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빛 하늘 아래 푸꾸옥에서
이지상 지음 / 북서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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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의 관심을 끌고 있는 두 여행지 중 한 곳이 푸꾸옥이다.

처음 이곳에 대한 소개는 베트남의 제주도 같은 곳이란 것이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설명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평가가 상당히 좋았다.

이때만 해도 나의 관심 여행지는 다른 곳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관심 여행지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전에 가서 좋았던 곳도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시간 빼기가 쉽지 않다.

나의 관심사 덕분인지, 최근에 뜨는 곳인지 광고 알림에 푸꾸옥 여행이 많이 나온다.

푸꾸옥에 대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이 책을 펼쳤다.

나의 기대는 책을 읽자마자 사라졌다.


이전에 읽었던 작가와 다른 방식의 편집과 내용이라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이지상 작가는 내가 생각한 그 이지상 작가가 아니다.

동명이인인데 이 작가의 다른 책은 검색에 나오지 않는다.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책은 사진도 많고,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 작가는 가족과 함께 푸꾸옥 한달 살기로 왔다.

리조트 한곳에서 장기 투숙하면서 아주 느린 여행을 한다.

바쁘게 관광지를 돌면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나열하지 않는다.

리조트 주변의 식당과 과일주스 파는 곳과 마트 등을 천천히 돌아다닌다.

그리고 반복된 일상 속에서 푸꾸옥 사람들과 천천히 관계를 맺는다.

처음에는 뭐지? 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푸꾸옥에 길게 여행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는 사람에게 이 책은 정보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

기존 여행책들이 더 좋은 참고 자료다.

하지만 가족과 장기 투숙하면서 그 도시를 돌아다니고 싶다면 권유할만하다.

여행이 단순히 보고 먹고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내가 리조트 직원에게 베트남어를 배우는 장면도 그 연장선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대과일에 대한 취향이 바뀐다.

오래 전 아내와 태국 여행 갔을 때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1일 1망고가 며칠 지나면 다른 과일을 찾게 했기 때문이다.


강한 햇볕, 높은 체감 온도 등은 그냥 다니기 쉽지 않다.

그들은 킹콩마트에서 산 양산을 펼치고 다닌다.

하지만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지 않으면서 일사병에 걸리기도 한다.

가족 전체가 소식을 하는 듯해 화려한 먹방은 나오지 않는다.

동남아의 1인분이 충분하다고 할 때 특별히 양이 많은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리조트 주변 음식점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양은 더 늘어난다.

고마운 일이고, 그 이면에 깔린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런 관계는 일상의 대화와 SNS 친구맺기로 이어진다.

SNS는 그들의 대화를 더 매끄럽게 해주는데 그 일등공신은 구글번역기다.

점점 AI의 발전이 여행의 장벽을 조금씩 지우고 있다.


장기 투숙은 이웃과의 관계 맺기와 더불어 세밀한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같은 곳에 또 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그 변화.

이번에 가지 못하면 다음에 가면 되지 아는 여유로운 생활.

돈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현지인처럼 움직이는 여행.

바쁜 여행객들이 누리지 못하는 리조트 시설과 해변 수영 등.

아직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본듯한 관광지의 정보.

마지막 순간까지 아쉬움과 이별의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

읽는 내내 가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경험했던 동남아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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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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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한때 이 문학상 작품집이 나오면 구해 읽었던 적이 있다.

집에도 꽤 많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취향을 벗어나면서 읽지 않게 되었다.

몇 번이나 말한 한국 문학에 대한 문제들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한국 문학을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새로운 문학상 수상집이나 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문제가 터졌을 때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

그럼에도 이번에 읽게 된 것은 조경란 작가가 이제 이 상을 받았다는 부분에 놀랐기 때문이다.


집에 조경란의 소설이 몇 권 있다.

대할인의 시대에 마구잡이로 사 놓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언젠가 읽겠지 생각했지만 그냥 책더미 속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기억하고 있고, 관심을 둔 작가다.

인터넷 서점 책 표지를 보면 낯익은 표지들이 상당히 많은 것도 약간 의외다.

뭐 이런 한국 작가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조금 뻘쭘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기에 한때 한국 대표 문학상이었던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것은 정말 의외다.

그리고 이번 단편들이 과연 이전의 작품들보다 나은 것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이런 의문은 단편 소설에 대한 나의 낮은 이해 탓일 수도 있다.


대상작 <일러두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두 남녀의 이야기다.

반찬집을 하는 미용과 복사집을 운영하는 재서다.

화자는 재서이고, 그는 미용의 삶을 훔쳐보고 관찰한다.

바로 다가가지 못하는 재서, 늘 자신의 존재감을 지운 채 살아가는 미용.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이지만 미용의 삶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삶의 기억들이 터져 나온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한 흥신소의 사람 찾기가 이해되는 순간 미용의 삶이 더 다가온다.

<검은 개 흰 말>은 박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새로운 길로 가게 된 시간 강사의 이야기다.

선배의 표현을 빌리면 집사인데 빈집에서 살면서 돌보는 알바다.

이 알바가 강사 시절보다 수익이 좋다.

이런 그녀에게 동생부부가 미국에 가면서 조카 설을 맡겼다.

그리고 설을 보살피는 와중에 실종에 관한 안전문자가 살짝 끼어든다.

설의 심리적 병, 실종된 사람에 대한 걱정,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등.


김기태의 <팍스 아토미카>는 강박증이 있는 남자 이야기다.

강박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하일지의 소설이 떠올랐다.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나열하면서 그 강박의 수준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우화 같은 부분도 있다.

박민정의 <전교생의 사랑>은 제목의 영화에 출연한 아역 배우 이야기다.

아역 배우가 배우를 그만 둔 후 마주하는 현실과 영화판에 대한 이야기다.

낯익은 아역 배우들의 성공 이야기와 엇갈린 삶.

자신들이 등장한 영화이지만 미성년자라 볼 수 없었던 현실.

성인이 된 후 다시 그 영화를 보면서 드러나는 제작의 이면.

최미래의 소설과 더불어 가장 부담 없이 읽었다.


박솔뫼의 <투 오브 어스>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몇 가지 정보들이 눈길을 끌고, 좀더 세밀하게 읽어야 할 대목들이 생각난다.

제목을 보면서 아이들 TWS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성혜령의 <간병인>은 읽다가 이와 같은 수술을 한 여배우가 생각났다.

암으로 죽은 엄마, 엄마가 키우던 화분을 버리는 아버지.

자신도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유방절제술을 하는 나진.

병원에 입원한 그녀를 돌보기 위해 온 아버지의 어릴 때 동네 친구 미형.

현실적인 이야기와 불편한 감정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작은 긴장감을 만든다.

최미래의 <항아리를 머리에 쓴여인>은 무겁지만 재밌다.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아이와 놀아주는 일로 생계는 유지하는 나.

그녀가 돌보는 아이 서라와 서라의 아버지.

나에게 더 많은 부탁이 올수록 돈이 쌓이지만 자신의 삶의 경계가 무너진다.

화자의 삶을 보면서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이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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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B급 디자이너의 눈으로 읽은 도쿄 서점 이야기
김경일 지음 / 디앤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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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딱 한 번 가봤다. 그것도 도쿄만.

아주 오래 전이라 기억도 가물거린다.

이 책에 나온 서점 중에 가본 곳은 딱 한 곳뿐이다.

한국에도 있다가 사라진 북오프의 어떤 지점이다.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었다면 아마 상당한 책을 사서 나왔을 것이다.

이때 여행의 목적이 책방을 도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지금도 가끔 그때 내가 본 가격이 백 엔대였는지, 아닌지 헷갈린다.

아마 이 책을 읽고 갔다면 진보초 정도는 둘러봤을 것이다.

한때 한국의 헌책방을 돌면서 책을 열심히 모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설가도 에세이스트도 아닌 책 디자이너다.

그의 직업은 도쿄의 서점을 돌아다닐 때 보는 부분이 나와 완전히 달랐다.

직업과 취미가 다르다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 차이가 상당히 좋았다.

디자이너, 사진가, 미술가 등에 대한 풍부한 정보는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낯익은 이름이겠지만 나에겐 아주 낯설었다.

사진집이나 도록에 대한 부분은 지금까지 관심사 밖이었다.

하지만 타국의 서점이라면 이 부분이 더 쉽게 책에 접근하게 해 줄 것 같다.

여행 중 서점을 방문했을 때 좋은 팁 하나를 배웠다.


많은 서점들이 나온다. 진보초와 북오프를 제외하면 모두 낯설다.

이 낯섦이 현재 일본 서점의 현황을 좀더 거리를 두고 보게 한다.

준쿠도의 텅빈 에스컬레이터 사진은 대형 서점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서점 사진을 보면서 오래 전 사라진 종로서점이 떠올랐다.

한때 친구들과 만나는 약속의 장소이자 책을 샀던 그곳.

진보초에 대한 정보를 좀더 세밀하게 수정하게 했다.

헌책방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책을 파는 서점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와나미 북카페는 한 번 가보고 싶다.

이와나미 신서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물론 읽지는 못하지만 한국 번역본을 꽤 있다.

그리고 이와나미 출판사과 나쓰미 소세키 관계 부분은 상당히 재밌었다.


무지를 방문했을 때 한 켠에 놓여 있는 책을 본 듯하다.

상당히 간단한 표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물도 그렇다.

표지 이야기 빠질 수 없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저자는 한국판에 손을 들어주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오모테산도도 갔었는데 ‘산요도’의 벽화는 보지 못했다.

알았다면 무조건 그 주변에 가서 벽화는 구경했을 텐데.

저자가 얼마나 하루키를 좋아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 ‘메이지진구야구장’ 편에서 나온다.

아! 산요도에서 만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아사부키 마리코의 소설은 한국에 번역본이 없다.

대부분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이 번역되는데 내가 놓친 것일까?


후반부로 넘어가면 대로변이 아닌 골목 등에 있는 서점들이 나온다.

덕후의 느낌을 자아내는 서점들도 있다.

오직 다자이 오사무만을 위한 서점인 ‘포스포렛센스’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서점 운영을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위한 서점을 연다는 것은 너무 멋지다.

자신이 모은 책과 새롭게 책을 구입해 빠른 나이에 서점을 시작한 사람들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부터 책을 온라인서점이나 아주 가끔 가는 헌책방에서 산다.

이런 현실에서 이 서점들의 존재는 오래 전 내가 책방 주인과 가졌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잊고 있던 관계, 열심히 책을 사던 열정, 어릴 때 꿈이었던 만화방 주인 등도.

몇 년 뒤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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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18 : 폭풍 전야의 쿠키 대륙 쿠키런 킹덤 18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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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시리즈 18권이다.

꿈세계에 용감한 쿠키 일행이 도착했다.

잠들어 있는 달빛술사 쿠키에게 스타더스트 쿠키가 날아가지만 도착하지 못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퓨어바닐라 쿠키가 달빛술사 쿠키의 꿈속이라 그렇다고 설명한다.

모두 달빛술사 쿠키의 꿈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만난다.

이 대화 속에 스타더스트 쿠키의 탄생 비화가 나온다.

이것은 나중에 나온 쿠키들의 탄생 비화와 더불어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감한 쿠키 일행이 달빛술사 쿠키를 만날 때 어둠마녀 쿠키의 부하들이 깊은 숲속에 들어온다.

그들이 들어온 목적은 다크카카오 쿠키의 아들 다크초크 쿠키를 깨우기 위해서다.

어둠마녀 쿠키의 마법으로 다크초크 쿠키를 깨운다.

그리고 그를 거짓말로 꼬셔 감초 괴물들의 군단장으로 만든다.

용감한 쿠키 일행은 적들의 이런 행동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꿈속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달빛술사 쿠키는 아는 것 같다.

아직 이 정보를 용감한 쿠키 일행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달빛술사 쿠키는 다음 동료 골드치즈 쿠키를 찾는 모험의 단서를 던져준다.


골드치즈 쿠키를 찾아가는데 그가 다스린 국가가 고대 이집트와 닮았다.

용감한 쿠키 일행은 피라미드 속에 들어간다.

정확한 단서를 찾지 못해 피라미드 안을 헤매고 다닌다.

피라미드하면 떠오르는 미이라가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작가는 이 상황을 살짝 비틀었다.

어느 대목에서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같다.

용감한 쿠키와 그 일행들에게 위기가 다가온다.

물론 이 상황에 대한 긴장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언제나처럼 용감한 쿠키와 그 일행들이 멋지게 해결할 테니까.

그렇지만 그 과정은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번 권에서 새로운 모험이 나오고, 어둠마녀 쿠키와의 대결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나온 쿠키 탄생 비화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지도 궁금하다.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모험 이야기도 기대하게 한다.

느낌 상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를 위한 빌드업 단계에 있는 권이란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이런 것보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중간에 나오지만 말이다.

피라미드 속 모험과 새로운 동료의 결합은 또 어떤 방식일까?

여러가지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음 권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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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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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을 읽었다.

이 작가의 사회파 미스터리는 처음 읽는다.

이전에 재밌게 읽어 사놓고 묵혀 두고 있는 책들이 많다.

희미한 기억만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지났다.

소멸되어 가는 마을을 주제로 미스터리를 풀었다는 대목에 끌렸다.

한국도 현재 점점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도시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새로운 인구의 유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마을의 활력은 젊은 사람들이 힘차게 움직일 때 가능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떠난 마을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령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미노이시도 그런 마을 중 하나다.


마을 사람들이 떠났다고 그 집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에서 기획한 I턴 프로젝트는 다른 곳 사람들을 이 마을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당연히 기존의 집주인들과 계약을 하고, 어느 정도 살 수 있게 수리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것은 마을과 도심과의 거리다.

마을 안에서 경제가 돌아갈 정도가 되면 좋지만 겨우 열 집 정도로는 무리다.

자생적인 시설이 부족한 마을에서 사고가 생기면 그 일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구급차를 불러도 오는데 40분 이상이 걸리니 왕복 1시간 30분이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이 마을에서 살려고 하는 신청자들이 있다.

소설은 이런 사람들의 이주와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들이 하나의 사건을 담고 있다.

깨닫지 못하면 단순한 사고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미노이시에 새로운 주거지를 삼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바가 있다.

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나름 열심히 살지만 생각하지 못한 이웃과 충돌이 생긴다.

이때 이들이 연락하는 부서는 이 미노이시를 살리기 위한 소생과다.

소생과는 과장과 두 명의 공무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에서 공무원 만간지는 만원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이웃 사이에 벌어지는 민원은 쉽게 누군가의 편을 들기도 어렵다.

공무원이 지켜야 할 중립성과 빠른 민원 해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섯 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일상 미스터리 느낌인데 공무원이란 직책이 조금 답답하게 다가온다.

각각의 사건들은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 이사 올 때 그들이 바란 것이 우선이다 보니 작은 충돌이 생긴다.

이런 민원들에 항상 고생하는 인물은 바로 만간지다.

소생과 과장은 항상 칼 퇴근하고, 신입은 아직 서툴기만 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프로젝트를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만간지에게는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공무원의 기본자세에 충실하다고 해야 한다.

덕분에 그의 몸과 마음은 이 마을 사람들의 이해 충돌로 힘들고 괴롭다.


하나의 사건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은 마을을 떠난다.

이 프로젝트의 놀라운 점 하나는 떠날 때도 이사 비용을 준다는 것이다.

이주한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정착해서 살기를 바란다.

소생과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서다.

이 민원을 해결하기 달려가는 인물은 만간지와 신입이다.

늘 칼 퇴근하는 과장이 가는 경우는 손을 꼽을 정도다.

실제 가는 경우에도 과장은 민원 사항에서 떨어져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사건에서 과장이 보여준 날카로운 모습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실패가 예정된 프로젝트의 몰락 과정을 각각의 사건으로 하나씩 보여준다.

이 소설의 진짜 재미는 마지막 장에서 드러나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정치와 행정의 괴리, 예산 부족, 몰락하는 소도시 등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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