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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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내용의 3분의 1정도를 덜어내었다고 한다.

덜어낸 만큼 가독성이 좋아졌겠지만 어떤 대목들이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비약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버스터의 탈출과 동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아쉽다.

감옥에 갇힌 최악의 테러범 아이버스터가 탈출하고, 다시 테러를 계획한 부분이 더욱 그렇다.

아무리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광범위하고 강대하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속도감과 흥미로운 설정은 절로 눈길이 간다.


휴머노이드 경찰과 푸른 살이 거의 잠식한 형사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레미는 푸른 살이 커져 청나무로 변한 존재를 제거하는 휴머노이드다.

드레스덴은 남들보다 커다란 푸른 살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인간 형사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지만 레미 납치 사건 후 조금씩 연결된다.

레미가 납치되기 전 청나무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가 엄마를 보호하려는 인간 아이 동수를 만난다.

동수는 엄마를 죽이지 않기 위해 레미를 공격한다.

피부에 상처를 남길 지 모르지만 그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나무를 제거하고 복귀하려는 그를 인디고 탈주범들이 납치한다.

아이와 휴머노이드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디고 탈주범들이 탄 항공기에 열 명의 과학자들이 타고 있다는 이유로 폭파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이 과학자들은 모두 죽었다.

세 명의 인디고만 살아 도망치고 있는데 혹시 이 중에 최악의 테러범 아이버스터가 있을 수 있다.

아이버스터는 섬광의 대학살로 2억 명을 죽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사형하지 않고 감옥 섬에 격리시켰다. 그런데 탈출했다.

감옥의 폭발로 정확하게 누가 탈출했는지 밝혀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정말 대단한 연쇄살인범이다.

여기서 이 소설의 세계관 하나가 또 드러난다.


2035년 아프리카대륙 남단에 운석이 떨어진다.

이 운석에 묻어온 외계생명체가 인간의 뇌에 기생한다.

재밌는 점은 인간의 폭력성이 드러나면 종양처럼 푸른 살이 커진다.

이 푸른 살이 너무 커지면 청나무로 변한다.

이 청나무는 인간 크기가 아니라 실제 거대한 나무로 자란다.

그런데 온몸이 푸른 살로 가득 찬 인간들이 있다. 바로 인디고다.

원래대로라면 청나무로 변해야 하지만 이들은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다.

섬광의 대학살은 2억 명이 청나무로 변해 죽은 사건이다.

이때 드레스덴의 어머니와 연인이 죽었다.


푸른 살의 범위는 그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척도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인간들은 푸른 살을 보고 그 사람의 선악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정부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강력 범죄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푸른 살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부자들이 선택한 것은 휴머노이드로 자신의 몸을 대체하는 것이다.

인간 뇌와 전자 뇌의 공존. 강력하고 매끄러운 몸.

하지만 이런 대체는 거액이 필요하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서 푸른 살 제거 수술을 받는데 이때 죽는 사람들이 많다.

부자들과 정부에 편리하고 유리한 디스토피아 세계가 만들어졌다.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푸른 살로 폭력성이 통제되는 사회.

한국의 금환일식은 폭력성을 내보여도 푸른 살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시간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작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 시기를 모든 사건의 종착지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하나씩 흘러나오는 왜곡된 정보, 진실, 뒤틀린 욕망들.

작가는 이야기를 억지로 비틀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 각자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놓는데 조금 더 나왔으면 어땠을까?

재밌지만 아직 거친 느낌이 가득하다.

이 흥미로운 설정의 세계를 더욱 확장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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