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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낙원
헤닝 만켈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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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헨닝 망켈의 소설을 읽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그의 발란더 시리즈를 그냥 읽었다. 그 당시 내가 주로 읽던 장르문학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의 이름이 한국에 그렇게 알려지기 전이다. 아마 재미가 없었다면 그 시리즈를 열심히 빌려서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나는 출간된 이 시리즈를 모두 구했다. 이때 읽지 않은 작품은 딱 한 편이었다. 아껴두는 것인지, 아니면 소장한다는 기쁨에 그냥 묵혀두는지 잘 모르겠다. 그 시리즈를 볼 때면 늘 읽어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 작품 <불안한 낙원>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스릴러를 원했는데 그냥 한 여성의 삶을 그려낼 뿐이다. 그런데 이 삶이 불안하고 어리둥절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스웨덴에서 시작하여 베이라의 아프리카 호텔이라는 곳까지 이어지는 여정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여덟 소녀 한나는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녀를 돌봐줄 것으로 기대한 친척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다행이라면 그녀를 집에서 데리고 온 포르스만 집에서 하녀로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다. 그러다 호주로 가는 배에 요리사로 탄다. 이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지만 그 결혼생활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미망인이 된 그녀는 남편의 장례식 이후 배에서 몰래 내린다. 로우렌소 마르케스란 포르투칼 령 항구 도시다.

 

남편의 죽음으로 받은 보험금으로 한 호텔에 머문다. 이 호텔에서 그녀는 유산을 하고, 심하게 앓는다. 그런데 그녀가 호텔로 알고 있던 곳이 유명한 매음굴이다. 그녀를 돌봐주는 사람은 흑인 창녀 펠리시아다. 백인들만 있던 곳에서 살던 그녀에게 이곳을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이 호텔에 머문다. 소문은 와전된다. 그녀를 백인 창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를 돌봐주는 남자가 있다. 이 매음굴의 주인인 바즈다. 그는 한나에게 청혼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승낙한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진짜 새로운 삶은 갑작스럽게 남편 바즈가 죽은 후부터다.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고 매음굴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 1년도 되기 전에 그녀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죽음이 늘 그녀 곁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로우렌소 마르케스에서 삶은 그녀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녀가 흑인 창녀에게 베푸는 호의는 그들에게는 아무런 감사의 표현도 돌아오지 않는다. 돈을 주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사벨이란 흑인이 남편을 죽인 사건이다. 한나의 눈앞에서 그를 죽인다. 남편에게서 두 아이를 얻었는데 포르투칼에서 백인 아내가 나타난 것이다. 이사벨의 이 격렬한 감정과 행동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백인 사회는 그녀를 감금한다. 사형제가 폐지된 탓에 감옥에 그냥 갇혀 있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하나 일어난다. 한나가 이사벨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단순히 그녀를 구하기 위해 활동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살인을 변호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져 그녀를 구하려고 한다. 왜 그런 것일까?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았어야 했는데 실패한 것 같다. 백인도 흑인도 서로에게 신뢰가 쌓여있지 않는 사회에서 이 노력은 무력하기만 하다.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사람들이 나타나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려준다. 그녀가 탔던 배의 선장이 매음굴의 손님으로 와 그녀의 정보를 스웨덴으로 전달하고, 신념을 잃은 남자는 술에 취해 살고 있다. 그녀의 삶도 불안하게 흔들린다. 다른 문화와 환경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누어져 학대와 수탈로 이어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회다. 그때는 그랬다.

 

과거로 돌아가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 여성의 삶을 기록과 그 기록 너머의 상상력으로 재현하고 있다. 인간 그 자체보다는 피부색으로 구분하고, 부정확한 정보와 선입견은 두 문화가 충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당시 승자는 당연히 백인이다. 법은 공정하지 않고, 흑인들은 침묵으로 이것을 견뎌낸다. 불안하다. 아름다운 목가적인 풍경은 불안한 낙원처럼 보인다. 백 년도 전에 있었던 한 여자를 이렇게 살려내어 과거의 참혹함을 보여줄 때 이것이 단순히 과거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세계 어딘가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비록 그 정도는 다를지라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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