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마니아
김쿠만 지음 / 냉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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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당연하다. 첫 단편집이고 흔한 앤솔로지에서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내가 이 단편집을 선택한 이유다. 이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소설 몇 편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조금 낯선 출판사인데 출간한 목록을 보니 낯익은 제목들이 보인다.

많이 편향된 나의 취향이 가끔 이런 작가와 출판사에 눈길에 꽂히는 순간이 있다.

이 소설을 모두 읽은 지금 그렇다.


여덟 편이 실려 있다. 아깝게도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단편은 없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상당히 시니컬하고 복고적이고 어딘가에서 한 번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저질 기억력이 모두를 복원하여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글은 박민규의 초기 글 느낌도 난다.

<라틴화첩기행> 같은 제목은 처음 보자 마자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시리즈가 떠올랐다.

실제 작가의 말에서 김병종의 책 제목에서 빌려 왔다고 말한다.

이런 제목의 차용이나 패러가 다른 단편들에서도 있다. 작가의 말을 참조하거나 단편 끝에 나온다.


이 단편들이 연재된 곳들이 마지막에 나온다. 문예지 에픽, 던전이란 곳인데 모두 모르는 곳이다.

뭐 어떤가! 연재된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설이 재밌으면 된 것이지.

그 재미의 시작은 첫 단편이자 표제작 <레트로 마니아>를 읽는 순간 부터였다.

이 단편 속에서 다루는 레트로 게임들은 정말 고전적인 게임들이다.

오래 전 오락실에서 한 게임도 있고, 처음 듣는 게임도 있다. 요즘 이런 게임이 앱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게임기 앞에서 하는 느낌은 아니다. 이 감성과 느낌을 삐딱하게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라틴화첩기행>은 쿠바 미술관 촬영을 간 한 물 간 배우와 다큐 감독의 이야기다.

현실적인 느낌보다 뒤틀리고, 왜곡된 시선으로 가득하다. 아니라고? 그럼 내가 왜곡된 시선을 가졌다.


<천박하고 문제적인 쇼와 프로레스>는 읽으면서 박민규의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소설이다.

일본 프로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그 추억에 잠긴다.

읽다 보면 과연 어디까지 사실이고, 허구인지 잘 모르겠다. 정보의 부재가 만든 간극이다.

그리고 실제 이런 틈새 시장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잠시 프로레스의 추억에 잠긴다.

<Roman de La Pistoche>은 작가가 인터넷에서 본 라오스 수영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은 수영장에 바글거리는 사람들, 여행 잡지에 연재할 내용을 찾는 기자.

작가가 표현한 수영장 풍경과 맞지 않는 상황들, 그리고 낯선 아이의 등장 등이 비현실적이다.

이 상황과 장면을 표현하는 문장들이 삐딱해서 재밌다. 사실 확인은 그냥 넘어가자.


<도무지, 대머리독수리와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의 무대도 한국이 아니다.

등장인물들도 한국인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복권이 등장한다. 그것도 당첨된 복권이.

이혼한 아내가 자신을 찾아오면 80만 달러를 주겠다는 말에 혹해 간 인적이 아주 드문 동네에 간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장면들도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 단편의 재미다.

<제임슨의 두 번째 주인>은 대학로 어딘가에 있는 제임슨이라 바를 둘러싼 이야기다.

화자를 제임슨에 데리고 간 인물이 안 교수인데 이 안 교수는 다음 단편들에서도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사부라고 하는데 정보가 너무 없다. 안 교수란 인물 때문에 괜히 단편들을 연결해본다.

이 바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나 오는 손님 중에 다른 단편에 나오는 인물이나 상황이 있다.

역시 냉소적이면서 허약한 인간의 모습을 비틀고 있는데 재밌다.


<안주의 맛>은 안 교수를 만나러 동해에 가는 도중에 생긴 일이 주요 이야기다.

문학상을 수상한 후배를 인사동에서 만나고, 그 후배가 당첨된 아파트에서 술을 마신다.

그리고 안 교수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강릉에서 전 여진이자 선배를 만난다.

술을 마시고, 취하고, 주사를 부리고, 질투를 하고, 꽁치 회의 맛을 궁금하게 한다.

옛 소설의 맛이 느껴지는데 역시 그 원전은 정확하지 않다. 동해에 갔지만 동해는 보지 못했다니…ㅎㅎ

쿨투라 신인상 수상작인 <장우산이 드리운 주일>은 짧은 도시 기담처럼 흘러간다.

비가 오면 쓸려고 들고 다니는 장우산과 그를 만나러 간 화자가 잠실 주변을 돌면서 경험하는 것을 다룬다.

어두운 유머와 비틀거리는 인물들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벌이는 특별한 행위에 집중한다.

평범과 기이함 사이를 오가는 하루 동안의 모험이 씁쓸하고 마지막 문자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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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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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15권이다.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검색하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에서 만난 적이 있다.

<토막>이란 단편이었는데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8권 <호러>에도 단편이 실렸는데 아직 이 앤솔로지는 읽지 못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나 관심 있는 책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점점 책들이 뒤로 밀린다.

살 때는 돈이 아까워 두꺼운 책을 선호하지만 읽을 때는 점점 얇은 책에 손이 간다.

책의 편향도 심해지는 듯해 아주 가끔 과학이나 인문이나 시집을 읽는다.

물론 이번에는 요 몇 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안전가옥 시리즈라 선택했다.


모두 세 편이 실려 있다. 각 편의 분량은 제각각이다.

가장 짧은 <열린 문>은 마지막까지 읽고 다음에 이야기가 이어지나 하는 착각을 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강제로 당하는 남매와 늦은 밤의 기묘한 상황이 웃기지만 서늘하다.

밤 늦게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도둑을 잡자고 한 남매가 마주한 그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물>은 액취증이 아주 심한 여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너무 심한 냄새가 나서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극단적 상황을 만든다.

얼마나 심하면 그녀가 본가에 왔을 때 엄마가 방독면을 썼겠는가.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비염이 너무 심해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런데 비염 수술 후 그녀를 보고 토한다. 이 상황이 오해하기 아주 좋다.

유일한 친구가 사라진 그녀는 정신과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이상한 여자를 만난다.

검은 물이 든 병을 마시라고 하는데 마시기 꺼림직하다. 그런데 쏟아진 물을 적은 옷에서 냄새가 없다.

인간의 절박함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해도 자기합리화를 한다.

작가는 소소한 곳에서 액취증의 문제를 늘어놓고 조금씩 어둠 속에 발을 담군다.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그 말이 이렇게 섬뜩하게 다가오다니 놀랍다.


표제작 <푸르게 빛나는>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동산에 올인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카페지기: 집값 지키셔야죠.]”라는 이 채팅방 문장 하나가 부동산 불패 신화의 염원을 보여준다.

여진이 잠을 자다 마주한 푸르게 빛나는 것들의 정체에 대한 불안감도 이 욕망 앞에선 소용없다.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임신우울증처럼 치부되는 상황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남편은 자기집 마련이란 꿈과 높은 대출금 앞에 긴 시간 출퇴근으로 매일 피곤하다.

최대한 대출을 받아 산 수도권 외곽의 신규 아파트 입주. 뒤틀린 부 증식의 욕망.

문제를 마주하기 보다 집값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 사회. 상식은 재산 증식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다.

정체를 알 수 없고, 이름도 제대로 발음할 수 없는 푸르게 빛나는 벌레의 정체.

안전불감증을 강요하는 우리 현실과 이 상황을 연결하면 너무나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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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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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카페 이야기 중 하나다. 전작 <목요일에는 코코아를>과 이어져 있다.

전작이 출간된 지 반년도 되지 않았는데 후속작이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구성은 전작과 동일히다. 전작이 도쿄와 시드니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도쿄와 교토다.

한 사람이 등장해서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살짝 풀어놓으면 다음 사람이 이것을 이어받아 풀어낸다.

사람들의 묘한 인연을 이렇게 연결해 놓고 보면 우리가 놓친, 혹은 알지 못한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전작에서 따뜻한 코코아로 나를 녹였던 마블 카페에서 갑자기 이벤트를 열었다.

정기 휴일에 말차 카페를 연 것이다. 이전부터 수익에 그렇게 목을 매는 카페가 아니라 홍보도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나 단골 정도가 겨우 참여하는 이벤트 행사다. 정기적인 것도 아니다.

추운 1월 겨울에 자신의 휴무일을 깨닫지 못한 나는 출근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남일 같지 않은 사연이지만 옆에서 보면 조금 어리숙해 보인다. 가고 싶은 곳도 정기 휴일이다.

이렇게 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마블 카페의 말차 이벤트 행사다.

카페에 들어가 주문한다. 그런데 잘 모른 채 진한 말차를 주문한다. 먹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녀의 눈길은 말차 카페의 직원에게 눈길이 간다. 이 행사를 위해 교토 말차 가게에서 온 청년이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작은 일이 서로의 시선을 모은다. 성장 과정에 대한 멋진 이야기다.


이야기는 우연히 이 카페에 온 다른 손님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내와의 사소한 다툼, 기억의 부정확함, 작은 오해, 사랑하는 마음 등이 잘 녹아 있다.

이것은 다시 그가 잠시 머물었던 속옷 가게 점장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떻게 이 가게를 열었는지, 이 특별한 속옷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처음 만들어 내놓은 속옷을 찾는 손님이 등장한다. 초심과 그녀의 성장을 도운 사람들이 떠오른다.

여기서 이야기는 다시 그 속옷을 산 손님으로 넘어간다. 친구와 온천탕에 왔다.

아마 기타 가방과 그때 산 속옷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지도 모른다.

다음 이야기는 함께 옷을 벗고 온천탕에 머문 그 친구 미츠 이야기다.

미츠의 본가는 교토의 화과자집을 한다. 마블 카페에 제공한 화과자도 미츠의 집에서 온 것이다.


미츠의 이야기는 할머니로, 할머니에서 헌책방 주인을 좋아하는 고양이로, 헌책방 주인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하나씩 인연의 고리를 타고 넘어가다 보면 다시 첫 이야기로 돌아온다.

가슴 따뜻하고, 순수하고, 엇갈리지만 마음을 다해 기다리는 감정과 행동이 펼쳐진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인연과 털어내지 못한 감정과 진솔한 속내 등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개인적으로 책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무려 두 편이나 나온다.

하나는 고서점 주인과 희귀 초판본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절판된 만화 이야기다.

오랫동안 절판된 책들을 구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가 왜 그렇게 성공하지 못할까 하는 대화는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야기 곳곳에 전작 <목요일에는 코코아를>과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나의 저질 기억력으로는 모두 파악하지 못하지만 발견할 때면 전작의 이미지가 살짝 떠오른다.

인연이란 것이 얼마나 약한 줄에 매달려 있는지 전작의 등장인물이 알려줄 때 나의 인연을 생각한다.

마지막 12월에 조금씩 성장한 깃페이가 말차 셰이크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먹고 싶었다.

혹시 다음에 말차 가루를 산다면 이 방법을 잊지 말고 해보고 싶다. 아이에겐 꿀을 넣고.

서로 끌린 두 남녀가 마주한 순간 건낸 손수건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번역되어 있던 데 언제 시간나면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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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제주! -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
이영재 지음 / 모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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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영재는 KBS 방송국 아나운서다.

2002년부터 2021년 5월까지 20년 가까이 제주에서 살았다.

그의 긴 제주 생활을 보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제주 사는 후배가 먼저 떠올랐다.

그 후배가 알려준 루트로 제주 한 바퀴를 돌면서 달렸던 것도 이제 10년이 넘었다.

짧은 시간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이다 보니 잠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화만 가끔 한다.

후배가 알려준 동네 맛집에서 아주 만족했는데 그 집이 변하는 것을 보고 아쉬워했다.

이젠 가도 연락 없이 간다. 숙소가 후배의 집과 너무 멀어 만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배가 생각난 것은 그도 제주에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읽었던 제주 관련 책들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관광지나 맛집 보다 그가 살면서 보고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차분하게 기록했다.

내가 가 본 곳도 많고, 가려고 생각한 곳도 많이 나온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니 갈 수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언제 친구나 홀로 온다면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애월에 뜨는 달은 작년인가 한 번 보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아이 위주의 일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좋다는 올레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월봉. 이제 생각난다. 후배가 짜준 코스에 들어 있어 차로 올라간 곳이다.

얼마 전 비슷한 봉우리를 보고 수월봉이라 생각하고 차를 몰고 갔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했다.

제주를 가면서 재래시장은 갔지만 민속오일시장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몰랐다.

한때 그렇게 많이 언론을 탄 서귀포 강정마을 이야기를 다시 듣고 생각이 많아진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지난 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을 이번 정권에 바라는 것은 무리다.

제주대 근처를 후배 만나기 위해 오래 전 갔던 것이 기억난다.

10년이 넘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다시 찾아가라고 하면 못 찾는다. 현실이다.


오래 전 요조의 책을 읽은 후 제주에 있는 요조의 서점을 찾아가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당연히 이 계획은 실패했다. 동행자들이 많고, 그 정확한 위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 녹차 밭도 작년에 처음 제대로 둘러봤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사실 녹차 관련 제품을 파는 상점이다.

그 맞은편 녹차 밭이 진짜다. 거대한 녹차 밭을 보면서 보성 녹차 밭이 궁금했다.

언제부터인가 김영갑 갤러리를 알게 된 후 늘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일정과 코스 등의 문제로 나의 의지가 약해져 가지 못했다.

서귀포 이중섭 거리를 차로 지나간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내 여행 일정에 많은 것을 차지 하는 것이 먹는 것이다 보니 보는 것은 늘 뒤로 밀린다.


20년 정도 살았다고 하지만 그 섬 곳곳을 아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17년인데 아직도 모르는 곳이 더 많다.

하지만 방송국 아나운서란 직업과 그의 제주 사랑이 기존 여행책과 다른 곳을 본다.

한 지역에 오래 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그의 글에서 느껴졌다. 나의 착각일까?

아니다. 사실이다. 그가 제주를 떠났지만 마음은 그곳에 아직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글 속에 담긴 감정은 그의 묘사와 설명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그 속에는 제주인의 생활과 삶의 고민이 녹아 있다. 간단한 뉴스 너머의 감정들이다.

그리고 관광객이 아닌 그 동네 사람만 갈 듯한 곳들도 몇 곳 떠오른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 이런 기억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독립서점 풀무질이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다시 제주 독립서점에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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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건들건들 컬렉션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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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너무나도 유명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이름을 권총의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권총을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샘 콜트. 이 육혈포를 발명해낸 사람이다. 이런 부분을 잘 모르는 나에게 낯선 이름이다.

리볼버. 콜트와 리볼버는 서로 다른 총인 줄 알았다. 무기 역사에 무지한 탓이다.

이렇게 이 책은 나의 무지를 바로 잡아 주었다. 그리고 콜트가 그렇게 크게 성장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한 자루의 총이 현대 미국을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15년 파산 신청 한 콜트가 2021년 체코 조병창에 인수되기 전에 썼다.


19세기 초반 미국 가족의 삶을 먼저 보여준다. 당연히 콜트 가족이다.

아직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이 시절의 아픈 현실은 콜트의 형제뿐만 아니라 콜트의 아이에게도 적용된다.

많은 아이를 낳고, 자라는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은 죽었다.

20세기 중반에도 그 때보다 덜 하지만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죽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 출생 신고가 늦은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아니다.

샘 콜트의 형제자매들 중 콜트가 47세에 죽기 전 살아 있던 사람은 단 한 명이다.

작가는 이 형제자매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 속에 간결하게 녹여내었다.


콜트는 어릴 때 선원 생활을 했다. 이 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지는 잘 설명해준다.

단순히 배만 타고 다니는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하는 선원 생활의 힘겨움은 일상의 다른 부분에서도 그렇다.

이 선원 생활 도중 콜트 리볼버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권총의 모형도 나무로 만들었다.

이 총의 아이디어를 두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말에 반론의 제기한다.

“채찍을 휘두른 이들뿐만 아이라 경제적 파탄과 죽음으로 어린 시절을 앗아 간 이름 모를 힘들에 조용히 복수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죽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부를 덤으로 안겨 줄 도구를 만드는 게 더 좋은 복수의 방법이란 추측이다.


단순히 아이디어가 있다고 그 아이디어로 바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를 가지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 제품을 사람들에게 필요성을 인지시키고, 시장을 키워야 한다.

총 같은 무기라면 일반적인 평화시에 그 필요성이 더욱 적다.

보통의 다른 총보다 배로 비싼 총을 사람들이 사는 것을 꺼려한다. 군대도 아직 이 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기존 군대의 전법과 맞물려 있다. 고정된 전술 이해도가 한몫했다.

시장이 커지지 못하던 시절이 지나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 보여줄 때 미국의 아픈 역사가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카 원주민 대학살과 남북전쟁이다.


텍사스에서 벌어진 아메리카 원주민과의 전투에서 이 콜트 리볼버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보여준다.

총 한 발 쏘고 장전하는 동안 날아오는 화살을 겁낼 필요 없이 여섯 발을 쏠 수 있다.

두 자루를 가지고 있다면 10명을 상대할 수 있다. 기마술이 조금 뒤진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이다.

텍사스 순찰대원 새뮤얼 워커의 아이디어가 콜트 워커의 탄생을 불러온다.

개선된 총은 광고와 소문을 타고,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필수품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대단한 부자가 되기엔 부족하다. 시장이 더 커져야 한다. 전쟁이 최고다.

현대 죽음의 무기 상인들이 전쟁을 갈망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무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바로 전쟁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전쟁과 남북전쟁은 콜트가 엄청난 성장을 하는 밑거름이 된다.


책의 두께는 그렇게 두툼하지 않지만 한 쪽의 분량이 상당히 많다. 조금 힘들게 읽었다

단순히 한 인물의 삶을 그려내기보다 그 시대의 풍경과 의미를 같이 엮었다.

“민주적 이상이라는 목표와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를 결합하는 데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현재 미국식 민주주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고 그 기원은 자유와 노예에 대한 의견에서 비롯했다.

콜트가 이 무기를 만들었지만 인기를 누리는 상황을 창조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과 현실을 작가는 계속 말한다. 그리고 콜트는 이 상황과 현실 속에서 아주 열심히 일한다.

콜트가 없었다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거나 전쟁이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콜트의 특허권과 관련된 이야기에 낯익은 총기 회사 이름이 보인다.

콜트란 총을 알고, 이 총을 발명한 사람과 그 시대를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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