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B급 디자이너의 눈으로 읽은 도쿄 서점 이야기
김경일 지음 / 디앤씨북스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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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딱 한 번 가봤다. 그것도 도쿄만.

아주 오래 전이라 기억도 가물거린다.

이 책에 나온 서점 중에 가본 곳은 딱 한 곳뿐이다.

한국에도 있다가 사라진 북오프의 어떤 지점이다.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었다면 아마 상당한 책을 사서 나왔을 것이다.

이때 여행의 목적이 책방을 도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지금도 가끔 그때 내가 본 가격이 백 엔대였는지, 아닌지 헷갈린다.

아마 이 책을 읽고 갔다면 진보초 정도는 둘러봤을 것이다.

한때 한국의 헌책방을 돌면서 책을 열심히 모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설가도 에세이스트도 아닌 책 디자이너다.

그의 직업은 도쿄의 서점을 돌아다닐 때 보는 부분이 나와 완전히 달랐다.

직업과 취미가 다르다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 차이가 상당히 좋았다.

디자이너, 사진가, 미술가 등에 대한 풍부한 정보는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낯익은 이름이겠지만 나에겐 아주 낯설었다.

사진집이나 도록에 대한 부분은 지금까지 관심사 밖이었다.

하지만 타국의 서점이라면 이 부분이 더 쉽게 책에 접근하게 해 줄 것 같다.

여행 중 서점을 방문했을 때 좋은 팁 하나를 배웠다.


많은 서점들이 나온다. 진보초와 북오프를 제외하면 모두 낯설다.

이 낯섦이 현재 일본 서점의 현황을 좀더 거리를 두고 보게 한다.

준쿠도의 텅빈 에스컬레이터 사진은 대형 서점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서점 사진을 보면서 오래 전 사라진 종로서점이 떠올랐다.

한때 친구들과 만나는 약속의 장소이자 책을 샀던 그곳.

진보초에 대한 정보를 좀더 세밀하게 수정하게 했다.

헌책방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책을 파는 서점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와나미 북카페는 한 번 가보고 싶다.

이와나미 신서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물론 읽지는 못하지만 한국 번역본을 꽤 있다.

그리고 이와나미 출판사과 나쓰미 소세키 관계 부분은 상당히 재밌었다.


무지를 방문했을 때 한 켠에 놓여 있는 책을 본 듯하다.

상당히 간단한 표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물도 그렇다.

표지 이야기 빠질 수 없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저자는 한국판에 손을 들어주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오모테산도도 갔었는데 ‘산요도’의 벽화는 보지 못했다.

알았다면 무조건 그 주변에 가서 벽화는 구경했을 텐데.

저자가 얼마나 하루키를 좋아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 ‘메이지진구야구장’ 편에서 나온다.

아! 산요도에서 만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아사부키 마리코의 소설은 한국에 번역본이 없다.

대부분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이 번역되는데 내가 놓친 것일까?


후반부로 넘어가면 대로변이 아닌 골목 등에 있는 서점들이 나온다.

덕후의 느낌을 자아내는 서점들도 있다.

오직 다자이 오사무만을 위한 서점인 ‘포스포렛센스’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서점 운영을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위한 서점을 연다는 것은 너무 멋지다.

자신이 모은 책과 새롭게 책을 구입해 빠른 나이에 서점을 시작한 사람들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부터 책을 온라인서점이나 아주 가끔 가는 헌책방에서 산다.

이런 현실에서 이 서점들의 존재는 오래 전 내가 책방 주인과 가졌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잊고 있던 관계, 열심히 책을 사던 열정, 어릴 때 꿈이었던 만화방 주인 등도.

몇 년 뒤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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