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은 노래한다
엘리 라킨 지음, 김현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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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분량이다. 판형을 달리하면 쪽수가 줄어든다.

처음 쪽수를 확인하고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을 살짝 했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면서 조금씩 빠르게 사라졌다.

후반 3분의 1은 한 소녀의 삶이 주는 먹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부분에서 그냥 무심코 읽었던 그녀의 삶이, 그 행적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깨닫는다.

열여섯 소녀가 세상에 나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윤리나 도덕은 생존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하다.

이 간극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대학생 저스틴과의 여행이다.


에이프릴. 맞다. 4월이다. 대충 지은 이름이다.

엄마는 도망쳤고, 아빠는 그녀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

아빠는 새롭게 결혼한 아이린과 그 아이들에 집중할 뿐이다.

에이프릴은 아빠가 준 낡은 기타로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이 소설의 앞부분은 에이프릴의 가능성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에게는 잘 생긴 남친 매티가 있지만 그는 십대 멍청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매티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에이프릴과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가 이혼했고, 신발은 낡았고, 머리는 지저분하고, 손톱 밑에 때가 끼어 있다는 이유로.

혼자 힘들게 사는 그녀에게 그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한때 아빠가 사귄 마고 아줌마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정말 무책임하다.

가끔 딸을 찾아오지만 딸의 생활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물건을 사주지도 않는다. 에이프릴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아빠와 크게 싸우게 되고, 에이프릴은 새엄마의 차를 훔쳐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이타카의 폐장한 캠핑장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나이를 속인 채 카페에 일자리를 얻는다.

하지만 아직 잘 곳은 구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잘 곳을 주겠다는 남자가 나타나지만 성폭행과 살인 등의 두려움이 주춤하게 한다.

올바른 행동이지만 너무나도 힘든 삶은 모르는 사람의 호의에 기대게 한다.

이타카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깨닫는다.


그렇게 바랐던 행복의 시간은 예상하지 못한 일로 빠르게 끝난다.

그녀가 성년만 되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행복을 느끼고,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삶은 추락한다.

이런 추락은 한 번만 일어나지 않고 반복한다.

생존을 위한 삶이 만들어낸 불운과 불행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곁에는 그녀가 기대한 것 이상의 친구들이 있다.

그녀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이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은 성인이고, 에이프릴은 미성년자에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란 것이다.

이 차이는 아주 어마어마한 차이로 삶에서 드러난다.


3년 동안 에이프릴은 기타와 음악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고향과 이타카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아주 가끔 마고 아줌마에게 전화로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할 뿐이다.

칼리에게는 보내지 못한 편지만 자꾸 쌓여간다.

이런 여정 속에 남성의 폭력에 노출된 적도 있다.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손에 드라이브를 숨긴 채 움직이는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다.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한 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깝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 이야기는 찾아 듣고 싶게 한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말이다.

현실적인 상황과 생존의 몸부림 속에서 한 소녀의 방랑, 성장과 노래가 흘러나온다.

묵직하고, 현실적이고, 긴 여운을 남기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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