔 내뱉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 특이한 형사의 접근법과 해석에 있다.


미쓰야 형사가 처음 찾아간 곳은 요시하루의 부인이다.

그녀의 집을 방문해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밖으로 나와 그녀의 집에 놓인 꽃에 대한 의혹을 말한다.

미쓰야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다도코로 형사.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이후 이어지는 수사 과정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일상적인 방문과 질문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이고, 실제는 그 현장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그의 기발한 접근법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사연과 엮이면서 서로 뒤엉킨다.

단순히 누가 범인인지 찾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삶,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교차한다.

과거 속에 들어가면 또 다른 이야기와 사건이 흘러나온다.

왜 이쿠코가 노숙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공무원 요시하루가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러 온 그녀에게 내뱉는 말이 특히 그렇다.

한국의 공무원이 이렇게 말한다면 민원을 넣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물론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의 편의를 도모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쿠코의 남편이 죽은 것도, 그녀가 노숙인이 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이야기가 뒤로 가면서 누가 범인인지 추측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작가가 꽁꽁 숨긴 것도 하나의 이유다.

가려져 있던 관계와 사연들이 하나씩 풀려나오면서 인간적인 반전이 펼쳐진다.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이 지닌 의미와 그 일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던 사고가 만들어낸 비극.

자신의 삶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가는 삶.

가증스러운 본성을 숨긴 채 추악한 말과 행동을 한 인간.

극한의 상황을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진솔한 마음과 행동.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늦은 밤 창밖을 내다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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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노래한다
엘리 라킨 지음, 김현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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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분량이다. 판형을 달리하면 쪽수가 줄어든다.

처음 쪽수를 확인하고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을 살짝 했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면서 조금씩 빠르게 사라졌다.

후반 3분의 1은 한 소녀의 삶이 주는 먹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부분에서 그냥 무심코 읽었던 그녀의 삶이, 그 행적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깨닫는다.

열여섯 소녀가 세상에 나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윤리나 도덕은 생존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하다.

이 간극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대학생 저스틴과의 여행이다.


에이프릴. 맞다. 4월이다. 대충 지은 이름이다.

엄마는 도망쳤고, 아빠는 그녀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

아빠는 새롭게 결혼한 아이린과 그 아이들에 집중할 뿐이다.

에이프릴은 아빠가 준 낡은 기타로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이 소설의 앞부분은 에이프릴의 가능성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에게는 잘 생긴 남친 매티가 있지만 그는 십대 멍청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매티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에이프릴과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가 이혼했고, 신발은 낡았고, 머리는 지저분하고, 손톱 밑에 때가 끼어 있다는 이유로.

혼자 힘들게 사는 그녀에게 그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한때 아빠가 사귄 마고 아줌마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정말 무책임하다.

가끔 딸을 찾아오지만 딸의 생활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물건을 사주지도 않는다. 에이프릴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아빠와 크게 싸우게 되고, 에이프릴은 새엄마의 차를 훔쳐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이타카의 폐장한 캠핑장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나이를 속인 채 카페에 일자리를 얻는다.

하지만 아직 잘 곳은 구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잘 곳을 주겠다는 남자가 나타나지만 성폭행과 살인 등의 두려움이 주춤하게 한다.

올바른 행동이지만 너무나도 힘든 삶은 모르는 사람의 호의에 기대게 한다.

이타카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깨닫는다.


그렇게 바랐던 행복의 시간은 예상하지 못한 일로 빠르게 끝난다.

그녀가 성년만 되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행복을 느끼고,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삶은 추락한다.

이런 추락은 한 번만 일어나지 않고 반복한다.

생존을 위한 삶이 만들어낸 불운과 불행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곁에는 그녀가 기대한 것 이상의 친구들이 있다.

그녀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이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은 성인이고, 에이프릴은 미성년자에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란 것이다.

이 차이는 아주 어마어마한 차이로 삶에서 드러난다.


3년 동안 에이프릴은 기타와 음악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고향과 이타카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아주 가끔 마고 아줌마에게 전화로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할 뿐이다.

칼리에게는 보내지 못한 편지만 자꾸 쌓여간다.

이런 여정 속에 남성의 폭력에 노출된 적도 있다.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손에 드라이브를 숨긴 채 움직이는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다.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한 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깝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 이야기는 찾아 듣고 싶게 한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말이다.

현실적인 상황과 생존의 몸부림 속에서 한 소녀의 방랑, 성장과 노래가 흘러나온다.

묵직하고, 현실적이고, 긴 여운을 남기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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