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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제 매튜 퀵이란 이름이 보이면 절로 눈길이 간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재밌게 보고, 소설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을 즐겁게 읽은 후 생긴 일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간단하게 보았을 때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제목에 나오는 러브, 메이, 페일이 등장인물의 이름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이 제목은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첫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사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알았고, 세 명이 아닌 네 명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도 네 번째 등장인물이 나올 때 알았다.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할 때 생기는 작은 부작용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세 명이고, 한 명은 편지만 남겼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이어서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부유한 포르노 제작자의 아내인 포사 케인부터 시작한다. 남편이 어린 여자와 섹스를 하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문을 연다. 옷장 속에서 손에는 총을 들고 이것을 본다. 처음에는 이 둘을 총으로 쏠 생각이었다. 술에 취했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겁을 준 후 집을 나와 엄마의 집으로 간다. 이 비행기 속에서 한 수녀를 만나 주정을 부리다 잠든다. 집에 도착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그녀를 사랑하는 엄마다. 엄마는 정상이 아니다. 집안 가득 쓰레기를 가득 채웠고, 언제 올지 모르는 딸을 위해 냉장고에 항상 콜라를 가득 넣어두고 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평온한 집의 모습은 아니다.
집에 왔다고 그녀의 삶에 안정이 깃들지는 않는다. 함께 간 식당에서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고 외부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다니엘을 만난다. 그녀와 몇 가지 잡담을 나눈다. 그 속에 그녀 인생에 희망을 심어줬던 문학 선생 네이트 버논이 있다. 그는 학생이 휘두른 야구 배트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고, 교단을 떠났다. 다니엘과의 만남은 그녀를 새로운 만남으로 이끈다. 그 중에는 다니엘의 오빠인 척 베이스도 있다.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은 버논 선생님이 한때 학생들에게 주었던 공식 인류 회원증이다. 잊고 있던 십대의 감정이 그녀를 흔든다.
버논은 학생에게 맞은 후 다리를 절면서 외롭게 홀로 살고 있다. 그의 곁에는 외눈이고 알베르 카뮈란 이름의 개가 있다. 학생에게 맞은 고통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카뮈의 글을 되뇌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그에게도 환상의 여인이 있다. 뭉특한 코를 가진 미망인인데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절망한다. 술에 취한다. 그러다 2층 창문을 열었는데 카뮈가 뛰어나간다. 추락한다. 즉사다. 카뮈를 살리기 위해 차를 몰고 나가지만 금방 나무를 들이박는다. 힘들게 집에 돌아와 술과 담배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취한 채 잠든다. 이때 한 여성이 나타나 토사물에 질식할 수 있던 그를 구한다. 포사다.
포사가 그를 구한 것이 불만이다. 자살을 외친다. 죽여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포사가 휘두르는 폭력에는 그만! 하고 외친다. 순간적으로 그를 불구로 만들었던 폭력이 겹쳐보인다. 죽음과 고통은 다른 문제다. 포사는 그를 되살리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보여주는 몇 가지 장면은 사람의 감정과 감각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다. 버논의 어머니는 환상을 보고 수녀가 되었다. 포사가 비행기에서 만난 수녀가 바로 버논의 엄마인 매브 수녀다. 그녀는 암으로 죽었다. 아들과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세 번째 등장인물이 매브 수녀인데 그녀가 버논에게 쓴 편지가 나온다. 환상적인 일과 유쾌한 내용으로 가득한 편지다. 그리고 사랑도.
마지막은 생각하지 못한 척 베이스다. 그는 마약 중독자였다. 그것도 상당히 심한. 하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대학까지 졸업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꾼다. 그를 되살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버논 선생님의 공식 인류 회원증이다. 그의 후원자인 커크다. 여동생 다니엘과 조카 토미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포사와 연인 사이가 되면서 다니엘이 불안해한다. 오빠가 포사에게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외톨이가 되는 것이 두렵다. 아들 토미도 척과 포사와 함께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여기에 척의 불안감과 열등감이 조금씩 나온다. 그것은 포사가 남편의 재산으로 화려하게 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일 수 있는 이야기에 현실성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바로 이런 대목들이다.
사랑에는 실패했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물론 사랑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표지에 나오는 말처럼 인생마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의지가 있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여주지만 그 곁에는 실패한 인생도 같이 나온다. 현실의 무거움과 무서움까지 덮어놓지는 않는다. 사랑과 삶도 힘든 순간이 많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은 다시 할 수 있다. 죽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현실 등을 고려해서 글의 분위기를 조정하고, 현학적인 부분을 집어넣었다. 이것이 각각 다른 느낌을 받게 만든다. 그리고 삶의 다양한 갈래 중 하나로 보여주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