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194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잡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아이가 부모에 의해 옆집으로 피신한다. 이때만 해도 이 아이가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 알았다. 그리고 시간은 현대로 넘어온다. 그때 아이였던 호프만은 파리에서 살고 있다. 독일을 벗어난 후 다시는 프랑크푸르트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 방송국에서 방송 출연 제안을 받는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의도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출연은 아버지가 아우슈비츠에서 남긴 기록이 그에게 시간을 넘어 전해지게 한다. 그것은 하나의 악보다. 오펜바흐의 미발표 작품인 <한여름 밤의 비밀>이다.

 

노인인 호프만을 대신해 방송국 기자 발레리가 이 악보의 저작권 대리를 한다. 오펜바흐의 작품임이 알려지자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독일에서 온 제안이 좋았는지 그녀는 친필 악보를 들고 떠난다. 그리고 무대가 바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터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5명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음식점 주인도 사라졌다. 이 이전에 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수상한 남자의 신고가 들어오지만 무시당한다. 신고자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행동 때문이다. 단서는 없고, 죽은 사람 중에는 정부 관료까지 있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는 발레리는 어디에? 란 의문이다.

 

강력계 팀장 마탈러는 현장을 둘러보고, 사건을 더 파헤치지만 그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다. 아니 발견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 그의 팀원들은 유능하게 조사에 착수한다. 탐문하고, 정보와 증거를 모으고, 파편화된 단서를 모은다. 살인이 더 일어나지만 미궁에 더 빠진다. 한쪽으로만 파고들면서 생기는 문제다. 이 과정들은 마탈러를 둘러싼 팀원들의 행동과 말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다 사라졌던 발레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는 납치되었다. 이 또한 하나의 단서다. 이 장면은 아주 짧게 나온다.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형사들이 더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한다. 그날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제보받고, 사람들의 증언을 참고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심심한 소설이다. 인간 내면의 악을 드러내는 장치가 후반부에 집중되고, 그것이 현재가 아닌 과거로부터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나쁜 의사들>이란 책이다. 이 책은 나치의 의사들이 유대인 등에게 어떤 잔혹한 실험을 했는지 보여준다. 의학 발전이란 이름 아래 그들이 저지른 만행이 여러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전쟁 후 그들 일부가 어떻게 자신을 속이는지도. 솔직히 이 부분이 좀 더 앞에 나왔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만행을 더 부각시키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마탈러가 아우슈비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은 현대 독일인들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가 아닐까? 일본이 극단적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요즘 이 두 사실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부드럽게 잘 읽힌다. 형사들의 감정들이 잘 묻어나고, 단서와 증거를 찾아 허둥거리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농담처럼 오고 가는 말 속에 단서가 하나씩 튀어나온다. 방송 등에서 본 한국의 형사들이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범인을 쫓는 모습과 비교하면 그들은 너무 느긋하다. 감정적으로는 한국이지만 이성적으로 외국 형사들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렇다고 이들이 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집중과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이런 장면들을 볼 때면 한국 형사들이 안쓰럽다.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실적을 생각하면 더욱 더.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 와중에 일상적인 일들이 생기고, 감정은 뒤섞인다. 과거로부터 증거가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이 이후 벌어지는 장면들이 약간은 비약이고, 몰입도가 떨어졌다. 약간 남은 여운은 과연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